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방송계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 외면하거나 선정보도하거나
등록 2018.04.1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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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갑질119와 방송 스태프 노조준비위원회가 18일 방송제작 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2일까지 진행된 이번 실태조사에는 총 223명의 방송제작현장 노동자가 참여했습니다. 응답자 중 93.7%가 여성이었으며, 99.1%는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프리랜서였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9.7%, 즉 10명 중 9명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해자는 방송사 소속 임직원과 방송영상제작사 임·직원 등으로 계약관계를 맺은 곳의 임직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이후 대처는 ‘참고 넘어갔다’가 80.4%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고용형태 상 열악한 위치’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응답자 78.5%는 방송 제작현장에서의 성폭력 발생 원인으로 ‘성폭력 행위자와의 권력관계’를 지목했습니다. 성폭력 예방 및 적절한 사후 조치를 위해서는 ‘성폭력 행위자 징계 등 처벌 강화’(89.2%), ‘성폭력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의무에 관한 규정을 프리랜서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종사하는 경우에도 확대 적용’(72.5%)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방송계 갑질119와 방송 스태프 노조준비위원회는 이날 자유의견을 통해 접수된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피해 및 목격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심각한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와 사례는 결국 ‘현장의 권력구조’가 범죄 발생 뿐 아니라. 사건 해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이날 방송스태프노조 준비위원회는 현장의 권력구조를 바꿔기 위해서는 방송제작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을 만들어 현장의 성폭력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외면’
한겨레21 ‘상품권 페이’ 보도 이후 지금까지 방송사들은 방송제작현장의 갑질 문제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방송제작 현장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저녁종합뉴스로 전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저녁종합뉴스로 한정하지 않을 경우 그나마 MBC가 뉴스투데이 <방송 스태프 90% “성폭력 당해도 참았다”>(4/19 이지수 기자 https://han.gl/1sub)와 온라인 기사 <작가·조연출들 “성폭력 당해도 비정규직이라 참는다”>(4/18 이지수 기자 https://han.gl/1sud)로, JTBC가 정치부회의 <Talk쏘는 정치/방송계에도 ‘성폭력’ 만연…사례 살펴보니>(4/18 강지영 아나운서 https://han.gl/1suc)로 사안을 언급했습니다. 반면 다른 5개 방송사는 19일 오후 4시 현재, 온라인 송고 기사조차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및 총수 일가 갑질 논란 보도는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저녁종합뉴스 기준 KBS 5건, MBC 9건, SBS 11건, JTBC 18건, TV조선 3건, 채널A 7건, MBN 12건에 달합니다.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이나 방송계 갑질․성폭력이나 모두 기울어진 권력 구조에서 기인한 문제인데 말이지요. 

 

 

보도 내놓은 온라인 매체는 ‘선정 보도’
방송사는 미보도가 문제였다면, 온라인 매체는 ‘선정 보도’가 문제였습니다. 이미 미디어스 <'성폭력 실태조사'도 언론에겐 선정적 먹잇감>(4/18 윤수현 기자 https://han.gl/1sui)에서 지적했듯,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기사 전면에 내세우지 말아 달라는 주최 측 요청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언론사가 자극적 제목을 붙여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19일 오후 5시 기준 구체적 피해 사례를 제목으로 부각한 언론사는 충청타임즈, 매일경제, 뉴스핌, 한강타임즈, 국민일보, 뉴시스입니다. 


구체적 피해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더라도, ‘충격’ 등과 같이 어뷰징 기사에서 주로 이용되는 자극적 단어를 보도 제목에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상황 및 사례가 얼마나 충격적인지’ 기사를 통해 확인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방송계 성폭력 좀 막아달라”… 구체적 피해사례 ‘충격’>, 매일신문 <방송 제작 근로자 89.7% 성범죄 피해 경험 ‘충격적’ 설문조사>, 뉴스핌 <“방송제작인력 10명 중 9명 성폭력 당해”…방송계 성폭력 충격적 조사> 등이 바로 이런 사례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방송제작현장 성폭력 실태>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이라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노동과세계 <방송제작현장 ‘프리랜서’ 성폭력 ‘구조적 문제’ 드러나>, MBC <온라인 송고용 기사/작가·조연출들 “성폭력 당해도 비정규직이라 참는다”>, 서울경제 <방송스태프 90% 성폭력 피해··· 프리랜서 고용불안이 원인>처럼, 개별 사례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부각한 매체도 있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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