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개헌안을 전하는 TV조선의 ‘남다른’ 방식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했습니다. 개헌안의 내용은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에 걸쳐 분야별로 공개되었습니다.
20일에는 헌법 전문·기본권·국민주권 강화 관련 헌법개정안이 발표되었습니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과 6·10항쟁을 넣고, 국민주권 강화를 위해 국민 발안제와 국민 소환제를 신설하는 한편,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기본권을 강화하고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한편,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도록 개선한다는 내용 역시 포함되었습니다.
21일은 지방분권과 경제 민주화 관련 개헌조항이 발표되었습니다. 우선 지방분권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재정권과 입법권ㆍ행정권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수도 이전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도는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되었습니다. 경제조항 분야에서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하는 토지 공개념 내용을 명시하고, 현행 헌법의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에 ‘상생’을 추가했습니다. 그 외 소비자 권리, 기초학문 장려의무를 부과하는 조항 등도 신설되었습니다.
22일에는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시하며,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무총리 국회 선출·추천 방안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한 총리가 정당을 달리할 경우 이중권력 상태가 계속되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대신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해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사면권을 제한하는 한편 국무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했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제도와 관련해서는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하향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선거의 비례성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헌법 개정안 전문이 담긴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자료집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이북(eBook)으로 제작해 23일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배포되고 있기도 합니다.
10건 중 8건 제목에 ‘부정 의견’… TV조선의 남다른 태도
3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관련 보도량은 JTBC가 1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MBC와 MBN이 각각 13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SBS, 채널A는 각각 7건, 9건으로 그 절반 수준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9건 |
13건 |
7건 |
16건 |
10건 |
9건 |
13건 |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관련 보도(3/20~4/1)©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수많은 개별 이슈로 구성된 개헌안을 다룬 보도에서는 단순 보도량보다 ‘청와대 개헌안 발의’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태도와 ‘이번 개헌안 내용 중 어떤 내용을 부각하여 어떤 논조로 전하고 있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모로 가장 ‘남다른’ 태도를 드러낸 것은 TV조선이었습니다.
우선 TV조선은 이 기간 10건의 관련 보도 중 4건의 보도 제목에 한국당의 주장을 큰따옴표로 직접 인용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개헌 밀이붙이는 청 의도는?>, <청 개헌안 전문 공개…국무회의 심의 생략>처럼 개헌안 발표 및 여론조성, 의결 과정 등에 대한 부정 의견을 표명한 제목은 4건입니다. 전체 보도량 대비 비율로 따지면 10건 중 8건. 80%에 달하는 관련 보도 제목을 통해 이미 개헌안의 내용과 처리 절차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전한 셈입니다.
<“공무원 파업권 인정” vs “표결하면 제명”> |
3/20 |
<따져보니/개헌 밀이붙이는 청 의도는?> |
|
<청 ‘토지공개념 명시’ 개헌안 발표> |
3/21 |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vs “서민경제 타격”> |
|
<4년 연임제도 도입…선거 연령 18세 조정> |
|
<청 개헌안 전문 공개…국무회의 심의 생략> |
3/22 |
<통장 앞세워 개헌 서명…검, 수사 착수> |
|
<개헌안 내일 발의…야 “철회” 반발> |
3/25 |
<국무회의 의결…50분 만에 ‘일사천리’> |
3/26 |
<순방 중 전자결재…야 “저항운동 검토”> |
△TV조선 개헌 관련 보도 제목 속 한국당 발언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른 방송사는 어땠을까요? 제목 내 부정 어휘 활용 비중이 높은 순서대로 살펴 볼 텐데요. 우선 채널A는 한국당 주장을 제목에 직접 인용한 건수가 2건이었으며, <개헌안, 40분 만에 국무회의 통과>처럼 졸속 처리를 암시하는 제목 1건, 그리고 <개헌 협상 개시…여전한 입장차>처럼 무작정 부정 어휘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어쨌거나 관련 논란을 다룬 제목이 1건이었습니다. ‘입장차’ 정도의 표현을 포함해도 44% 수준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KBS의 보도 제목 속 부정 어휘 인용 및 사용 비중은 40%, MBN은 31% 정도입니다.
