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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부상 기사에 왜 ‘얼평․몸평’이 들어가나
등록 2018.04.30 09:37
조회 598

지난 25일, 스포츠월드 단독 보도 <김사랑, 이탈리아 여행 중 추락사고…현재 응급 치료 중>로 배우 김사랑 씨가 이탈리아 여행 중 추락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 세간에 처음 알려졌습니다. 김사랑의 소속사 레오인터내셔널 측은 26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김사랑 씨가 2m 높이에서 추락해 골절상·타박상을 입어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김사랑 씨의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대중의 이목을 끌자, 언론은 어김없이 ‘사고 소식’과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소재’를 결합한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부상+외모․몸매 평가’ 엮어
가장 심각한 것은 김사랑 씨의 사고 소식과 김사랑 씨의 외모․몸매 평가를 뒤섞은 보도입니다. 여배우에 대한 무차별적인 외모․몸매 평가 보도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당사자가 다친 상황에서 언론이 그의 외모를 들먹이고 다른 무엇보다 ‘사고로 외모가 손상되었을까봐’ 걱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7일 오후 4시 기준 김사랑 씨 사고 소식을 전하며 ‘각선미’라는 단어를 사용한 보도만 12건에 달합니다.(네이버 검색 기준) 이 시기 사고 소식을 전하지 않고 오직 실시간 검색어 유입을 목적으로 ‘김사랑+각선미’ 혹은 ‘김사랑+다리 평가’ 조합으로 기사를 쓴 케이스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김사랑 씨 사고 소식과 각선미 키워드 엮기를 가장 먼저 시도한 매일경제 <김사랑 추락사고 부상 소식에 “몸이 명품인데” 응원 봇물>은 심지어 “특히 국내 최고 각선미 미녀로 불리는 그녀이기에 팬들은 혹여 흉터라도 남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라며 “몸이 명품인 배우인데 보험이라도 들었으려나”라는 등의 온라인 댓글을 소개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이후 <‘다리골절’ 김사랑, 백만불짜리 각선미>에서도 “특히, 김사랑하면 떠오르는 명품 다리에 입은 부상이라 팬들이 빠른 쾌유를 빌고 있다” “특히 다리가 길고 예뻐 ‘백만불짜리 각선미’로 불린다” “김사랑은 화보나 SNS 등을 통해 특히 각선미가 돋보이는 비현실적 몸매를 뽐내곤 했다” “소파에 앉은 김사랑의 명품 다리가 빛났다. 또, 과거 올린 한 화보 사진에서 과감한 디자인의 블랙 드레스를 입은 김사랑은 도발적 눈빛으로 길고 곧게 뻗은 각선미를 뽐낸다”라며 배우의 부상보다 ‘명품다리’ ‘각선미’ 등의 키워드를 부각했습니다. 


매일경제 뿐 아니라 한국정책신문, 국제뉴스, 푸드경제TV, 제주일보, 비즈트리뷴, 울산매일신문, 경상일보, 미래한국, 해럴드팝, 더팩트, 이코노미톡뉴스, 뉴스투데이, 전자신문, RPM9, 업다운뉴스, 한국농어촌방송, 이코노믹리뷰, 일요신문 등이 이러한 ‘각선미’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기사에는 노출 수위가 높은 김사랑 씨 사진도 ‘공식’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사고 소식을 전달한 뒤 몸매 전반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는 보도도 속출했습니다. MBN <‘어머님이 누구니’ 박진영, 김사랑 놀라운 몸매에 ‘갓 걸’ 환호 재조명>, enews24 <‘다리 부상’ 김사랑, 과거 유아인이 반한♥ 무보정 몸매 1등>, 경북신문 <김사랑, 9등신 황금 비율 뽐낸 원피스 자태 “진정한 몸매 종결자”>처럼 다른 연예인들이나 과거 촬영 현장 관계자의 ‘김사랑 씨 몸매 평가’를 전면에 부각하는 보도는 기본이었습니다. 

