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드루킹을 끌어다 쓴 판세분석, 과장하거나 안일하거나 지역 유권자의 민심을 지역 언론이 직접 파악하라
등록 2018.05.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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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 기간 : 2018년 5월 22일(화)~5월 28일(월) 
○ 모니터 대상 : 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은 경남도지사 선거만 포함)  

 

드루킹과 PK 선거 판세 연결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이번 모니터 기간 선거보도에서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드루킹과 연결한 PK 선거 판세 분석이었다. 지난 18일 조선일보가 드루킹의 옥중편지를 보도한 영향으로 보인다. 부산일보는 한 주 내내 정치면의 머릿기사로 또는 한 면을 털어서 드루킹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22일에는 드루킹 보도만 사설을 포함해 8건이었다. 같은 날 국제신문은 4건을 냈다. 하지만 실제 지역 민심(부산일보 24일 5면 <한국당 ‘드루킹 대응’ 중앙-PK 온도 차>, 국제신문 23일자 3면 <오거돈 文측근 아닌 중도계로 ‘제한적’ 서병수 자신감 회복·보수결집 계기>)과 달리 ‘드루킹 사건’의 파급력을 과장되게 해석하다보니 자유한국당 관계자의 자체분석 여론조사를 인용하고, ‘모 전문가’라는 불분명한 취재원이 등장하게 됐다. 

 

부산일보의 드루킹 판세분석, 과장하거나 안일하거나
드루킹에 대한 기사량은 많았지만 면밀한 수치에 근거했다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기사 제목이나 본문에 쓴 표현들을 모아보면 다소 과격하다.


‘드루킹의 옥중 편지가 부산·울산·경남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다’,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이 PK 정치권 지각변동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또다시 낙동강이 주목받고 있다’. ‘경남도지사 선거는 물론 부울경 전체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드루킹 사건이 부산·울산·경남 3곳의 판세를 일거에 바꿔놓을 수 있는 ‘메가톤급 변수’다‘와 같은 서술은, 희박한 근거에 비해서 과도한 전망을 담고 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안일한 분석도 했다. ‘민주당 후보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되던 6월 PK 선거에 대이변이 생길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할지 전국의 관심이 경남에 집중돼 있다‘ 라거나 ’정치전문가들은 ‘거부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온다면 민주당은 PK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확실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고 ‘찻잔 속 태풍’에 그친다면 한국당은 상당한 역풍을 맞게 된다‘고 썼다. 어느 경우든 들어맞을 수밖에 없는 서술이다. 드루킹이 한 번 더 언급된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정보가 없는데도 습관적으로 판세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일보는 <‘드루킹 의혹’ 거세게 文(문) 두드리는 野(야)>(5/22, 4면)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특검’이 몰고 올 파급력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라면서 ‘특검 국면과 맞물려 김경수 후보의 의혹이 더욱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경남 민심이 더 자극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썼다. 새로운 사실이 있든 없든, 의혹제기가 타당하든 아니든 간에 일단 드루킹을 계속 언급하는 것이 한국당의 선거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부산일보는 내용 없이 판세 분석마다 드루킹을 가져다 썼다. 한국당 전략에 대한 비판 없이 지면에 계속 드루킹을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당의 전략에 발을 맞춘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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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을 제목에 쓰거나 판세분석과 연결한 기사> (5/21~5/28) 부산일보, 국제신문

 

익명의 관계자를 동원한 주관적 전망 많아

 전망을 담은 기사는 확인되지 않은 취재원의 말에 의존했다. 22일 3면 머릿기사 <의혹 중심에 선 PK 정치권, 폭풍 속에 빠진 PK 선거>에서는 드루킹 사건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네 명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 박동원 폴리컴 대표, 김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보수 성향의 모 정치 전문가였다. 앞선 세 명이 “전국 단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경남선거에는 영향 있을 것”, “경남은... 다소 영향 있겠지만, 부산과 울산은 유권자들이 별로 관심 없는 듯”, “당락에 영향을 미칠 치명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한 것과 대조적으로 마지막 모 전문가는 “김경수 후보를 출마시켰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굉장히 오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보다 더한 악재는 없다”고 말했다. 앞선 세 명은 실명을 밝히면서 한 명만 익명 인터뷰를 한 것도 어울리지 않고, 기사 제목이 <···폭풍 속에 빠진 PK 선거>인 걸 보면 오히려 기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전망은 마지막 익명 전문가가 했다고 볼 수 있다. 네 명 중 한 명이 내세운 다소 편중된 전망을 제목으로 올렸다. 

 

무리한 의혹 제기

같은 면 아래 기사 <여권 내부 ‘관련자’ 또 있나?>(5/22, 3면 부산일보)에서는 ‘김 후보와 송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친문 핵심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연루자가 드러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던 만큼 또 다른 접촉자가 있었다면 그 인사의 캠프 내 위상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를 대선 시점으로 연결한다. 이어서 이준석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해서 “내가 듣기로는 청와대 안에 있는 다른 분도 연관되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초기부터 흘러나오던데”라고 썼다. 전형적인 카더라형 기사다. 

 

한국당 자체분석을 제목으로 채택해

25일 <앞서가는 민주당 오(오거돈)·철(송철호)·수(김경수), 추격가속도 서(서병수)·기(김기현)·호(김태호)>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본으로 해서 부울경 선거 판도를 전망한다. 표로 가져온 것은 리얼미터가 정례조사하고 있는 PK 지역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도다. 5월 후반에 들어서면서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올라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감소하는 것을 그래프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결과가 바로 서병수, 김기현, 김태호 후보 셋이 선두 후보를 따라붙는 가속도를 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제목 ‘추격가속도’의 근거는 한국당 관계자의 말이다. 기사는 ‘이런 추세는 한국당의 자체 조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4일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우리당 PK 시·도지사 후보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며 “이제 한번 해볼만하다”고 했다’고 쓰고 있다. 공인된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 자체분석을 전해 듣고 제목에까지 올린 것은 과도하다. 