MBC의 경우 아예 한국당 주장을 그대로 따옴표 인용한 보도 제목이 없었으며, <내일 개헌안 발의 야당 '반발'>처럼 ‘반발’ 정도의 표현을 사용한 보도 제목이 1건, 그 외 개헌안 논의에 대해 ‘지지부진’ ‘첩첩산중’ 등의 표현을 사용한 보도가 2건으로 ‘억지로 끌어 모아도’ 전체 보도 대비 부정 어휘 사용 비율은 20%대에 그칩니다.
JTBC는 보도 16건 중에서 <개헌안 내일 발의…한국당 “야4당 공동대응”>에서만 한국당 주장을 직접 인용했으며, 여기에 ‘뜨거운 논란’, ‘동상이몽’ 등의 표현까지 포함해야 제목 내 부정 어휘 활용 비중이 19%가량 나옵니다.
SBS 역시 한국당 주장을 직접 인용한 보도가 없었으며, <‘총리 선출’ 놓고 격돌…뭐가 다르기에>의 ‘격돌’ 표현을 부정 어휘로 분류해야 보도 제목 속 부정 어휘 활용 비중이 겨우 14%가 됩니다. 결국 TV조선을 제외한 다른 모든 방송사는 ‘많아도 절반 이하’, ‘적으면 10% 내외’의 제목에 한국당 주장을 인용하며 개헌안 및 개헌안 논의 과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부각한 것입니다.
첫날 보도에서도 ‘야권 반발로 개헌 시계 멈췄다’ 강조
제목만이 문제는 아니였습니다. TV조선은 보도 내에서도 한국당의 반발을 부각하며 개헌안 통과가 어려울 것임을 강조하는 한편, ‘개헌안의 내용’ 보다는 ‘청와대의 의도’ 분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개헌안 내용 일부가 처음 발표된 20일 관련 보도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개헌안 발표 첫날부터 개헌안 내용보다 청와대 의도분석에 집중한 TV조선
관련 첫 보도 <“공무원 파업권 인정” vs “표결하면 제명”>(3/20 최지원 기자 https://goo.gl/Z7afhm)은 앵커 멘트에서부터 “국회에서 별다른 합의가 없으면 오는 26일 발의를 하겠다는 건데, 자유한국당은 표결에 참석하는 소속의원은 제명을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라며 한국당 측 반발 양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야당은 국회에서 부결을 다짐하고 있습니다”라며 “개헌안 공개 첫날, 개헌 시계는 멈췄습니다”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어지는 <따져보니/개헌 밀이붙이는 청 의도는?>(3/20 최현묵 기자 https://goo.gl/bP8FGS) 역시 “앞서 보신대로 야당 반대로 사실상 개헌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청와대는 오늘부터 사흘 연속 개헌안을 발표하기로 했지요. 왜 이렇게 하는지 최현묵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라는, ‘야당의 반발’에 초점을 맞춘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이후 앵커와 기자는 청와대가 개헌안을 연사흘 발표하는 이유를 추정하는 대화를 나누는데요. 이 대화에서 두 사람은 ‘청와대는 이렇게 말했지만 야당(한국당)이 분석한 진짜 속내는 이러하다’는 식의 화법을 반복적으로 구사합니다.
앵커 : 청와대가 개헌안을 연사흘 발표하는 것도 특이한데, 왜 이렇게 하는 겁니까?
기자 : 청와대는 “한번에 다 발표하면 내용이 많아 국민 이해를 구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하지만 야당 등에선 청와대가 대 국민 홍보전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앵커 : 그러니까 사흘 내내 청와대가 개헌안을 내놓은 사실이 언론에서 주목받게 하겠다 뭐 이런 뜻이겠지요? 하지만 야당이 반발하는 걸 보면 국회 통과는 어려워 보이는데 청와대가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는 뭡니까?