 

 

‘다이어트 비법’에 ‘마흔 넘어 다치면 잘 안 낫는다’는 네티즌 발언까지 소개 
여기에서 더 나아가 김사랑 씨의 ‘몸매 유지 비결’ ‘다이어트 비법’ 따위를 소개하는 보도도 적지 않았습니다.

 

서울경제 <김사랑, 힘없이 살아야 한다던 다이어트 방법 ‘예뻐 보이기 위한 노력’>의 첫 문장은 “배우 김사랑이 안타까운 부상을 당한 가운데 그의 다이어트 방법이 새삼 재조명 받고 있다”입니다. 아시아경제 <'충격적인 한 끼 식사'…김사랑이 공개한 혹독한 평소 식단>, <김사랑, 평소 몸매 관리 비법 들어보니…“하루에 2번만 식사해”>도 ‘사고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과거 그의 몸매 관리 비법이 화제’라는 내용의 문장으로 기사를 시작했습니다.

 

일요신문 <‘골절 수술’ 김사랑, 촬영장서도 독보적인 다리 각선미 눈길 “40대 맞아?”>, 톱스타뉴스 <김사랑, SNS 속 밝은 모습…‘40대 나이 믿기지 않는 동안외모’> 등은 ‘나이와 외모를 엮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 와중 울산저널과 한국스포츠경제는 각각 <‘이탈리아서 추락 사고’ 김사랑, 남다른 사이즈 공개로 시선 강탈>, <김사랑, 가슴 라인 돋보이는 ‘파격 드레스’로 시선 싹쓸이> 기사를 내놓았다가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신문은 ‘외모+나이’ 조합을 넘어 ‘부상+나이’를 엮은 <김사랑 다리 ‘똑’ 소속사 “맨홀 사고도 2차 수술도 아냐”…“마흔 넘어 잘 낫을까”>라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김사랑은 올해 41세인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로, 해외에서 작업 중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누리꾼들은 ‘마흔 넘어 다리에 이상이 생기면 잘 안 낫는다’며 ‘무슨 이유든 쾌유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전하는 식입니다.

 

부상 소식을 ‘다리 똑’이라는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한 염려보다는 ‘나이 많은 여성 배우’에 대한 비아냥에 가까워 보입니다. 
  


맥락 없이 불안감 부추기고 의혹 키우기도
부상 정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의혹을 키우고 맥락 없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동아일보 <김사랑 맨홀서 추락→맨홀 NO, 밝히기 곤란…누리꾼 “말 못 할 사연있나?”>는 소속사 관계자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며 “왜 사고 경위는 밝히기 어려운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밝히면 뭐가 곤란하길래 사고경위도 못 밝히냐”, “처음엔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소속사가 계속해서 명쾌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언플만 하는 걸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려고 한다”는 등의 네티즌 의견을 무차별적으로 소개했습니다.

 

로이슈 <김사랑, 둘러싸고 갖가지 잡음...‘뭔가 개운치 않은 현상황’> 역시 아직 정확한 상황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잡음만 무성해지고 있는 상황’ ‘개운치 않은 현상황’이라는 근거 없는 추정을 쏟아냈습니다.

 

부상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며, 반드시 그 사유를 언론에 구체적으로 공표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소속사가 ‘빨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며 ‘다른 일로 다쳤는데 숨긴 것 아니냐’는 식의 부적절한 음모론을 유포한 겁니다. 


헤럴드경제 <김사랑 “거의 힘없이 살고 있다”고 밝힌 까닭>도 “소속사는 사고 경위에 대해 스케줄 업체 등 여러 상황으로 오픈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놔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더욱 키웠다”라며 아무 근거 없이 사고 원인과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 기사는 제목으로 김사랑 씨의 ‘어딘가 삶의 의욕을 잃은듯한 목소리’를 부각하고 기사 내 “김사랑은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하차한 바 있어, 김사랑의 몸상태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등의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이는 ‘사고가 아닌 다른 이유로 다쳐 정황을 빨리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악의적 구성입니다.

