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김경수-드루킹 의혹’ 터뜨린 TV조선, 과연 ‘합리적 권력 비판’일까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13일, 민주당 당원이 댓글 조작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조선일보‧TV조선은 곧바로 다음날(14일)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 폭로했습니다. 이후 의혹은 일파만파 커졌고 대다수 언론이 ‘정부‧여당 드루킹 댓글조작 개입 의혹’을 날마다 특종으로 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조선일보와 TV조선 등 보수언론의 성급하고 개연성 없는 의혹 보도가 넘쳐난다는 여론의 영향으로 6일 만에 16만 명 이상이 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그러자 TV조선은 시사토크쇼에서 국민청원에 대해 매우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 청원 뜨자, TV조선 ‘발끈’
TV조선은 국민청원에 상당한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언론 자유’, ‘권력 비판’ 등 그간 TV조선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가치들을 연신 강조하며 자사 보도를 정당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권력의 부패에 눈감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 찬양에 몰두했던 TV조선의 과거 치부를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4/16)는 해당 국민청원을 소개하며 먼저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을 하고 나선 자유한국당”부터 보여줬습니다. 이를 본 서정욱 변호사는 “저는 언론의 존재 이유, 생명이 뭐냐. 바로 이게 권력에 대한 비판이거든요. 정말 이게 아무 근거 없이 비판한 것도 아니고 상당한 신빙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권력을 이렇게 비판한 거 아닙니까? 이런 걸 가지고 취소 청원 말이 안 되고요. 이게 참언론의 모습”이라 주장했습니다. 고성국 TV조선 해설위원 “청와대 청원이라는 제도 자체가 직접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재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국민청원 제도 자체를 겨냥했습니다. 이어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언론이 지금 이 상황을 보고 있을 텐데 그들이 언론이고 정말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이 사태가 TV조선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언론이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가 정말 언론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비겁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며 비장한 연설에 가까운 발언을 내놨습니다.
‘언론 자유’ 목놓아 외친 TV조선, 왜 동의하는 사람은 10명 내외뿐일까
TV조선의 주장에 동의하는 시청자와 ‘다른 언론’이 얼마나 많을지는 알 수 없으나, TV조선의 이러한 과민한 반응이 오히려 신뢰성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청와대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청원 동의 여부는 모든 국민의 자유입니다. 국민청원 제도 재고까지 거론하며 이에 동조하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비난한 TV조선 주장에 따르면 TV조선 허가 취소 청원에 동의한 16만 명의 국민은 비겁한 사람이자 언론 자유를 부정하는 사람이 됩니다.
또한, 현재 국민청원에는 현재 TV조선을 옹호하는 청원도 다수 있습니다. <다른 언론은 TV조선 본받아야 한다>(https://bit.ly/2qHSBcH), <JTBC의 종편 취소 청원, TV조선 찬성>(https://bit.ly/2qJtTrL), <TV조선 살려주세요>(https://bit.ly/2Hykr4Z), <진정한 언론 TV조선을 지상파로 승격시켜 주세요>(https://bit.ly/2EYWxKK) 등 청원이 있으나 TV조선의 바람과 달리 이에 동의하는 국민은 10명 내외에 불과합니다. TV조선은 ‘허가 취소 청원’에 이렇게 과민하게 비난하기 전에, TV조선에 등 돌린 민심을 먼저 성찰했어야 합니다.