 

지역 유권자의 민심을 지역 언론이 직접 파악하라
부산일보는 실제 민심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24일 5면 머릿기사 <PK ‘민심잣대’ 해운대을·김해을·울산북 재·보선 시선 집중>에서는 드루킹을 ‘메가톤급 변수’라고 다루고 있지만, 바로 아래 기사 <한국당 ‘드루킹 대응’ 중앙-PK 온도 차>에서 파악한 분위기는 다르다. ‘한국당 지도부는 ’드루킹 이슈화‘에 사실상 올인’ 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당 PK 정치권은 選(선)數(수)와 무관하게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며 ‘선거에 활용할 생각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을 피부로 느끼는 지역 정치권이 드루킹을 큰 변수로 여기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드루킹 이슈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부산일보 지면의 분석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28일 8면 기사 <[정가&] 이전투구 대신 정책·공약 대결 ‘모범사례’된 경남도지사 선거>를 보면 경남도지사 선거가 ‘중앙 정치권의 대형 이슈나 인신공격성 이전투구에 함몰되지 않고 정책 대결로 정면대결을 펼쳐 지방선거의 진면목을 보여주고’있다면서 ‘경남은 한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건‘의 영향력이 가장 큰 지역’인데 ‘그러나 김태호 후보는 이 사건에 그다지 연연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남 유권자들의 특성상 중앙 이슈에 기대기보다 ’맨투맨식‘ 득표활동이 더 효과적이다. ‘6전 전승’의 기록 보유자인 김태호 후보가 이 점을 놓칠 리 없다’며 김태호 후보를 추켜세우고 있다. 부산일보 스스로도 지역 유권자에게 드루킹이 큰 변수가 아니라는 것을 미루어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 주 내내 드루킹 소식이 지면에 자주 등장했을까.
 
지방선거 기사의 유형을 종합해보면, 캠프와 후보의 동정이나 판세 분석과 같은 정당발 소식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 주의 메인 이슈가 드루킹이 된 것도 정당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을 좇았기 때문이다. 선거기간에 지역 언론이 지역 유권자를 직접 만나고 관심사를 물어서 생생한 지역 민심을 파악하는 기사가 더 많았으면 한다. 


지역 연고 마케팅, 덜 주목하자

국제신문은 24일 4면 기사 <해운대을 보선 ‘호남 마케팅’>에서 해운대을 선거구 유권자의 20-30%가 호남출신이라는 점에 맞춰 후보들이 ‘호남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윤준호 예비후보는 배포용 명함에 배우자의 고향이 전남 보성이라고 명기하고, 재부 호남향우회 고위 인사들을 캠프에 영입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다음으로 바른미래당 이해성 예비후보는 호남출신 주민이 많은 반송지역에 선거사무소를 차려 표심 잡기에 나섰고 역시 호남 향우회와의 관련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 민주당 현역 지역구서 승패 갈라>(5/23, 5면 국제신문)는 ‘민주당 김태석, 한국당 이경훈 예비후보가 맞붙은 사하구는 ’남해 대 남해 대결‘이다. 사하구 인구에서 남해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남해 출신 공직자를 찾는 데 공을 들였고···김척수 전 사하갑 당협위원장 역시 남해 출신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사하구는 남해 마케팅이 대세라고 전했다.

 

이어서 <고성 현직 도의원 2명 김경수지지 선언>(5/25, 10면 국제신문)에서는 ‘김 후보가 고성 출신인데다 선친의 장지 또한 고성에 있는 것도 이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낸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성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백두현 후보는 김 후보와 고성초등학교 같은 반을 다닌 절친한 친구 사이다. 고성군 개천면에서 태어난 김 후보는 고성초등 5학년까지 다니다 진주로 이사했다’고 썼다.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은 지연과 학연 등 어떻게든 유권자와 공통점이 될 수 있는 고리를 찾아 본인을 각인시키려 한다. 후보 명함에 출신 지역과 학교까지 세세히 적어 넣고 출신 지역으로 호소하는 것이 현재 유권자와 지역 정치의 수준이라서 이를 반영한 기사라고 읽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의 지역 연고만 가지고 표를 줄 수는 없다. 출신지역을 밝히는 것에 더해 지역일꾼으로서의 자질과 역량도 기사에 함께 담아주길 바란다. 


의미 있는 정책이나 공약을 발굴하자

부산일보의 23일 6면 기사 <첨단 교통시스템·드론경기장…표심 잡기 ‘이색 공약’ 열전>은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예비후보, 박호국 남구3선거구 부산시의원 예비후보, 황재관 북구청장 예비후보, 황보승희 영도구청장 예비후보, 손상우 남구나선거구 구의원 예비후보, 박주미 부산시장 예비후보, 현정길 남구청장 예비후보, 김진용 강서구1선거구 시의원 예비후보, 방광원 부산진다선거구 구의원 예비후보의 공약을 소개한 기사였다. 헤드라인에서는 ‘첨단’이나 ‘드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만성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구척이나 노면 전차 도입, 어린이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반려동물 에티켓 학습공원 등 하나 하나 의미와 실현가능성을 따져 볼만한 공약들이 나열되어 있다. 시장선거에 나선 양강 후보의 공약은 주목도가 높지만, 구청장이나 구의원 선거에서 내세우는 공약 특히나 소수정당 후보의 공약은 ‘이색’, ‘열전’으로 가볍게 다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다소 낮은 후보의 정책과 공약이라 해도 지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있다면, 지면에서 무게 있게 소개해서 공론화하고, 당선된 이가 행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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