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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보공개하란 결정에 삼성 편만 드는 조중동, 방송은 JTBC만 보도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허용석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범우 씨 유족이 고용노동부에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판결의 의미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던 이 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숨지자, 유족은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 씨 근무 기간 내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했습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벤젠 등 각종 유해․발암물질 등이 노동자에게 노출되는 정도를 분석․기록하여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하는 자료입니다. 직업병 피해자가 산재를 입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이 보고서가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유족의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요.
법원은 “해당 정보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고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대전고법 판결에 상고하지 않고 2월 18일, 유족에게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보도자료에서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 지침 개정을 추진하고, 노동자 생명·건강에 필요한 정보는 향후에도 적극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실제 3월 12일, 고법의 판결 취지를 수용한 대전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림프암 판정을 받은 김 모 씨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삼성의 반격과 고용노동부의 해명
그러나 삼성은 향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저지를 위해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자사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확인을 신청했고요. 삼성디스플레이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보공개 집행 정지를 요구했습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핵심 기술정보도 포함돼 있어서 자칫 핵심 공정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삼성 측 요청을 받아들여 4월 3일 위원장 직권으로 정보공개 집행을 잠정적 정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백혈병·림프종 피해자나 유족과 이들의 산재신청 대리인들이 삼성반도체 기흥과 화성·탕정 보고서를 신청했는데, 기흥과 화성사업장 보고서에 대해서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4월 5일,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전면공개 결정에 따른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노동부는 “법원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에는 기업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으며 “설령 해당 정보가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더라도 사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게 법원 판시”라 반박했습니다. 또 4월 9일에는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 기업의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하다 질병을 얻은 근로자에게 있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산재입증에 있어 꼭 필요한, 절실한 자료이기도 하다”라며 정보공개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삼성 입장 대변’한 조중동
법원의 판결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고용노동부는 왜 이처럼 ‘해명’을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을까요? 바로 고법 판결이 나온 2월 1일부터 4월 12일까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영업비밀이라는 삼성 측 주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월 1일부터 4월 12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에서 ‘삼성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 내용이 언급된 기사는 조선일보가 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경제면 기사와 사설을 보도해 각 2건씩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없이 2~3건의 기사를 내놨습니다.
경향 | 동아 | 조선 | 중앙 | 한겨레 | 한국 |
3건 | 2건 | 6건 | 2건 | 3건 | 2건 |
△‘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가 언급된 신문 보도량(2/1~4/12)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중동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삼성을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 보도 3건 외에 실업률을 비판하는 사설과 고용부의 화학물질 공개 결정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기사, 삼성의 악재 관련 기사 등에서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언급했습니다. 내용은 정보공개 결정이 기업(삼성)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앞서 <삼성 스마트폰 제조라인 공개하라는 고용부>(4/6 곽수근 기자 https://goo.gl/otkvsG)에서도 작업환경측정 보고서가 영업비밀이라는 삼성 측 주장을 대변했습니다. 기사의 첫 문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공장의 생산 라인과 공정, 사용되는 화학물질 등 영업 비밀 정보가 담긴 자료를 정부가 일반에 공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입니다. ‘감추려는 삼성’이 아닌 ‘공개하려는 고용부의 결정’이 논란을 일으켰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기사 말미에는 “공개될 경우 경쟁사로서는 핵심적인 운영 노하우를 손쉽게 취득할 수 있어 전쟁터에서 우리 무기 종류와 실탄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셈”이라는 삼성전자 측 입장을 소개했습니다. 반면 보고서 공개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기사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선일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쌓은 노하우 공개하라니” 삼성전자, 국민권익위로 달려가 행정심판 제기>(4/6 박순찬 기자 https://goo.gl/j9iyQh)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생산 시설의 작업 현황이 담긴 보고서를 잇달아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는데요. 이 역시 ‘고용부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는 취지의 설명입니다. 여기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요청에도 잇따라 보고서 공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판부가 공개하라고 결정한 온양 공장 외에 다른 삼성전자 공장의 작업 환경 보고서 공개도 잇따라 허용하고 있다”며 삼성 측 주장을 충실히 실었습니다. 이에 비해 노동자 안전을 위해 작업환경을 투명하게 감시한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모두 공개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와 시민·노동단체의 지적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직후 내놓은 <반도체 쏠림 걱정에, 국내외 압박도 거세고…>(4/7 박순찬․강동철 기자 https://goo.gl/AH7K6r)에서는 “삼성전자의 고민거리는 실적보다 외부 요인”이라며 그 한 요인으로 “백혈병 피해자 보상 문제에 이은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요구”를 들고 있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삼성전자 DS(부품) 부문장인 김기남 사장이 “‘우리의 20년, 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는 보고서가 공개되면 안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는 4월 12일 실업률을 주요 내용으로 다룬 <사설/실업률 17년 만에 최고, ‘거꾸로 일자리 대책’ 중단하란 신호>(4/12 https://goo.gl/5dgPFb)에서 또 다시 삼성 관련 고용노동부의 행태를 비난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산업 기밀에 속하는 삼성 반도체 공장의 정보 공개를 결정하기도 했다”며 “기업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떨어뜨”린 행위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동아, 중앙도 사설과 기사로 삼성 편들기에 합류
동아일보 <사설/노편향 갇혀 ‘반도체 코리아’ 영업비밀 공개한다는 고용부>(4/11 https://goo.gl/EQ8kDj)도 “기업 비밀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되면 삼성전자의 타격은 불가피”하고 “현재 중국 등 해외 업체에 독보적으로 앞서 있는 기술의 격차가 좁혀질 것은 분명하다”며 “가뜩이나 장관부터 산하기관장까지 노조 출신이 장악해 노동계 편향이 지적됐던 고용부”가 “노동계 시각에 갇혀 수출 20%를 차지하는 ‘먹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외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사설/고용부의 삼성전자 영업비밀 공개 결정은 무리수다>(4/9 https://goo.gl/9raJJd)에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결정에 대해 “정부를 믿고 작업환경 점검을 받아 온 삼성으로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 “근로자가 산재를 당했다면 원인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의 존립이 걸린 영업 비밀까지 까발리려는 것은 사업장 현실을 모르는 고용부의 무지에서 출발한 무리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매우 흥분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판결을 내린 것은 법원인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무식한 행태이며, ‘정부를 믿은 삼성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됐다니 참으로 민망한 수준의 사설이었습니다.