△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TV조선 ‘옹호’ 청원들
‘드루킹 사건’, 어떻게 흘러갔나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앞장선 ‘드루킹 사건’의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과 관련,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댓글 2개의 추천 수를 ‘매크로’로 조작했던 ‘드루킹’ 김 모 씨 등 민주당원 3명이 지난 17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발견해 고발한 사건이었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도리어 ‘드루킹 댓글 조작’의 배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도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의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경찰은 16일,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김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의례적 감사만 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0일에는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10개의 기사 URL을 보냈고 드루킹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이 이처럼 말을 바꾸며 논란이 키우고 있지만, 김 의원의 기사 URL 전송이 불법 댓글조작 개입을 증명하지는 못합니다. 김 의원은 기사 URL 1건을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만 말했고 드루킹도 “김 의원이 선플 운동을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사를 전송했고, 경공모 회원들이 자발적 추천하겠다는 의미로 대답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기사 홍보는 일상적인 일이며, 해당 기사 URL 10개에서도 아직은 매크로 등 불법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경찰도 드루킹 답변은 의심하고 있으나 김 의원의 ‘기사 홍보 부탁’에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원도 16일 기자회견에서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그 기사를 보내거나 한 적은 꽤 있었다. 그렇게 보낸 기사가 혹시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두 사람 간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 교환이 있었다고 밝혀져 추가적인 수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검찰은 드루킹 등 3명의 댓글조작 피의자를 17일 재판에 넘겼고 민주당‧김경수 개입 여부 등 남은 의혹에 수사를 착수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앙심을 품은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사생팬’이 ‘안티’가 되어 한 범죄”라 반론을 폈습니다. 김경수 의원 역시 “경공모(드루킹이 운영하는 까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라고 하는 그룹의 일부 일탈 행위에 대해서까지 그 배후에 제가 있거나 연루돼있는 것처럼 악의적인 정보가 흘러나오고 그것이 또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가 되고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쏟아지는 ‘김경수 댓글조작 개입 의혹 보도’, 쟁점은?
이 사태의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민주당 및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불법 댓글조작 개입 여부 △둘째, 불법 여론조작의 기준 △셋째, 드루킹 사례 외에도 수많은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포털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지금 언론 보도는 첫 번째 쟁점에 집중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경찰 조사 역시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쟁점인 ‘불법 여론조작’의 기준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그 기준을 제대로 잡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불법 여론조작이란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의 조직적‧정치적 댓글 활동이었거나, △정당이나 민간인이 금전 등의 지원, 직접적인 불법 활동 지시를 통해 조직적으로 ‘댓글 부대’를 동원한 경우를 말합니다. 그것이 아니라 당원이나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벌인 개인적‧조직적 여론‧홍보 활동, 다시 말해서 매크로 등을 동원하지 않은 기사 공유하기나, 댓글 달기는 자연스러운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분류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보도가 이 기준을 구분하지 않은 채, 누군가에게 댓글을 달자고 요청한 모든 활동들까지 모두 ‘불법’으로 묘사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세 번째 쟁점인 포털의 은 주요한 본질적 부분입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경찰‧군 기무사를 동원해 댓글 조작을 조직적으로 펼친 바 있고 드루킹 사건 외에도 오랜 기간 동안 포털에서의 여론 조작 의혹이 일었기 때문에 다른 여론조작 조직의 존재 여부,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하는 포털 시스템의 실패 등 근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언론이 잘 다루고 있지 않으며, 경찰이 여타 불법 여론조작 가능성이나 네이버 등 포털을 조사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아 보입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 의혹의 포문 연 첫 보도부터 ‘비약’
그렇다면 지금까지 많은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쏟아낸 ‘민주당‧김경수 댓글조작 개입 의혹’ 보도들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으며, 합리적 의심에 해당할까요?