기자 :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를 위해 할수 없이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야당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합니다. 대통령 권한은 크게 줄이지 않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안을 내놓은뒤 야당 반대로 무산되는걸 노린다는 건데요. 결국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 돌려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
△TV조선 <따져보니/개헌 밀이붙이는 청 의도는?> 스크립트 일부
토지공개념을 전달하는 각기 다른 방식
언론이 정부가 밝힌 개헌안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며,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해야 마땅합니다. 특히 개헌의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사안에 따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분석 없이 특정 세력의 과장된 주장만을 받아쓰고 있다면 정치적 동맹관계에 있는 자들의 주장을 옮기기 위한 선전홍보성 보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개헌안과 관련해서는 각 언론사의 ‘토지공개념’을 다루는 보도가 이들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 조문에도 미약하게나마 규정되어 있습니다. 23조 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한다’와 122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번 개정안은 항목의 위치를 일부 수정하고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내용을 128조 2항으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공공성이라는 표현입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색깔론에 입각한 공세를 쏟아냈습니다. 이는 사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을 방해하는, 반이성적인 수준미달 정치 공세에 불과합니다. 언론이라면 이러한 황당한 주장은 배제 혹은 반박하고, 이 논란의 ‘문구’가 지닌 의미와 목적, 필요성, 효과에 대한 설명과 분석, 나아가 논의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헌재는 명문 근거 부정한 적 없다’ 개념과 의의․논의 방향 짚은 JTBC
이 역할을 비교적 충실히 이행한 방송사는 MBC와 JTBC입니다.
먼저 MBC는 <토지공개념 명시 지방 분권 강화>(3/21 임명현 기자 https://goo.gl/SL9ZXW)에서 “토지공개념 강화가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이어질 거란 관측”을 전하며 “과거 노태우 정부가 현행 헌법을 근거로 만들었던 이른바 ‘토지공개념 3 법’에서 6개 대도시에 2백 평 이상 택지 소유를 제한한 택지소유상한제에는 위헌, 처분하지 않은 유휴토지에서 발생하는 초과이득에도 세금을 물린 토지초과이득세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상황”이지만 “헌법의 토지공개념 조항이 강화되면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과세 정책 등이 지금보다 훨씬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습니다.
다음날 <토지공개념은 ‘좌파’? 뿌리 찾아보니…>(3/22 신지영 기자 https://goo.gl/7T36sA)에서도 MBC는 토지공개념의 의미를 짚으며 “이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정책으로 나온 건 놀랍게도 보수 정권으로 분류되는 ‘노태우 정부’ 때”이며 위헌과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헌재도 “개인 재산을 너무 빡빡하게 제한한다는 걸 문제 삼았지, 토지공개념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았음을 설명했습니다. 한국당의 ‘좌파’ ‘사회주의’ 공세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인 셈입니다.
JTBC는 더 분명하게 한국당 공세의 문제점을 짚고 있습니다. <팩트체크/‘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제도?>(3/22 https://goo.gl/HW36pH)에서 JTBC는 토지공개념 조항은 “사회주의 국가들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들도 오래 전부터 도입”했으며 심지어 독일은 “‘공동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까지 굉장히 강력한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에는 이 제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한 5.16 뒤” 처음 들어와 “1972년에 유신헌법에서 더 확대” 되었으며 “노태우 정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강력한 법을 도입”했다는 점. 헌재가 제동을 건 이유는 “세율이 높고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 때문”이었을 뿐 “토지공개념의 명문 근거가 약하다거나 불명확하다고 그렇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JTBC는 “이런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이렇게 새롭게 들어간 조항에 대해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게 헌법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신설된 조항에 법률로써 한다”라는 문구가 빠져있어 “극단적으로는 국회 동의 없이 정책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설명과 분석은 향후 관련 개헌안을 둘러싼 제대로 된 논의의 방향을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념 설명과 논란상 소개에 그친 KBS․MBN
반면 KBS, SBS는 기본 개념 설명과 이를 둘러싼 논란 양상을 간략하게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KBS <토지공개념 명시…엇갈린 평가>(3/21 조태흠 기자 https://goo.gl/qS9Rkx)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개인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제한할 수 있다는 뜻”이며 “토지 개발이익 환수나 부동산 과세 강화에 대한 근거를 헌법에 마련한 것”이라는 정도의 설명을 내놓고 있는데요. 도입 시기를 “지난 1989년 도입”되었다고 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는 노태우 정부. 박정희 정부 등의 표현을 통해 사실상 한국당의 색깔론을 반박하고 있는 MBC와 JTBC와는 다른 태도인 셈입니다.
