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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앞세워” 사드 반대 투쟁했다 폄훼한 조선일보
등록 2018.04.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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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시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한 후 민언련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빠르게 보고서에 반영되지 못한 제보에 대해서는 묶어서 아래와 같이 정기적으로 제보 내용을 확인해 전하겠습니다. 언론 개혁을 위해 관심갖고 제보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 23일 국방부는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의 공사 장비 반입을 강행했습니다. 전날부터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150여명은 기지 진입로 앞 진밭교에 모여 반대농성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해산시키고 기지에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경찰 3000명이 동원됐고,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폴리염화비닐(PVC)로 된 원형통 안에 서로 팔을 넣어 손을 잡고 그물을 몸에 두른 채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을 모두 끌어냈고, 과정에서 주민과 단체회원 28명과 경찰 3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기지 공사 장비와 자제는 기지 안으로 반입됐습니다. 

이를 두고 국방부의 무리한 집행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드 반대 단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드 반대 단체는 당장 필요한 장병 숙소 지방 및 오폐수 시설을 우선 설치 한 후, 미군 숙소 등은 북미정상 회담 이후 논의하자는 의견을 밝혔으나 국방부는 모든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고수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드반대단체가 ‘북미정상회담’ 이후를 언급한 것은 현재 북한이 핵시설물 폐기를 언급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북핵 견제’라는 사드 배치 명분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를 앞세워”…조선일보 ‘거짓말’로 사드반대 단체 비난
23일 조선닷컴은 <‘PVC관’에 할머니 팔 끼워 선봉에 세운 사드시위대>(https://bit.ly/2JnPNsj)라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 지면에는 게재되지 않았고 온라인으로만 게재된 기사입니다. 제목부터 조선일보는 ‘PVC관’에 할머니 팔을 끼우고 선봉에 세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기사 서두에서도 “반대 단체와 주민 200여명이 경찰 2000명과 맞섰다”며 “맨 앞에선 것은 나이든 할머니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꼭 시위대 전면에 할머니들을 앞세우고 이런 위험한 시위를 ‘지시’하는 이들이 있다”, “현장에 있던 인권위원회 관계자들도 이를 문제점이라고 보고 있다”는 경북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경찰 측은 시위대에 ‘외부인’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사드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이른바 ‘6주체’에서 시위를 컨트롤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측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종합해보면, ‘6주체’ 등 외부인이 개입해 사드 반대 투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이 ‘할머니’들을 앞세워 투쟁의 ‘선전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마디로 ‘후안무치’한 시위대라는 겁니다. 


그러나 현장은 기사 내용과 달랐고, 기사가 거짓이라는 제보가 민언련으로 들어왔습니다. 실제 23일, 주민들은 몸싸움을 최소화하며 버티기 위해 PVC 관에 팔을 끼워 인간 띠잇기로 저항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띠잇기에 참여한 사람 중에 ‘할머니’라는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조선일보 기사는 PVC관 인간띠잇기 사진을 실었는데, PVC관에 팔을 끼운 여성의 뒷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해당 여성을 ‘PVC관에 팔 끼운 할머니’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기사에 나와 있지 않은 여성의 앞모습 사진을 보면, ‘할머니’로 말할 수 없고, 해당 여성은 스스로 40대라고 밝히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및 사과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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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경찰뿐만 아니라 집회 참가자들의 인터뷰가 들어가 있고, 기사 전체가 현장성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진으로만 접하는 독자들과 달리, 인간띠잇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앞 뒤 모습과 상황을 분명히 확인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러나 기자는 40대 여성을 ‘할머니’로 순간 둔갑시키고, “시위대가 할머니들을 앞에 세운다”는 익명의 경찰관계자 인터뷰를 섞어 일종의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한 것입니다. 
사드 반대 농성을 하고 있는 소성리 평화회의 6단체는 “시위에 참여한 소성리 주민들은 젊은 참여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침탈 소식이 알려지자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달려 나올만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동원’이나 ‘도구 이용’이라는 조선일보 기사 내용을 반박했습니다. 또 경찰이 그물망을 끊기 위해 날카로운 칼을 휘둘렀다며 해당 기사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한 객관적으로 종합적인 취재없이 경찰의 발표만을 사실인양 보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된 상태입니다. 중재위의 엄밀한 판단 아래 조선일보의 악의적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끝> 
문의 유민지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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