조선일보는 14일 1면 보도 <‘댓글 조작’ 민주당원, 與핵심과 비밀 문자>(4/14 https://bit.ly/2HyBaFe) 등 7건의 보도로 ‘여당 핵심 의원의 댓글조작 개입 의혹’을 대서특필했습니다. 4면 <민주당 핵심, 댓글공작 개입 정황…여권서도 “사실이면 文정부 타격”>(4/14 https://bit.ly/2Hd8M8i)은 제목부터 ‘민주당의 댓글 공작 개입 정황’을 명시했습니다. 보도는 ‘그간 여권에서 보수세력의 댓글 공작 의혹을 제기했는데 드루킹이 보수세력이 한 것처럼 보이게 댓글을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여당 핵심 의원과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같은 날 저녁 TV조선 단독보도 <김경수 의원과 문자 수백 건 주고받아>(4/14 https://bit.ly/2EZxy9V)에서는 “경찰은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고 확인했”다고 보도했고요.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씨가 김 의원과 연락할 때 문자든 전화든 텔레그램만을 이용했다’며 보안에 극도로 신경 쓴 모습 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여권 핵심 김경수 의원이 댓글 조작 주범과 비밀 문자를 주고받았다’ 등 단정적 표현으로 ‘김경수 의원의 불법 댓글조작 개입’을 강하게 암시했습니다. 보도 제목에서부터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과 ‘비밀 문자 수백 건을 주고받았다’고 단정했고 “보안에 극도로 신경 쓴 모습”이라 규정했습니다.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는 묘사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엄청난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요. 선거 시기에 이런 정도의 내용을 단정적으로 언급할 때에는 객관적 근거와 개연성이 있어야 하며, 당사자의 반론을 담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TV조선은 14일 보도에서 ‘카더라성 폭탄’을 던지면서 김경수 의원 측의 반론조차 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김경수 의원은 보도 직후 “사실무근, 드루킹의 일방적인 문자”라며 강하게 반발했지요.
△ 댓글 조작 사건을 보도하며 김경수 의원과의 관계를 강조한 TV조선 <뉴스7>(4/14)
TV조선, 문자 보내면 ‘불법 여론조작 개입’?
그러자 TV조선은 다음날 <“두 사람, 기사 제목 등 주고받아”>(4/15 https://bit.ly/2vwLE3i)에서 “두 사람 간의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대선을 전후해 특정기사 제목과 기사의 온라인 주소 등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보도했고, “김 씨가 누군가와 협의해 댓글에 대한 ‘호감 비호감’ 조작 등을 한 것”이라는 사정당국 관계자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이번엔 김경수 의원이 댓글 조작 주범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댓글 조작’을 논의한 것처럼 보도한 겁니다.
그러나 김 의원이 10개 또는 그 이상의 기사 URL을 드루킹에게 보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불법 여론조작 개입 또는 지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 여론조작 개입’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김 의원의 불법 지시 정황이나 금전 등의 지원 정황이 있어야 합니다. 조선일보‧TV조선은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 하나로 ‘불법 여론조작 개입’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예단한 겁니다. 물론 김 의원의 능동성이 일정부분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 대해서 조선일보‧TV조선이 매우 성급하고 단정적이며 악의적으로 보도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드루킹과 김경수의 깊은 친분’ 강조하는 언론
조선일보‧TV조선, 이외에도 많은 언론들도 김경수 의원이나 민주당의 드루킹 댓글 조작 개입 의혹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보도에도 김경수 의원과 댓글조작 개입을 분명하게 입증하는 사실과 개연성이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그저 ‘김경수‧민주당-드루킹 간 깊은 인연’을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깊은 관계라는 것을 증명해야 불법 댓글조작 지시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의 친분을 강조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드러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김경수 의원이 경공모에 안희정 전 지사를 소개했다’는 점과 ‘오사카 총영사 인사를 청탁했다’는 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강연자로 추천했다는 것이 친밀한 관계나 불법 지시로 곧바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점, 인사 청탁은 성사되지 않았으며 그러자 드루킹이 김 의원을 협박했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드루킹 고소만 취하한 민주당’?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문화일보가 18일 <민주, 대선직후 합의에 없던 일반인 ‘드루킹’ 고발취하 요구>(4/18 https://bit.ly/2vnkkEq)라는 단독보도로 대선 직후인 지난해 9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의 고발 건을 취하하기로 합의할 때 민주당이 드루킹을 콕 집어 취하되도록 해줬다고 보도하자 조선일보가 여론전에 합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무관하다더니…여, 대선후 야에 ‘드루킹 고발취하’ 요구>(4/19 https://bit.ly/2vuCJPO)에서 이를 “민주당 차원에서 대선 공로자인 드루킹을 '관리'했다는 의미”로 보도했습니다. 