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탄압받는 야당’ 프레임 만들기 나선 조선일보의 무리수
창원시장 공천 관련, 사실 관계 달라도 ‘야당 탄압’이라 우겨
등록 2018.04.03 18:44
조회 311


지난 3월 31일, 조선일보는 1면에 <한국당 선거 후보 확정되자, 또 경찰수사>(3/31 https://goo.gl/YPbXw6)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창원시장 후보로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한 날, 경찰이 조 전 부지사를 채용 비리 의혹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입니다. 조선일보는 1면에 이어 8면에도 <울산 이어 창원…한국당 “이젠 공천 발표가 두렵다”>(3/31)라는 5단 기사를 내며 한국당이 제기한 ‘경찰의 표적수사’ 주장을 다뤘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관련 내용으로 사설까지 냈는데요, 사설 제목이 <독재 시대에도 이토록 노골적인 야 후보 수사는 없었다>(3/31 https://goo.gl/6ckXCa)입니다. 1면기사, 8면의 5단 기사, 사설까지 조선일보가 힘을 실어 다루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야당 탄압이라는 조선일보…사실 관계 확인하고도 왜곡
조선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경남경찰청이 30일 자유한국당이 조진래 전 의원을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하자마자 조 전 부지사를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울산 시청 압수수색 건을 언급하며 “보름 시차를 두고 울산과 창원에서 야당 후보가 공천되는 날 그에 대한 경찰 수사가 벌어진 것”(사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30일 경남지방경찰청은 “4월 초 소환조사를 하겠다는 일정은 조 전 부지사가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오늘로부터 열흘전인 20일에 이미 변호인과 조율된 것”, “한국당 공천 발표일에 맞춰 경찰이 언론에 수사 사항을 밝힌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천 발표 당일 수사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에 소환조사 일정까지 조 전 부지사 측과 조율을 마쳤고, 그 사실이 조 전 부지사의 공천이 확정된 시기에 알려진 것이지, 경찰이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경찰 보도자료를 확인했음에도(기사에 적시) 1면 제목을 <한국당 선거 후보 확정되자, 또 경찰 수사>로 뽑으며 탄압받는 야당 이미지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한국당이 공천하자 수사가 들어간 것이 아닌데, 조선일보의 제목은 경찰 수사의 ‘의혹’을 오히려 만드는 모양새입니다. 8면 <울산 이어 창원…한국당 “이젠 공천 발표가 두렵다”>에서는 기사 하단에 [최근 경찰의 야권 인사 수사]라는 표를 삽입했는데, 조진래 전 의원 공천이 확정된 날 경찰이 채용 비리 혐의로 소환 예정인 것을 공표했다고 확정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K-010.jpg

△ 조선일보 8면 기사에 삽입된 표(3/31)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설은 한 발 더 나갑니다. 조선일보 사설은 “민주당 후보 9명, 한국당 후보는 8명 정도 수사하고 있다”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발언을 다룬 뒤, “(경찰은)편파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여당은 예비 후보들이고 야당 후보 두 명은 공천이 확정됐다”며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그것도 공천 확정 날 수사로 찬물을 끼얹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예비후보와 공천 확정 후보를 비교하며 야당 탄압을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사설 수준이 한심할 따름입니다. 경찰이 조 전 부지사를 수사하고 소환일정을 조율할 때는 ‘예비 후보’ 때입니다. 또 예비후보가 공천이 확정됐다고 해서 하던 수사를 멈추는 것은 더 이상한 일입니다. 오히려 선거 전에 수사를 빨리 진행해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보장해야합니다. 수사를 지지부진하게 끌어 당선 된 후 형이 확정되면, 유권자들의 표도 사표가 될 뿐 아니라 재선거 등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입니다.