다만 한국당 주장은 보도 말미 민주당 주장과 같은 비중으로 “정권의 방향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춰져 있음을 재확인해줬다고 비판”했다고 언급한 정도입니다.
SBS는 별도의 분석 보도 없이 정부 발표 내용을 전한 <두 번째 키워드 ‘수도 법제화․분권․공정>(3/21 https://goo.gl/AeRvSp) 보도에서 “경제 관련 키워드는 공정입니다. 토지공개념을 명시해 토지의 공공성,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가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게 했습니다. 토지 개발 이익 환수, 부동산 소득 과세 강화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정도의 설명만을 내놓았으며, 그 외 다른 보도에서도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정도의 멘트와 함께 이 개념을 언급했습니다.
‘시장경제 배치’ 강조하며 사실상 한국당 주장에 힘 실어준 MBN
MBN <앵커큐브/토지공개념 왜 논란?>(3/21 https://goo.gl/xno7h2)은 토지공개념이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현행 우리 헌법에도 재산권이나 국토 개발 등 개념으로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으며 “당장 위헌 판결을 받았던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토지공개념이 들어간 헌법이 도입되면 모두 합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KBS․SBS보다 선명합니다. 이러한 입장은 “자본주의 경제질서나 사유재산제와 정면 충돌한다는 이유로 토지공개념은 소극적으로 적용됐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도 적극적으로 추진될 기초가 마련되는 겁니다. 물론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지만, 토지공개념의 도입이 ‘지나친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라는 기자의 부연설명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해당 보도는 한국당 공세에 대한 비판이나 우려 없이 ‘시장경제’ ‘자유재산 침해’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며 사실상 논의를 한국당이 의도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채널A는 ‘노무현의 꿈’ 언급하며 논점 이탈
남은 것은 TV조선과 채널A인데요. 먼저 채널A는 직접 토지공개념을 비판하거나, 이를 비판하는 한국당 측 공세를 적극 받아쓰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채널A는 ‘헌재의 위헌 판단’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번 개헌안이 ‘노무현 정부의 계승’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논점을 ‘당리당략 차원’의 문제로 비틀고 있습니다.
우선 <행정수도․토지공개념 명기>(3/21 강지혜 기자 https://goo.gl/5cE1Gu)에서는 앵커가 개헌안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과 토지 공개념”이라며 “둘 다 과거에 헌법재판소가 지금의 우리 헌법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사안들”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자 역시 “개헌을 통해 과거 위헌 결정을 뒤집는 방식을 놓고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국회 논의와 국민 합의’의 중요성을 짚었습니다.
다음날 <개헌안에 담은 ‘노무현의 꿈’>(3/22 이동재 기자 https://goo.gl/DgJGtd)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 역시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이라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보도에서는 이 개념이 왜 지금 필요한 것인지, 혹은 어떤 측면에서 보완되어야 하는지 등의 언급이 빠져있습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적 적극 활용한 TV조선
TV조선은 이 문제를 대단히 ‘중요한 의제’로 부각하여 다뤘습니다.
21일 톱보도 <청 ‘토지공개념 명시’ 개헌안 발표>(3/21 정수양 기자 https://goo.gl/7vxstT)는 “청와대가 어제부터 헌법을 이렇게 바꾸겠다고 중요한 부분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오늘은 ‘토지 공개념’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토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거지요. 물론 아직은 국회도 통과하지 않은 안의 수준이긴 합니다만 이게 헌법에 들어가면 우리 경제의 틀이 완전히 바뀔수도 있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오늘 뉴스 9은 이 문제부터 집중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같이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이 내놓은 관련 보도는 과연 시청자들의 ‘판단’을 도울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이 보도에서 기자는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불던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 환수제를 신설하며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이어질 전망입니다”라는 설명을 내놓고 이 뒤에는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의 “(정권의 방향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이라는 발언을 전하고 있습니다.