김경수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드루킹 사건에 개입됐다는 의혹 제기입니다. 심지어 이 보도는 18일 문화일보의 보도 이후 민주당이 “드루킹 포함 여부를 몰랐다”고 보도하자 그에 대한 반박을 덧붙여 보도한 겁니다. 그러나 보도 내용은 문화일보 보도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당 대 당 협상으로 의원·당직자를 우선 (소 취하)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에서 한 건(문팬 사건)을 더 요구했다 '문팬'으로 돼 있으니 그냥 팬클럽이라 해주나 보다 했다”, “그 외 다른 개인에 대해선 소 취하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주장을 붙였을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의원 주장에 “민주당이 드루킹이 고발된 사건을 의도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설명”이라고 덧붙여 ‘민주당의 개입’을 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매우 개연성이 부족한 보도입니다. 보도에 드러난 사실만 보자면 드루킹이 포함된 14명의 ‘문팬’에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제안한 쪽은 국민의당이고 민주당은 “제출받은 고발 현황에 ‘문팬 14명’이라고만 적시되어 있고 성명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민주당은 14명에 드루킹이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단지 국민의당에 의해 고발된 우리 측 지지자 정도로 인식하고 고발 취하에 동의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문화일보‧조선일보가 공개한 ‘국민의당의 민주당 고발사건 리스트’를 보면 ‘설명불상자 14명, 문팬 위원회 소속’이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드루킹 등 ID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드루킹이 포함됐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밝힌 겁니다. 이렇게 되면 문화‧조선의 시각 자체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자기 당 지지자 14명 누리꾼들의 고발 취하에 동의했을 뿐, 그 네티즌 계정이 무엇인지, 거기에 드루킹이 있는지 몰랐다는 민주당 입장이 사실이라면, 드루킹이 포함된 누리꾼의 고발을 콕 집어 취하해 준 주체도 국민의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언론들이 ‘민주당이 콕 집어 고발 취하’로 바꾼 셈입니다.
드루킹 대선 때도 댓글조작, 여기에도 김경수 개입?
많은 의혹 보도들, 그리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주장은 결국 ‘지난 대선에서도 불법 여론조작이 있었고 이에 민주당이 개입했다’는 겁니다. 앞선 의혹 보도들이 개연성이 부족한 만큼 이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비약에 가깝습니다.
조선일보 <드루킹, 대선 때 댓글 조작?…野 "특검·국정조사해야">(4/16 https://bit.ly/2He2J3s)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이 실패할 당시 “친문 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받으면 그때는 도망갈 데가 없겠죠”라고 쓴 글에 착안해 “김 씨가 여권 내부의 상황을 소상히 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라는 야권 발 주장만 강조했습니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군지는 알아?”라는 드루킹의 글에 대해서는 “김 의원 등 여권 핵심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겠느냐”는 야권 누군가의 발언으로 해석을 대신했습니다. 이렇게 조선일보는 현재 민주당에 피해를 준 댓글조작 피의자로 기소된 드루킹과 야권의 주장만으로 ‘대선 댓글조작, 민주당 개입’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아무런 근거나 정황 없이 일방의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한 것이죠.
다른 언론사 사례도 있습니다. 채널A <“작년 경선 때 여론 조작 시도”>(4/17 https://bit.ly/2HLyIcl)는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에도 드루킹이 여론 조작을 벌인 것처럼 제목을 뽑았으나 정작 보도에는 그 내용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채널A는 “‘드루킹’ 김모 씨가 2년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을 만나”, “문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김경수와 드루킹의 인연’으로 보도의 절반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김 씨(드루킹)는 경찰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보고 여론 조작을 시도하려 했다’고 진술”했다며 ‘대선 여론조작’을 언급했습니다. 채널A의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더 이상의 설명은 없이 경찰 조사 결과만으로 “김 씨가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댓글을 조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라는 결론까지 도달한 것이죠.