그나마 보고서 공개 판결 의미 전한 한겨레, 경향
반면 한겨레는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거부 논란 전문가들 “영업비밀 침해 주장 말 안돼”>(4/11 박태우 기자 https://goo.gl/8CoFHL)에서 “여러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삼성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회사가 측정기관에 제공하는 작업공정도도 기밀사항은 빼고 개략적인 위치만 제공”하는데다가 “작업환경측정을 기업이 선정한 외부기관에 위탁해 진행하는 만큼, 영업비밀이 보고서에 적힐 수 없”다는 겁니다.
경향신문도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막으려 “국가기술” 주장>(4/10 남지원․이윤주 기자 https://goo.gl/Y8hXYA)을 통해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분석한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전자가 발벗고 나섰다” “이미 법원이 ‘영업비밀이라 볼 수 없으니 노동자와 주민 안전을 위해 공개하라’고 했는데도 버티기에 나선 것“이라며 삼성 뿐 아니라 노동부, 시민․노동단체, 민변 노동위원회 등의 주장을 모두 전했습니다.
방송, JTBC만 유일하게 저녁종합뉴스로 소식 전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신문보다 관련 뉴스가 없었습니다. 애초 삼성 관련 불리한 판결 보도는 방송사 메인뉴스에서 찾아보기 힘들긴 합니다. 이번에도 2월 고법 판결 이후 저녁종합뉴스에서 ‘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논란’을 다룬 방송사는 JTBC뿐이었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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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관련 방송 보도 양상(2/1~4/10)©민주언론시민연합
JTBC는 먼저 판결 당시 <뉴스브리핑>(2/18 https://goo.gl/9UsYyW)에서 단신으로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법원 판결에 따라 유족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4월 들어서는 <“유해물질 보고서 공개” 법원 판결에도…>(4/2 김지아 기자 https://goo.gl/E7c1DT)에서 “삼성 측이 이번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 정부가 보고서 공개를 못하도록 요청”했음을 전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자신이 병든 원인을 알기 위해, 정부와 법원에 이어 이제 권익위 결정까지 기다려야만 하게 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같은 날 <인터뷰/‘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는 아직도…>(4/2 https://goo.gl/k1VQE8)에서는 반올림의 상임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를 전화 연결해 정보 공개의 필요성,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삼성 측 대응의 문제점 등을 짚었습니다. JTBC는 다음날에도 <권익위, 삼성 작업환경보고서 ‘비공개’ 결정>(4/3 김지아 기자 https://goo.gl/1G6qWy)에서는 “결정에 참여한 권익위 소속 행정심판위 상임위원 3명 중 1명이 삼성 전자 임원 출신”이라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MBC도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만 ‘뉴스콘서트’ <이세옥의 한마디/작업 환경도 영업비밀?>(4/9 https://goo.gl/j8Mp7N), ‘12 MBC뉴스’ <단신/삼성 작업 환경 측정보고서, 제3자 공개 지침 개정>(4/9 김성현 기자 https://goo.gl/YUJiDp)에서 이 사안을 다뤘고요. KBS와 SBS는 방송 보도 없이 온라인 기사로만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TV조선, 채널A, MBN은 방송 보도로도 온라인 기사로도 ‘삼성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방송사들이 보도를 해봐야 삼성 측 대변인을 자처하며 제 역할을 하는 노동부 비판이나 쏟아낼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무보도 행태가 차라리 ‘다행’이라고 평가해야 할까요? 언제까지 우리 언론은 이렇게 무개념 삼성 감싸기 행태를 이어갈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1일~4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2018년 2월 1일~4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