애초 앵커 멘트 속 ‘우리 경제의 틀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이라는 과장된 구절 자체가 이 ‘사회주의 공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지는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vs “서민경제 타격”>(3/21 지선호 기자 https://goo.gl/X7Kn7T)에서는 사회주의 공세를 넘어선 논의 지점과 폭넓은 정보․의견을 제시하고 있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보도는 앵커 멘트에서 다시 “청와대가 헌법개정안에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하자 벌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측과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 맞서고 있습니다”라며 다시 ‘사회주의적 발상’ 주장을 꺼내들고 있으니까요.
기자 설명 역시 토지공개념 개헌안을 근거로 “국가는 폭넓은 재량권을 행사 할 수 있”으며 “당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시비를 없앨 수 있”고 “초과이익환수제 등 투기에 대한 과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전한 뒤 다시 “하지만 학계 등에서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공공이 가져가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고, 토지를 공유하는 개념은 공산주의에서 가능하다는 평가 등입니다”라며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들먹이는 색깔공세를 ‘반박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뒤에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토지의 합리적 규제를 가하기 위한다는 것은 세계 어느 선진국에도 없어 합리적 이용이라는 것은 굉장히 넓게 해석할 수 있어”라는 발언이 소개되는데요. 심교언 교수는 고강도 대출규제 정책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이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부동산 시장 위축을 걱정해온 인물입니다.
노동과 근로․민주화 정신 등에서도 차이점 명확
꼭 토지공개념처럼 모든 방송사가 주목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각 방송사의 입장과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은 적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TV조선은 유독 ‘공무원 파업권’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20일 톱보도 <“공무원 파업권 인정” vs “표결하면 제명”>(3/20 최지원 기자 https://goo.gl/Z7afhm)는 이날 발표한 개헌안 내용을 “오늘은 공무원의 노동 3권 인정을 핵심으로 하는 기본권 부분을 공개했습니다”로 요약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따져보니/개헌 밀이붙이는 청 의도는?>(3/20 최현묵 기자 https://goo.gl/bP8FGS)에서도 TV조선은 “일단 오늘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 중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을 “공무원에게 파업할 권리를 주겠다는 부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자 설명은 “유럽국가들이 대체로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스는 국가부도 사태 때 경찰과 소방관들까지 파업하면서 국가 마비사태가 벌어졌구요. 미국에선 최근 웨스트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사 2만여명이 총파업을 벌여 학생들이 9일간 학교에 못가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노동자의 권리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우리 현실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봐야 할듯 합니다”로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한 것이었습니다.
반면 MBC는 <나에게 개헌이란? 헌법을 보는 시선>(4/1 임경아 기자 https://goo.gl/j5igDf)에서 “개헌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개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겠다며 “공무원은 원칙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현행 헌법에 맞서다 해직된” 김지환 전 공무원노조 과천지부장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공무원들 또 내부 비리나 불합리한 관행들을 없애나갈 수 있는 이런 역할을 기대해봅니다”라는 목소리를 첫 사례로 전했습니다.