그러나 이 또한 황당한 수준의 과장입니다. 드루킹이 경찰 조사에서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하려 했다”고 말했는데 채널A는 이를 보고 “문 대통령에 유리하게 댓글을 조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 정황”이라 규정한 겁니다. ‘여론조작 시도 진술’이 ‘여론조작 구체적 정황’으로 변하는 마법과 같은 보도입니다.
‘김정숙 여사’까지…너무 나간 보도들
이외에도 개연성이 부족한 ‘민주당‧김경수의 드루킹 댓글조작 개입 의혹’ 보도는 상당히 많습니다. 조선일보 <대통령 부인까지 등장하기 시작한 '드루킹 게이트'>(4/19 https://bit.ly/2JWT03h) 제하의 사설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경호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음 일정 장소로 가자고 재촉했지만, 김 여사는 경인선(드루킹 주도 정치모임)에 가야 한다는 말을 다섯 차례 했다”면서 “(김정숙 여사가)반드시 챙기고 가야 한다고 느낄 만큼 드루킹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김경수 의원을 “드루킹이 댓글 작업 결과를 보고해 온 김경수 의원”으로 묘사하기도 했죠. 그러나 현장을 직접 찾아온 수많은 지지자 중 일부를 찾아가는 것이 ‘김정숙 여사와 드루킹의 깊은 관계’를 증명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다섯 번 말했다는 것이 둘 간의 깊은 관계를 증명하지 않는다는 점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이 ‘드루킹 게이트 연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대선 후보의 가족이 열렬한 지지자가 누군지 아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조선일보의 단정적 논조에는 수많은 논리와 근거들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의 원본을 찾아 김정숙 여사가 다른 지지자 무리들도 일일이 찾아가 인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MBC, SBS 등 유수의 방송사들도 내면서 보도가 부실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언론은 권력 비판해야 한다”…TV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TV조선은 이처럼 자사의 행태는 전혀 반성하지 않은 채 <보도본부 핫라인>(4/17)에서 자사의 과거 보도까지 끌어다 자사 보도를 옹호했습니다. 패널로 나온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이라는 거는 원래 권력을 비판하라고 있는 거예요. 가장 큰 권력이 어디입니까? 정부죠. 정부를 비판하라고 언론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를 비판하는 건 언론의 사명이고 예를 들어서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보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누가 고발했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엄성섭 앵커는 “언론이 했죠”라고 맞장구쳤으며 다시 이도운 씨가 “TV조선, 한겨례, JTBC가 한 것”이라 호흡을 맞췄습니다. 이 씨의 결론은 “그래서 박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탄핵까지 간 겁니다. 그러면 문 정권의 잘못이 있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까? 그것도 언론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엄성섭 앵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아”하고 장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같은 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4/17)에서도 여상원 변호사가 “김경수 의원은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진짜 공인 중의 공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언론이 이 정도 의혹을 제기 못한다고 하면 언론이 존재할 이유는 저는 없다고 보거든요”라고 부장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권력 비판은 언론의 핵심적 역할입니다. 그러나 그 의무를 TV조선이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일단 TV조선 스스로 자신있게 내세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의 경우, 2016년 7월 미르재단 의혹 등을 먼저 보도했으나 끝내 ‘최순실’ 이름 석자를 밝히지 않았고 2개월 간 침묵하다 한겨레의 9월 ‘최순실 단독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다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를 놓고 박근혜 청와대와 힘겨루기를 하던 조선미디어그룹이 보도를 숨겼다는 의혹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는 권력을 비판하는 모습이 아니라 권력의 눈치를 보는 태도입니다. 최근에도 TV조선은 권력의 치부에 눈감았습니다. 4월 2일, 삼성 노조 탄압 문건이 폭로됐으나 TV조선은 8일까지 일주일 내내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많은 시청자들은 개국 첫 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했던 TV조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TV조선 개국일 <시사토크판>(201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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