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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신문보도] 정부 발표에 의혹 제기한 이들 싸잡아 ‘자칭 안중근’으로 폄훼한 조선일보(2016.08.25)■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8/25)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자칭 안중근은 지금 반성하고 있을까> (8/25, 34면, 양상훈 논설주간)
△ 부실한 정부 발표에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싸잡아 ‘자칭 안중근’으로 폄훼한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8/25)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주간은 2008년 당시 야당이 “한·미FTA가 미국만 이롭게 하는 '매국 협정'”이라 주장하며 반대했었지만 “한·미 FTA가 미국에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이 아니라 그 정반대였다는 사실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된 현 상황에서도 “그때는 내가 좀 지나쳤다”는 말을 하는 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8년 전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송송 구멍탁’이라면서 여중생들까지 몰려나와 울고불고 했”었다며 광우병 파동 당시의 논란을 모두 ‘괴담’으로 치부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을 싸잡아 ‘괴담 유포자’로 몰아간 것이다.
이 길고 긴 주장은 대체 왜 등장한 것일까? 바로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에 대한 비난을 위해서다.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고 우길 거리를 만들어내는 재주는 보통이 아니다”라면서 말이다. 양 주간은 “직접 괌에 가서 사드 레이더 전자파 측정을 해보니 인체 허용치의 0.007%였다. 유해 여부를 따진다는 자체가 우스운 수치”라며 “전자파가 수백m 아래 땅에 영향을 미칠 까닭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앞으로 사드가 배치되고 아무 문제 없이 몇 년이 흘러가면 전자파 괴담도 한·미 FTA나 광우병, 천안함처럼 될 것”이라며 “그때도 또 ‘아니면 말고’일 것”이라 재차 비아냥댔다. 양 주간은 천안함 사태 당시 침몰원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이들에 대해서도 “그때 내가 좀 심했다”는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비판했다.
‘괴담에 휘둘려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나중에 문제가 없으면 모른 척 한다’는 이런 양 논설주간의 주장은 황당하다. 기본적으로 한·미 FTA, 광우병 등의 사안에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던 가장 큰 원인은 당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부가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점이 불거져 실제 피해가 발생되어 버리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안함 사태의 진상에 대한 재검증 요구가 이어졌던 것 역시 정부 측 주장이 너무나 부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양 논설주간은 군 내부에서, 혹은 ‘보수 진영’에서 이 사안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를 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처럼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고, 정부에 의혹 해소를 요구하는 활동 전반을 폄훼하는 것은, 결국 그냥 정부 발표를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라는 주장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 칼럼에서 가장 불쾌한 지점은는 ‘자칭 안중근’이라는 표현이다. 양 주간은 ‘자칭 안중근’이란 표현을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괴담 유포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왜 여기서 안중근 의사가 소환된 것인지 칼럼을 훑어보면 “한·미 FTA를 반대한다면서 국회에 최루탄을 던져 난장판을 만든 야당 의원은 자기가 ‘안중근의 심정이었다’고 했다. 자칭 안중근은 이제 반성하고 있을까”뿐이다.
국회에 최루탄을 던진 야당 의원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가 “안중근의 심정이었다”고 하니 거부감이 들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자칭 안중근’=‘괴담 유포자’, ‘근거도 없이 반대행동부터 하는 과격한 자’라는 식의 공식을 만들어놓고 이를 칼럼의 제목으로까지 뽑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이 같은 ‘말장난’은 자칫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희화하해 모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양주간은 이런 황당한 비야냥을 내놓을 시간에 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향해 정부가 “내가 좀 지나쳤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나 좀 찾아보라. 그리고 나중에 사과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순국선열의 이름을 자신이 욕보이고 싶은 대상에 붙인다거나 하는 황당한 짓은 그냥 처음부터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