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연합뉴스TV의 ‘경마식 보도, 지역주의 조장 보도’, 선거 보도의 ‘반면교사’
등록 2018.04.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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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전국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이하 미디어감시연대)의 ‘선거보도 감시준칙’은 “선정적인 경마 중계식 보도”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지역주의·소지역주의 선거보도”를 감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지율과 각종 여론조사를 전하면서 선거를 후보 간의 단순한 경쟁으로 묘사하거나 ‘정당 간 전쟁’으로 과장하는 ‘경마식 보도’의 경우, 국민의 대표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선거의 가치를 ‘인물 간 인기 대결’로 치환해 버립니다. 특정 지역에 따라 후보의 유불리를 예상하는 ‘지역주의 보도’는 우리 정치사에서 늘 악용됐던 ‘지역감정’을 오히려 부추기는 악습입니다. 이런 보도는 정책과 비전에 따라 이뤄져야 할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합니다. 연합뉴스TV <뉴스20>(4/1)의 한 리포트는 선정적인 경마식 보도와 노골적인 지역주의를 한 데 합쳐놓은 보도로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전쟁 소설’ 같은 선거 보도…아무 공익도 없다 
문제의 리포트는 <탈환이냐, 수성이냐…타오르는 ‘PK혈전’>(4/1 https://bit.ly/2IXsRQj)입니다. 최창은 앵커는 “6.13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 중 1곳으로 꼽히는 낙동강벨트를 둘러싼 전운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줄곧 보수의 텃밭으로 꼽혀온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탈환 의지를 불태우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사수 작전에 돌입한 모습입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마치 한 편의 전쟁 소설을 읽은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준삼 기자도 “동남풍 전략을 앞세운 여당은 보수 야성으로 불려온 부산, 울산, 경남 공략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당 내에서는 한 곳이라도 탈환에 성공 한다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본격적인 낙동강벨트 공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보도는 ‘탈환’, ‘사수’, ‘전운’ 등의 표현으로 부산‧경남 지역의 선거를 ‘여야 간 전쟁’으로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선거를 장기판 위의 말을 움직이는 ‘게임’처럼 보도한다면 집단 간의 대립 구도가 심화될 뿐입니다. 지방선거는 전략가들이 지략을 뽐내는 놀이터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하고 지방자치를 실현할 일꾼을 뽑는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언론은 이런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보도를 지양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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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마식 보도와, 지역주의 조장의 전형을 보인 연합뉴스TV(4/1)

 

‘PK는 자유한국당이 맹주’, ‘노무현 고향인 경남이 핵심’? 지역주의 내면화한 연합뉴스TV
한편 연합뉴스TV 이준삼 기자의 “PK지역의 맹주 역할을 해 온 자유한국당도 사수작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당 내에는 PK지역 중 한 곳이라도 여당에 빼앗긴다면 당세가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는 상황”, “보수의 아성으로 불려온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언은 지역주의를 내면화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간 해당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등 이른바 보수정당의 지지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치러질 선거를 두고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의 소유물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욕에 가깝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타 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케케묵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경남”이라는 설명도 부적절합니다. 대통령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지방선거와 하등 관련이 없는 정보입니다. 이는 동향 출신의 후보자에게 검증 없이 표를 몰아주던 지역주의 망령을 자극하는 행태입니다.  

 

언론에도 고착화된 지역감정, 어디서 왔을까
SBS 디지널뉴스랩 데이터저널리즘 <마부작침> 시리즈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당시 SBS <'의도된 지역주의'…'우리는 남'이 아니라고 전해라>(2016/1/18 https://bit.ly/2EpiQJ7)는 지역감정이 불과 30년 전에 정치권이 만들어 낸 환상임을 데이터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SBS 보도는 12대 총선(1985)부터 19대 총선까지 지역별 정당 지지율을 분석해보니 “각 지역별 선호도, 즉 지역주의에 따라 몰표가 쏟아진 선거 결과는 없었”고, “반민주세력으로 규정되는 ‘집권당(여당)’과 ‘민주세력으로 규정되는 야당’의 대결 구도로 총선이 치러졌”다고 합니다. 1988년 13대 총선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호남에 따른 지역 구도가 나타났습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 6월 항쟁 직후 치러진 1987년 12월 대선에서 민주 진영의 김영삼‧김대중 두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해 노태우 정권이 탄생하고, 그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화 세력이 분리된 ‘김영삼의 통일민주당’과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집권당인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이 3축이 되어 선거를 치르면서 지역감정이 두드러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노태우)은 TK에서 86% 의석, 통일민주당(김영삼)은 PK에서 62% 의석, 평화민주당(김대중)은 호남에서 97%의 의석을 차지”하며 ‘지역주의 선거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김영삼‧김대중 분열’ 이후 각 당이 철저히 ‘지역정당체제’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지역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SBS의 설명입니다. 즉 1985년까지는 TK, PK 등 지역주의 관련 용어는 필요하지도, 통용되지도 않았으며 지역주의 선거구도 역시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지역감정에 매몰된 정당 정치의 폐해가 만든 용어를 언론이 계속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장 언론이 이런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역주의를 완전히 배제한 보도를 낼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인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2018년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기 직전 연합뉴스TV에서 나온 ‘경마식 보도, 지역주의 조장 보도’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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