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자유한국당 ‘이재명 녹취’ 공세, 받아쓰기가 최선일까?24일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친형 부부에 한 욕설이 담긴 녹취파일 5건을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 6대 의혹 국민들께서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붙여 당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다음날 유튜브에서 이 욕설 음성파일’ 일부가 차단되자, 자유한국당은 비메오를 연계해 다시 파일 재생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대법원은 이 문제의 녹취 파일이 동의 없이 녹취되었다는 점을 들어 공개금지 가처분 및 공개자(이 후보 친형)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국민 알 권리’를 앞세워 파일 공개를 강행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성남시장 후보의 열세가 이어지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만회하기 어려워지자, 네거티브 진흙탕 공세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보입니다. 현재 이재명 후보 측은 홍준표 대표 및 박성중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에 대하여 즉각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공방 받아쓰기’ 나선 MBC․TV조선․채널A
이 소식을 당일 저녁종합뉴스로 전한 방송사는 MBC, TV조선, 채널A입니다. MBC <‘욕설 음성파일’ 당 홈페이지에 공개>(5/24 김경호 기자 https://han.gl/1ujp), TV조선 <‘욕설 파일’ 공개…이재명 “법적 책임 물을 것”>(5/24 조덕현 기자 https://han.gl/1ujo), 채널A <한국당, ‘이재명 욕설’ 공개>(5/24 송찬욱 기자 https://han.gl/1ujk)는 모두 사안에 대한 자체 평가 없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입장을 따옴표로 받아쓰며 나열하고만 있습니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TV조선이 보도 말미 “일부 민주당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에 이재명 후보를 거부한다는 의견과 서명이 담긴 자료집을 보냈습니다. 서명에는 만3천여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8천여명이 민주당원이었습니다”라는 ‘정보’를 추가했다는 것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이재명 욕설 음성파일 공개 이후 사안을 ‘받아쓰기’식으로 보도한 MBC‧TV조선‧채널A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5일 지면으로 이 소식을 전한 곳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뿐입니다. 이 동아일보 <한국당 홈피에 ‘이재명 욕설 파일’ 공개>(5/25 최고야 기자), 조선일보 <한국당 홈피에 이재명 욕설 파일 공개…이후보 측 “명백한 불법”>(5/25 이슬비 기자), 중앙일보 <이재명 욕설 판도라상자 열었다…이․남 둘 중 한명은 치명타>(5/25 김준영 기자) 역시 모두 한국당의 녹취 파일 공개 상황을 소개한 뒤 양측 입장을 따옴표로 따 나열한 보도입니다.
이런 보도는 발생한 사건을 객관적․중립적으로 전달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대한 논란을 만들겠다’는 자유한국당 측 이해관계에 부합한다는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선거에 관한 사항을 공정하게 다루지 못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사안에 대한 ‘관점’과 ‘해석’을 덧붙인 기사를 내놓은 곳은 한겨레 정도입니다. 한겨레 온라인 기사 <자유한국당, 이재명 ‘욕설 음성 파일’ 공개해>(5/24 정유경 기자 https://han.gl/1ujs)는 자유한국당이 녹취 파일을 공개하게 된 배경을 짚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남경필 후보가 밀리는 등 열세가 이어지자, 판세를 흔들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목전에 둔 이 시점, 사안을 외면해버리거나 논란을 그저 받아쓰기만 하는 보도를 넘어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관점과 해설을 제시하는 보도가 아쉽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2018년 4월 2일~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