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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금감원 탓’ 쏟아낸 TV조선
등록 2018.05.04 11:02
조회 791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를 회사와 외부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통보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5년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뒤 ‘흑자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분가치 평가 방법이 달라지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가 4,621억 원에서 1년 만에 4조 8,085억 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하필,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직전 해에 이런 일이 벌어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고의적으로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금감원은 작년 3월부터 관련 특별 감리를 시행하다가 잠정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금감원의 분식회계 잠정 결론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당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건 선택사항이 아닌 국제회계 기준상 의무사항으로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상장 시 모든 회계처리는 철저하게 검증해 3대 회계 법인으로부터 적정성을 인정받았으며, 회계처리를 통해 얻은 이득이 없다는 겁니다. 이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인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결과에 따라 필요할 경우 행정소송도 검토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한편,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이러한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밑작업’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이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는 근거가 됐다는 것입니다. 

 

 

채널A․MBN ‘미보도’
그렇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잠정 결정 소식을 7개 방송사는 어떻게 전했을까요? 우선 5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채널A, MBN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 MBN은 전날 삼성그룹 총수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채널A <삼성 총수, 이건희 아닌 이재용>(5/1 김현지 기자 https://han.gl/1tgp), MBN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체제 공식화>(5/1 신동규 기자 https://han.gl/1tgt)로 곧바로 전달한 바 있습니다. KBS는 2일까지는 관련보도를 내놓지 않았으나 3일에 2건을 보도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2건

2건

2건

3건

1건

0건

0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관련 보도량(5/1~3)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은 금감원 비판에 집중
TV조선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분식회계’ 논란 주가 폭락…“행정소송 불사”>(5/2 최윤정 기자 https://han.gl/1thb)는 앵커멘트부터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 총액이 하루 만에 5조 5천억 원 날아갔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재작년에 상장하면서 일종의 ‘분식 회계’를 했다고 지적한 여파입니다. 삼성 측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상장 당시에는 적법이라 했던 금감원이, 왜 이제 와 판단을 바꾼 건지, 이에 대한 논란도 뜨겁습니다”입니다. 이 보도의 초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피해를 준 금감원 비판’에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 보도 제목도 <“이제 와 분식회계라니”…‘삼성바이오’ 파문, 하루새 시총 5.5조 증발>이란 다분히 감정적인 표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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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투자자 피해 앞세워 금감원을 압박한 TV조선(5/2)  

 

기자 역시 “바이오 관련주들이 오늘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21%나 빠진, 40만4천 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오늘 하루만에, 시가총액 5조5천억여 원이 증발한 겁니다. 재작년말 상장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금융감독원이 어제 지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도 ‘금감원 탓’부터 시작한 것인데요. 


이에 비해서 금감원이 왜 1년여 간의 특별 감리 결과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길이로 보면 2분2초짜리 보도에서 9초에 불과합니다. 고작 “2015년 자회사 평가 기준을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꾸면서 이 회사가 1조9천억 원의 흑자기업이 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가 전부인 것이죠. TV조선 보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의 ‘밑작업’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없습니다.


보도의 나머지 부분은 삼성 측 입장 소개와 금감원 비판으로 채워졌습니다. 기자는 먼저 “삼성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까지 검토한다면서 즉각 반박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의 “회계법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국제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처리를 한 겁니다”라는 기자회견 발언을 직접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연이어 “금감원은 이 사안에 대해 2016년에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늑장 감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라며 직접 금감원을 비판했습니다. 보도는 “만약 최고 수위의 징계가 나올 경우, 삼성바이오는 상장 폐지될 수도 있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됩니다”라는 ‘투자자를 앞세운 으름장’으로 마무리되고 있기도 합니다. 
 


MBC․SBS․JTBC 모두 ‘이재용 승계 밑작업 주장’ 소개
반면 KBS, MBC, SBS, JTBC는 관련 보도에서 금감원의 결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반박, 시민단체의 ‘이재용 승계 밑작업’ 주장을 모두 전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JTBC입니다. <단숨에 거액 흑자→상장…‘분식회계’ 잠정 결론>(5/2 이주찬 기자 https://han.gl/1tgz)에서는 먼저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된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를 냈습니다. 그러던 2015년 단숨에 1조 9000억 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거래소에 상장됩니다. 이 회사가 갑자기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장부가 3000억 원이던 자회사의 가치를 4조 8000억 원으로 재평가해 회계장부에 반영하면서입니다. 금감원은 이 과정을 분식회계라고 판단했습니다”라며 ‘금감원이 분식회계 판단을 내린 맥락’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금감원이 시민단체가 제기해 온 의혹을 확인하면서 분식회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이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 표를 던진 명분 중 하나가 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크다는 점이었습니다”라며 ‘이재용 승계작업 일환’ 주장을 연이어 소개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입장은 보도 말미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회계처리는 국제 기준에 따른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로 요약하여 전했습니다.

 

JTBC는 이어진 <2년 전 ‘분식회계 의혹’ 제기…심상정 의원>(5/2 https://han.gl/1th0)에서는 2년 전 처음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한 심상정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심상정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금감원의 결과가 금융위원회의 감리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확정이 되게 되면 이재용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는 원점에서 재검토가 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JTBC는 3일에도 <금감원 “수조원대로 부풀린 가치, 되돌려라”>(5/3 이주찬 기자 https://han.gl/1tkv)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한 뒤 작성한 관련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복제약 시판승인을 받아 기업가치가 올라갔기 때문에 재평가를 했다”는 등의 삼성 측 해명을 반박했습니다.


SBS 역시 <금감원 “상장 앞두고 회계처리 위반”>(5/1 곽상은 기자 https://han.gl/1th3)에서 “삼성그룹이 미래 핵심 계열사로 키우고 있는 회사인데 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5년 당시 회계 처리를 위반했다고 오늘 금융감독원이 결론 내렸습니다. 이게 왜 의미가 있는 거냐면 이 문제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 짚었습니다. SBS는 다음날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 <5조 6천억 증발…“분식회계 아니다”>(5/2 정연 기자 https://han.gl/1th2)에서도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장부가에서 시장가로 바꾼 게 정당하냐는 겁니다”라며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였다”고 주장한 참여연대 측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KBS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5/3 오현태 기자 https://han.gl/1tku)에서 앵커가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이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거죠 ?”라고 묻자 기자가 “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했고, 이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거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죠”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구체정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MBC <‘분식 회계’ 의혹 합변 사후 합리화?>(5/2 노경진 기자 https://han.gl/1th4) 역시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과 금융업계에서도 ‘분식회계가 맞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을 사후에 합리화한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삼성 측이 거둔 실익이 분명히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가 커진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정당성이 부여됐다는 겁니다”라는 지적을 반복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1일~3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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