MBC는 여기에 “김 씨처럼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다 아직 해직 상태인 공무원이 136명입니다”라는 기자 멘트를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해당 보도는 장애인은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누린다는 개정안 36조에 대한 지체장이 1급 추경진씨의 목소리 등을 연이어 전한 뒤 “비정규직 채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직접 고용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목소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시하자는 요구는 정부 개헌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MBC는 그 외 국민발안, 국민소환제에도 유독 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실제 20일 관련 첫 보도 <개헌안 공개 ‘국민 권한’ 강화>(3/20 임명현 기자 https://goo.gl/krgWiV)에서 기자는 “6백만 명의 시민이 청원해도 입법은 물론 발의조차 될 수 없었던 세월호특별법.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발안이 이번 개헌안에 포함된 배경입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 조항도 신설됐습니다”라는 멘트로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29일에는 아예 별도의 보도 <‘철밥통’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될까>(3/29 오현석 기자 https://goo.gl/CSrZs5)를 내놓고 국민소환제는 “잘못을 저지른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끌어낼 수 있다는 제도인데, 국회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장치 강화로 평가”된다며 “의원들의 투표로 제명할 수도 있지만 비리 등의 문제로 제명된 의원은 한 명도 없”고 “비리 혐의와 막말,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 국회의원을 둘러싼 파문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할 것을 요구한다면 국회 역시 국민소환제를 통해 스스로의 권한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란 당위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JTBC는 노동자의 기본권 확대 차원에서 헌법에서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하기로 했다는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팩트체크/‘근로’는 일제․군사정권 용어?>(3/20 오대영 기자 https://goo.gl/dKoSMp)는 “‘근로’는 부지런한 것, 그리고 ‘노동’은 일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사전적 의미 차이를 설명한 뒤 일제강점기 이전에도 ‘근로’라는 용어는 사용되었지만 '좌우 이념'의 개념이 더해진 것은 군사 독재시기이며, “그동안에는 ‘근로에 담긴 애국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된 면이 있다. 반면에 자기 주도적인 노동의 의미가 가려져왔다’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 외 JTBC는 <영장청구권 삭제…‘검찰 개혁’ 개헌>(3/20 https://goo.gl/6TMCZV)에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 구절에도 주목하며 “개헌으로 아예 검찰 개혁을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을 전했습니다. 또 <인터뷰/노회찬 “2중대 눈엔 2중대만…20명 지키는 노력할 것”>(3/29 https://goo.gl/wH6QmM)에서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인터뷰를 통해 개헌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는 '평화와 정의 모임'의 ‘개헌안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는 점도 눈에 띕니디.
채널A는 <헌법 전문에 5.18-6.10>(3/20 강지혜 기자 https://goo.gl/pg3LMH)에서 “눈에 띄는 것은 헌법 전문에 70년대, 80년대 반정부 반독재 저항운동 3가지를 계승할 민주 이념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라 말한 뒤 곧바로 “야당은 좌파이념이라며 반발했습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SBS는 그나마 총리 선출 방식에 주목했는데요. <‘총리 선출’ 놓고 격돌…뭐가 다르기에>(3/24 이한석 기자 https://goo.gl/GPe8Mf)는 총리 선출방식이 “여아가 가장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안임을 지적하고, 각 단위의 입장차를 정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KBS는 직접적으로 관련 보도에서 색깔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25일 <‘대통령 개헌안’ 내일 발의…여야 대치>(3/25 김종수 기자 https://goo.gl/GAhFft) 보도 뒤에 <일 자민당, ‘자위대 명기’ 개헌안 발표>(3/25 도쿄 나신하 특파원 https://goo.gl/u1JLwS) 보도를 배치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실제 별다른 설명 없이 이런 식으로 보도를 배치하면, 청와대 개헌안이 일본 아베 총리의 ‘자위대 개헌안’와 유사한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유발하게 되겠지요.
개헌안 발의 위헌 논란을 전하는 JTBC와 채널A의 태도차이
개헌안 내용과 별개로 절차상 문제에 대한 판단도 방송사별로 갈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의 이후 바른미래당 등은 이 발의 과정에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는데요. 이 주장과 관련해 비교적 큰 목소리를 낸 방송사는 JTBC와 채널A입니다. 다만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먼저 JTBC는 <팩트체크/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위헌이다?>(3/26 오대영 기자 https://goo.gl/zad1zD)에서 위헌 주장의 세부 항목을 따져 분석한 뒤 “헌법에 위배된다'라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했는지, 국회 설득에 더 적극적이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시각 차이가 있습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 채널A <“현행 헌법 어기고 개헌하자니…”>(3/22 송찬욱 기자 https://goo.gl/U6BX6b)는 앵커 멘트부터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국무총리와 장관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주도했어야 했다는 겁니다”입니다.
기자 역시 ‘자가당착’ ‘지방선거용 쇼’ 등의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의 위헌 주장을 내내 소개한 뒤 “자유한국당은 대신 야4당 개헌안을 5월 중에 발의하겠다며 국회 주도 개헌을 강조했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런 구성 때문에 해당 보도만 보면 한국당 등의 위헌 공세가 모두 ‘맞는 말’로 보입니다. 어떤 보도가 개헌안과 개헌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전달하는데 보다 적합한 보도인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20일~4월 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