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박근혜 마케팅’과 ‘문재인·노무현 마케팅’에 대한 TV조선의 ‘온도차’원칙적으로 이런 ‘후광효과’ 전략은 정책이 아닌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강조하며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것인 만큼, 부정적 선거 행태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대통령 마케팅에 대해 언론이 우려를 표하고 비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입니다. 실제 박근혜 씨와의 친분을 강조하다 급기야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했던 2016년 총선 당시, 적지 않은 언론이 이런 행태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기는커녕 ‘진박’등의 관련 ‘유행어’를 ‘유포’하는데 일조하며 한심한 수준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심해도 너무 심한 문․노 마케팅’ 지적한 TV조선
현 시점 여당의 ‘대통령 마케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방송사는 TV조선과 채널A, MBN 종편 3사정도입니다. 이 중 채널A는 <‘문재인 정부’ 허용 ‘노무현 정부’ 불허>(4/1), <“문재인‧노무현 이름을 못 쓰다니…”>(4/5), <뉴스분석/민주당 내전>(4/5) 등에서 대통령명 표기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내 갈등 양상을 꼬박꼬박 전달하는 정도였고요. MBN은 <‘친문 마케팅’ 허용>(4/6)에서 친문 마케팅을 금지하려는 민주당 선관위 결정이 백지화 된 상황을 전하며 앵커멘트로 “결국 친문에게 이롭게 된거죠”라는 비판을 덧붙이는 수준입니다.
반면 TV조선은 비판에 조금 더 적극적입니다. <너도나도 ‘문․노 마케팅’…당 제한 추진>(4/5 장용욱 기자 https://goo.gl/2vhz1i)은 앵커부터가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해 보겠다는 전략이긴 합니다만, 과거에도 많이 봤던 모습이라 썩 신선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민주당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47명중 20%가 넘는 10명은 2개만 적는 대표경력에 ‘노무현’이나 ‘문재인’ 관련 경력을 적었”으며 “‘문재인·노무현’ 마케팅을 놓고 후보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전했는데요. 기자가 이런 상황을 전할 때 보도 화면 좌측 상단에는 <과열된 ‘문·노 마케팅’>이라는 제목이 내내 띄워져 있습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문재인·노무현 마케팅 ‘심해도 너무 심해’>입니다.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의 ‘문․노 마케팅’ 과열을 지적한 TV조선(4/5)
이틀 뒤에도 TV조선은 <‘복심’ ‘달님’…너도나도 ‘친문 마케팅’>(4/7 주원진 기자 https://goo.gl/z31Lew)에서 “여당의 친문 마케팅 모습”을 전달하겠다며, 최재성 전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전해철 의원 등의 사례를 나열했습니다. 대통령을 이용한 무분별한 마케팅에 대해 명백히 부정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대통령 마케팅’ 지적 보도는 그 자체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유사 사례에는 이런 지적을 거의 내놓지 않다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현 여권의 ‘대통령 마케팅’에 일찌감치 냉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면, ‘기준이 정권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 TV조선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2016년 4월 총선에서는 대통령의 선거개입과 이를 활용한 대통령 마케팅을 그저 ‘선거 전략’ 정도로 평가하며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만 관심을 집중해서 보도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만 들어볼까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TV조선은 <대전 승부, ‘박풍’이 가른다>(2014/1/15 이재민 기자 https://goo.gl/rf35pW)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인물이나 당의 세력 못지않게,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는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청권의 여전한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마치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 마케팅을 해 보라’고 조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2016년 4월 총선 직전에도 TV조선은 <‘박근혜 마케팅’ 수도권 시들?>(2016/3/29 최원희 기자 https://goo.gl/W5WWx6)에서 “새누리당의 또 다른 고민은 탈당한 의원들조차 박근혜 마케팅을 하는 영남에서와 달리,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악재들로 지금까지의 가장 확실한 마케팅 방법이었던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 수도권에서는 잘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마케팅 그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보도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으며, 그저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라며 ‘마케팅 효과 문제로 활용이 줄었다’는 현상 분석이 전부였습니다.
또 <여 자체 분석, 영남 최소 10석 잃는다?>(2016/4/6 https://goo.gl/P1yPF1)에서는 앵커가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 선거판에 다시 등장했다고요?”라고 질문하며 ‘박근혜 마케팅’을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 기자는 “네, 대구경북의 이른바 맹주이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의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겁니다”라며 최경환 의원의 ‘박 대통령이 대구 선거가 걱정이 많아 밤잠을 못 이룰 것 같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이 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 기회를 한 번 더 달라’라는 발언과 김무성 대표의 ‘박근혜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노골적인 박근혜 마케팅 발언을 별다른 비판 없이 소개했습니다.
같은 날 <싸늘한 ‘TK민심’…결국 ‘무릎 사죄’>(2016/4/6 이유경 기자 https://goo.gl/mTCrHi) 역시 새누리당이 박근혜 마케팅 전략을 노골적으로 펼치는 모습을 다루고 있으나, TV조선은 여기에서도 아무런 비판 없이 “야당과 무소속 돌풍에 안방을 내줄 상황으로 몰리자, 돌파할 방법은 ‘박근혜 마케팅’뿐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합니다” “때마침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의 고민은 그만큼 커졌습니다. 대구 경북의 냉랭해진 민심이 새누리당에 반대하는 표로 연결될 경우, 자칫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라며 오히려 이런 마케팅을 정당화하는 듯한 뉘앙스의 설명을 쏟아냈습니다.
또 이에 앞서 <전통 시장 방문…격려>(2016/2/5 홍혜영 기자 https://goo.gl/S1FsTP)에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전통 시장을 방문하며 ‘진박 마케팅’에 나섰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경기는 한파만큼 얼어붙었지만 ‘시장 유세’에 강한 박 대통령을 향한 반응은 뜨겁습니다” “친박계 내부에는 박 대통령이 외부활동을 하면서 이른바 ‘진박’ 후보들의 부진을 반전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라는 등의 설명을 붙였습니다. 이 뒤에는 “‘진박 마케팅’ 논란을 의식한 듯 현장에는 지역구 의원인 친박계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만 오고 나머지 예비후보들은 불참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가 있지만 이 역시 박근혜 마케팅 그 자체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구절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기간 TV조선은 <박 대통령 충북전북 잇따라 방문>(2016/4/8 홍혜영 기자 https://goo.gl/2nrHh6) 등의 보도에서 “순방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충북과 전북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가뜩이나 총선용이라는 의심이 나오는데, 충북 옥천에는 육영수 여사의 생가도 있죠”라며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 행태에 우려를 표하기는 했습니다. 그나마 ‘뉴스를 쏘다’ 프로그램의 <박 대통령과 사진 찍고 ‘세일즈 경쟁’>(2016/2/18 김재곤 기자 https://goo.gl/7SXJhE)에서 “(일부 의원들이)대통령을 활용한 총선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이럴땐 참 빠릅니다”라는 비아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언급한 ‘박근혜 마케팅 독려형 보도’에 비하면 극히 드문 사례에 불과합니다.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는 ‘선거 연계 마케팅’을 적극 독려했던 TV조선이, 최근 민주당의 ‘문재인 마케팅’에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TV조선의 이런 행보가 언론으로서 ‘원칙에 눈을 떴기 때문’일지, 아니면 ‘특정 정당 선거운동’에 나섰기 때문인 것인지, 그 결과는 앞으로 TV조선이 내놓을 지방선거 보도 양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