수사 중인 민주당 후보를 공천 가능성이 없는 ‘예비후보’인양 언급한 것도 사실과 다릅니다. 이는 조선일보 8면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8면 기사 말미에 조선일보는 “경찰은 이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더불어 민주당 소속 구본영 충남 천안시장에 대해 불법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구 시장은 재선 도전 의지를 밝힌바 있고, 이른바 ‘현직 시장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후보였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이런 앞 뒤 안 맞는 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공천을 하자 수사가 시작됐다는 주장은 30일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 논평에서 처음 언급됩니다. 한국당은 “마치 공천 확정 발표만을 기다린 듯 경찰이 조진래 자유한국당 창원시장 후보에 대하여 수사를 착수했다고 한다”면서 “참 신속하고 조직적이고 악랄하다”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천 발표하는 날마다 이토록 공천자를 난도질 하는 것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던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 “독재 시대에도 이토록 노골적인 야 후보 수사는 없었다”부터   내용까지 모두 자유한국당 논평과 궤를 같이 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당과 언론사의 입장이 같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사실관계가 제대로 맞지 않는, 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생떼쓰기입니다. 사실관계도 마친 조선일보가 왜 한국당의 주장에 부화뇌동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사천논란’으로 다룬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31일, 다른 신문은 조진래 후보자 공천과 경찰 수사를 어떻게 다뤘을까요? 조선일보 외에 해당 이슈를 다룬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였습니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경찰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가 아닌 홍준표 대표의 무리한 공천으로 빚어진 당내 갈등과 ‘후보 개인의 문제’로 다뤘습니다.

 

신문사 기사제목
경향신문 <2019승 보수의 아성 PK가 심상찮다>
조선일보 <한국당 선거 후보 확정되자, 또 경찰 수사>
<울산 이어 창원…한국당 이젠 공천 발표가 두렵다”>
<독재 시대에도 이토록 노골적인 야 후보 수사는 없었다>
한국일보 <홍준표발 공천 잡음…한국당 벌집 쑤신 듯>

△ 자유한국당 조진래 창원시장 공천 확정 관련 기사(3/31)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일보 <홍준표발 공천 잡음…한국당 벌집 쑤신 듯>(3/31 https://goo.gl/KiALTE)은 홍 전 대표가 조 전 부지사를 전략공천하며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홍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위기감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경찰이 경남테크노파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 전 부지사를 소환 조사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다룬 후, 경찰 조사를 비난하는 홍 전 대표를 언급하고,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았다며 “당내에서조차 황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경향신문 <20전 19승 보수의 아성 PK가 심상찮다>(3/31 https://goo.gl/M9zH87)도 ‘스스로 무너지는 한국당’이라는 작은 제목을 뽑고 조 전 부지사의 공천 소식을 다뤘습니다. 기사는 “(한국당이)창원시장 후보에 홍대표의 영남중․고교 후배이지 측근인 조진래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공천하기로 의결했다”면서 이에 대한 안상수 현 창원시장의 반발과 탈당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어 “후보 개인의 문제까지 겹쳤다”며 채용비리 연루 혐의를 언급했습니다.

 

홍 대표의 전 측근 기자회견도 ‘경찰의 야권 인사 수사’라니
조선일보는 이날 선거를 앞둔 야당탄압이라며 여러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8면 표에서는 [경찰의 야권 인사 수사]라는 표로 △송도근 사천시장 후보(뇌물수수 혐의 압수수색)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아파트 비리 혐의로 시장 동생 수사, 직권남용혐의로 비서실장실 압수수색) △조진래 창원시장 후보(채용비리 혐의 소환예정) △홍준표 대표(항공보안 검색 면제, 측근 폭로 회견 예고)를 나열했습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전 측근이 ‘폭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왜 ‘경찰의 야권 인사 수사’ 목록에 들어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경찰과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또 홍 대표가 울산공항에서 김포로 가는 중에 보안 검색대를 지나지 않은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홍 대표와 상관없이 보안검색 절차를 지키지 않은 울산지사장 등 2명이 수사 대상이고, 직원들이 보안검색 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면 그에 응하는 처분을 받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 이를 사설에서까지 언급하며 “야당 탄압을 하던 독재 시대에도 이렇게 노골적인 일은 없었다”고 한탄했습니다. ‘항공안전법’을 어긴 직원을 수사하는 것까지 홍 대표에 대한 경찰 탄압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조 전 부시장의 수사부터 홍 전 대표까지 사실 관계가 맞지 않은 내용을 ‘경찰의 야권 인사 수사’라는 표에 우겨넣는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야당 탄압’이 실제 자행되는 양 보이려는 무리수일 뿐입니다. 탄압받는 야당이미지로 보수진영의 결집을 꾀하고자하는 한국당의 선거 전략과 딱 맞아 떨어지는 행태를 왜 조선일보가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선거 운동원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3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vote2018_monitor_00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