 

그 외 수원일보 <'추락 사고' 김사랑, 정신적 피해 어쩌나…“무언가 죽으라고 했다”>, 시선뉴스 <김사랑 다리골절 사고 원인, 그 ‘망언’ 괜히 한말 아니었나… 설마 그것 때문에?> 역시 이런 유형의 문제보도입니다.

 
조세금융신문과 무등일보는 각각 <김사랑 맨홀 추락 "위급 상황에 10시간 비행 강행" 누리꾼 의문 제기>, <김사랑 맨홀 추락, 2차 수술 미정 "위급 상황에 10시간 비행 강행"…의아> 기사로 “응급 상황에서도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를 부각하여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업다운뉴스는 <김사랑 맨홀추락, 실족 사고 위험한 이유? 일본 가수 ZARD 보니>로 “김사랑의 맨홀 추락 소식에 실족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제 실족으로 세상을 떠난 유명인”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우선 이는 사고를 당한 배우 당사자에게 무례한 보도입니다. 나아가 아직 구체적 부상 정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보도이기도 합니다. 

 

 

‘열애설’부터 ‘무단횡단 논란’까지 꺼내들어
부상 사건과 전혀 무관한 과거 사건을 발굴해 엮어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부상+열애설’의 조합을 들 수 있는데요. 아시아경제 <배우 김사랑, 과거 박지성과 결혼설 재조명>, 교통신문 <추락사고 김사랑, 2013년 박지성과 결혼설 루머에 당황!>, 경남매일신문 <추락사고 김사랑, 한때 박지성과 결혼설 루머로 곤혹!>, 경인일보 <김사랑, 과거 박지성과 결혼설 재조명… 루머에 '당황'> 등은 모두 ‘사고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과거 열애설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두 이슈를 엮었습니다. 


중도일보 <김사랑, 미스코리아 출전 당시 ‘잠적 충동’…알고보니 ‘왕따’ 당했다>, 더퍼스트 < 김사랑도 왕따를?…미스코리아 대회 출전 당시 일화 재조명> 등은 “배우 김사랑의 추락사고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김사랑이 미스코리아 시절 왕따를 당한 사연이 재조명됐다”, “해외 추락사고 소식을 전한 김사랑의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 당시 왕따를 당한 사연이 재조명됐다”라며 갑자기 ‘왕따설’을 꺼내들기도 했습니다. 


베타뉴스 <김사랑, 다리 골절 떠오른 논란 ‘벌금까지도?’>, 국제신문 <‘추락 다리골절’ 김사랑, 과거 공항패션 찍다 무단횡단 논란> 등은 과거 불거진 ‘무단횡단 논란’을 들먹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조선 <SC이슈/2m구멍 추락→수술…김사랑 두번 울리는 무단횡단 논란>은 “안타까운 추락 사고를 당해 심한 충격을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굳이 1년 전 사건까지 꺼내들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냐는 게 중론”이라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그 외 봉황망코리아 <김사랑, 다치기 전 SNS 사진 살펴보니… ‘평온’>처럼 김사랑 씨가 다치기 전 SNS에 올린 사진을 ‘평가’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클릭=돈’ 수익구조와 낮은 인권의식, 그리고 무책임한 포털 
무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언론사가 포털사이트에 이런 선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독자의 클릭수가 광고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어뷰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언론인과 기사를 소비하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낮은 인권의식․젠더의식 역시 이런 어뷰징 기사 범람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침해적 기사를 ‘나몰라라 유통’하며 이득을 보고 있는 포털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공동 구성해 중복·반복 기사 전송(어뷰징), 기사로 위장한 광고·홍보, 선정적 기사 및 광고 등을 제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올해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 중복 송고 등 부정행위를 한 언론사에 부과하는 벌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 등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평가위에 언론사 이익단체․업계 이해관계자가 대거 포함된 데다가, 평가가 공정했는지 여부를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도 없어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털은 면피용 대책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어뷰징․선정 보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25~26일 온라인 보도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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