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동물 학대 영상 노출 반복하는 TV조선․JTBC
등록 2018.04.16 11:58
조회 372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소식을 전하며 과연 그 ‘학대 영상’을 직접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은 이를 금하고 있습니다. 제26조(생명의 존중) ③항은 “방송은 내용전개상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상하는 장면을 다룰 때에는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했고요. 제37조(충격·혐오감)에서도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면서 각호에 “잔인하고 비참한 동물 살상 장면”을 언급해두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명존중의 가치가 더욱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뉴스는 어린이와 심약자들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뉴스에서 충격적인 동물학대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동물 학대를 비판하고 문화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그 결과가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해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잔인한 고양이 학대 영상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면피용 블러처리만 한 채 고양이 학대 영상 반복 노출한 TV조선
TV조선은 <고양이 학대 후 영상 유포…현상금 걸려>(4/12 하동원 기자 https://goo.gl/z5Dn4J)에서 “고양이가 목줄에 매달린 채 누워있습니다. 한 남성이 고양이 얼굴을 마구 때립니다. 고양이는 남성이 손을 뻗을 때 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냅니다. 고양이는 달아나지도 못한 채 경련까지 일으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한 남성이 고양이 얼굴을 마구 때리는 영상을 40초 넘게 보여주었는데요.

 

약하게 블러처리를 했다지만, 고양이가 남성에게 맞고 있는 그 장면과 맞을 때의 소리까지 긴 시간 노출하고 있어 ‘면피용 블러 처리’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TV조선의 이런 ‘동물 학대 영상 노출’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단신을 모아둔 <더하기 뉴스/추미애 대표 '1+1 홈쇼핑 정장' 화제>(10/7 박지호 기자 https://goo.gl/D4WSd5)에서는 당시 논란이 일었던 고양이 학대 사건을 전하며 “젊은 남성이 긴 몽둥이로 무언가를 때리는데 자세히 보면 새끼 고양이입니다. 도망도 못가고 계속 몽둥이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영상에선 비닐 봉다리 뒤에 숨어있다가 발로 밟힙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실제 고양이가 맞고 있는 영상과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내던지고 때리고…또 고양이 학대>(2017/10/8 석민혁 기자 https://goo.gl/YK3F2Q)에서는 ‘PC방 주인이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학대한 사건’을 전하며 또 30초가량 실제 학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상 역시 고양이 모습에 약한 블러처리를 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고양이가 남성에게 맞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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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학대 사건 소식을 전하며 
학대 장면이 담긴 영상을 30초 넘게 보여준 TV조선(4/12)

 
JTBC도 TV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아
JTBC도 이런 문제에서는 TV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신을 모아놓은 <뉴스브리핑/>(‘이건희 동영상 협박’ 전 대기업 간부 실형>(4/12 https://goo.gl/y2f2gD)에서 논란이 된 고양이 학대 영상을 노출했고요.

 

<이번엔 고양이 ‘소변 학대’…처벌 강화 목소리>(2017/10/7 이한길 기자 https://goo.gl/c4uSH3)에서는 “한 남성이 구석에 몰린 새끼 길고양이를 플라스틱 막대기로 때리기 시작합니다.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질러보지만,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항아리에 가두고 소변을 보기도 합니다” “주인이 갑자기 기르던 고양이를 집어던지더니 신고 있는 슬리퍼를 벗어 때리기 시작합니다”라는 기자 멘트와 함께 자료화면으로 학대 영상을 노출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현장 CCTV조차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있는 방송사들이, 알아서 ‘동물 범죄 영상’ 노출 관련 심의규정을 준수하길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심의규정을 위반하면 엄중하게 심의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조차 이런 문제에 대해서 둔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지어 방통심의위는 이영학 씨 아내의 투신 장면 CCTV 영상을 보도한 TV조선에 대해 고작 행정지도인 ‘권고’를 주는 데 그쳤습니다.

 

이런 식의 심의, 이런 식의 방송이 이어진다면 심의규정의 ‘생명의 존중’과 ‘충격·혐오감’ 등 여러 주요한 가치가 ‘지켜도 그만 지키지 않아도 그만’인 사문화된 조항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1일~4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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