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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TV조선, ‘로비성 외유’ 지적에 왜 ‘비서 성별’ 부각하나
등록 2018.04.09 11:52
조회 913

5일 조선일보는 <자신이 비판했던 피감기관 돈으로 9박 10일 해외시찰>(4/5 최연진․이슬비 기자 https://goo.gl/3SkDRX) 단독 보도를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으로 비서를 대동해 해외 출장을 다녀왔음을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는 특히 야당의 입을 빌어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둔 KIEP가 김 의원에게 ‘접대성 출장’을 제공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언론은 타당한 근거나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그 대상이 누구이건 의혹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TV조선, 그리고 채널A가 ‘김기식 금감원장 해외 출장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비서 대동’이란 정보를 유독 부각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질과 무관한 정보, 반복 전달하며 ‘성추문’ 뉘앙스 풍겨 
조선일보 <자신이 비판했던 피감기관 돈으로 9박 10일 해외시찰>(4/5)는 도입부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시찰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뒤, “당시 시찰에는 김 원장의 여비서도 동행했다”고 했고, 이 기사의 소제목은 <여비서와 연구원 직원 4명 동행>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가 온라인으로만 송고한 <김기식, 여비서 동반 해외출장…정치권 “이런 경우 못봤다”>(4/5 이옥진 기자 https://goo.gl/4DGXF8)에서는 “해외 출장에 여비서가 동행한 것도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며 한 보좌관의 “국내 출장을 가더라도 방을 잡는 문제 등 때문에 이성(異性) 보좌진이 수행하는 경우는 없다”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 이옥진 기자는 “당시 김 원장 출장에 동행했던 여비서”의 현재 근무처를 밝혔습니다.


김기식 원장의 해외출장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떠나서 굳이 보좌진 동행을 문제 삼을 것이라면, 그의 성별이 아니라 보좌진 동행이 필요했는지 여부와 동행한 보좌진이 그 업무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김기식 원장이 ‘여성’ 보좌진과 함께했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한 것인데요. 이런 ‘정치인과 여비서’ 프레임은 안희전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성폭력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측면에서 특히 더 악의적입니다.

 

실제 이 기사의 온라인 판 해시태그는 “#여비서와 출장”, “#안희정 비서와 출장”, “#KIEP 전액부담”, “#김기식 상습”입니다. 이 해시태그는 더욱 더 조선일보의 ‘여비서’ 부각이 명백히 의도를 담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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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김기식, 여비서 동반 해외출장…정치권 “이런 경우 못봤다”>(4/5)에 언급된 ‘여비서’ 정보들과 해시태그

 


TV조선․채널A도 ‘여비서’ 정보 부각
조선일보 보도 이후 같은 날 저녁에 TV조선도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사찰…여비서 동행>(4/5 정수양 기자 https://goo.gl/dn8RSA)를 보도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이 보도도 제목과 내용에서 ‘여비서’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TV조선 정수양 기자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여비서와 함께 해외 시찰을 다녀온 건…” “김 원장과 수행 여비서가 열흘 동안 쓴 예산만 항공료와 숙박비를 포함해 모두 3천만 원에 달합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같은 날 채널A <김용태 의원은 ‘해외 사찰’ 거절>(4/5 김기정 기자 https://goo.gl/xmDVCX)에서도 “동료 의원도 없는 해외시찰에 여성 비서관까지 대동하고 간 것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정치권 반응을 소개했습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거절한 의원도 있는데…“여비서까지 대동 이례적”>입니다. 


반면 같은 날 이 이슈를 다룬 SBS는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 ‘논란’>(4/5 https://goo.gl/abzNWr)으로 김 금감원장의 해외 출장 논란을 전했으나, 제목은 물론이고 보도 내 어떤 문구에서도 비서의 성별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기식 원장의 출장 관련 논란과 대해서는 추후 공방과 후속보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TV조선, 채널A처럼 본질과 무관하게 ‘여비서와 동행출장’을 부각하며 사안을 선정적 가십으로 몰아가는 것은 전형적 옐로우 저널리즘 행태입니다. 이러한 보도는 동행한 보좌진을 추문에 몰아넣는 행태이며, 인권침해의 소지마저 있습니다. 관련 후속 보도를 내놓는 언론의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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