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동아일보‧채널A의 ‘건설노조위원장 검거 종용’ 보도는 왜 나쁜가
등록 2018.03.31 05:58
조회 1712

동아일보와 채널A가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영장집행을 종용하고, 장 위원장 건을 빌미로 민주노총을 매도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확인하려면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에게 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는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파행으로 치달아, 결국 개정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던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국회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하다가 마포대교 남단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대 교통이 1시간가량 마비되었습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등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장 위원장을 비롯한 건설노조 지도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입장문을 통해 “장 위원장은 올해 말까지 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자진 출석할 예정”이며 “(불출석은) 임기 내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으로 내린 결정”이라 설명했습니다. 이어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비롯된 집회가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열악한 건설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상황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왜 ‘불법 집회’를 해야 했을까  
그렇다면 건설 노동자들이 건설근로자법 개정 심의 불발이라는 소식에 이렇게 분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에는 퇴직금 정상화를 위해 퇴직공제부금을 인상하고,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임금지급 확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 건설 노동자들은 10년째 동결되어 있는 현 퇴직금 수준으로는 노후 생계보장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의 임금체불 문제 역시 그야말로 뿌리 깊은 병폐입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일자리위원회와 합동으로 내놓은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 보도자료는 ‘제목’부터가 <“건설현장 임금체불 사라진다,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 추진>이었으며, 첫 번째 대책 역시 ‘임금체불 예방’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건설산업에 대해 “임금체불이 반복되고 각종 사회보장에서도 소외되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청년층 취업기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일자리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전후 맥락 지우고 ‘노조위원장 공권력 우롱’ 목소리 높여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는 ‘건설 노동자들이 왜 불법 투쟁을 했느냐’는 가장 중요한 이 맥락을 모조리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경찰을 향해서는 ‘구속영장 집행을 미룬다’고 비판을, 건설노조와 장 위원장, 민주노총에는 ‘공권력을 우롱한다’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29일 <단독/경찰, 건설노조위원장 은신처 알고도 안잡아>(3/29 조동주․김자현 기자 https://goo.gl/k88yC2)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기사는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잠적한 장옥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 위원장(56)의 ‘은신처’가 확인됐다. 다름 아닌 건설노조 사무실이다”라는 ‘비장한’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 기사는 14면 머리기사로 배치된 이어진 <영장 발부 보름 넘도록 체포 안해…장옥기, 평소처럼 노조 업무>(3/29 조동주․김동혁․김은지 기자 https://goo.gl/HzgZNh)와 함께 △장 위원장 행위의 ‘불법성’ 강조 △불법 행위자인 장 위원장의 현재 근황정보 전달 △정권 눈치를 보는 경찰의 상황 방치 지적을 담았습니다. 


장 위원장 행위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구절로는

“장 위원장이 주도한 불법시위로 마포대교 일대가 3시간가량 교통이 마비됐다. 퇴근시간대 시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경찰 15명 등 18명이 다쳤다. 그러나 장위원장은 1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불참하며 ‘올해 말 임기를 끝마치고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히고 곧바로 잠적했다”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본보 기자가 확인한 27일 오후에도 장 위원장은 옥상을 산책하듯 걷고 있었다.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경찰의 통신추적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도로 건너편 건물 옥상에 있는 기자를 바라보는 등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27, 28일 이틀간 장 위원장은 옥상 말고는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종종 노조원들이 과일 등을 싸들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는 법을 무시하고 있는 장 위원장이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를 부각하는 구절입니다. 


“경찰도 장 위원장의 소재를 파악했지만 구속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수사 초기도 아니고 구속영장까지 발부된 피의자의 도피를 묵인한다는 비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장 위원장이 버젓이 서울 도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건 경찰이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탓”

등의 표현을 통해 동아일보는 노골적으로 ‘정권을 의식해서 구속영장도 집행하지 못하느냐’며 경찰을 압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익명의 경찰 관계자의

“장 위원장이 구속되면 현 정부에서 집시법 위반 ‘구속 1호’가 된다는 상징성 탓에 수뇌부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노동계를 의식하는 현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겠냐”

라는 발언 소개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14면 기사 옆에는 장 위원장이 노조 사무실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사진이 크게 첨부되어 있기도 한데요. 거의 ‘지명수배범’을 대하는 모양새입니다. 

 

photo_2018-03-31_05-53-43.jpg

△건설노조 위원장 체포를 종용하며 위원장 사진을 크게 붙여 놓은 29일자 동아일보 14면 관련 보도 갈무리

 

 

‘세월호 7시간 조작’ 사설은 없고 ‘민주노총 간부 및 경찰 저격’ 사설만
동아일보는 관련 사설도 내놓았습니다.

 

<사설/범법 민노총 간부, 공권력 우롱하며 활개치는데>(3/29 https://goo.gl/rRB9QX)는 “장 위원장은 올해 말 자신의 임기를 마친 뒤 벌을 받겠다는 황당한 행태를 보인 범법자” “과거 저지른 일반교통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집행유예 중” “사실상 법 위에 있는 셈”이라며 집회를 주동한 노조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을 향해서는 “경찰 내부에서는 장 위원장이 여권 인사들과도 가깝고 청와대의 친(親)노조 편향 때문에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체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찍힐까 봐 두려워 도피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범법자가 공권력을 우롱하며 활개 치는 나라는 제대로 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날 동아일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조작되었다는 검찰 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사설을 내놓지 않았으며, 1면이 아닌 10면에 고작 2건의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세월호 참사를 ‘방관’하고,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조작을 일삼은 박근혜 청와대의 행태보다, 생존권 투쟁을 위해 집회를 주최했다가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노조위원장의 행보를 더 ‘위험한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날인 30일에도 동아일보는 같은 지적을 담은 <경찰, 장옥기 은신 건물 포위하고도…충돌 우려 영장집행 주저>(3/29 조동주․김동혁․김은지 기자 https://goo.gl/L7TQ8y)를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 역시 “그동안 경찰은 이곳에 장 위원장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이 구속 대상자가 숨어있는 곳을 뻔히 지켜보면서 체포를 주저하는 것은 법집행기관으로서의 원칙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검찰이 이번에 장 위원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용한 혐의는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인데요. 동아일보는 해당 보도 말미 이번 사건과 무관한 장 위원장이 연루된 과거 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이런 악한을 왜 잡지 않느냐?’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입니다.

 

 

채널A도 ‘불법집회․경찰 봐주기’ 한 목소리로 지적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를 내놓은 29일 저녁, 채널A는 저녁종합뉴스 <‘등잔 밑’ 건설노조 위원장, 안 잡나 못 잡나>(3/29 이서현 기자 https://goo.gl/LZm3Cq)를 통해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 보도 역시 장 위원장이 불법 시위를 주도했다는 점과 경찰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특히 채널A는 보도 시작부터 지난해 마포대교 농성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었으며, 앵커는 이 장면을 배경으로

“이 장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마포대교의 모습입니다. 불법 시위 때문에 시민들은 이처럼 극심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이 시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 보름전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오늘까지도 장 위원장을 체포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는 멘트를 내놓았습니다.

 

기자 역시 장 위원장이 머물고 있다는 건설노조 사무실 주변을 보여주며

“이곳에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주가 넘도록 장 위원장을 체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장 위원장의 도피를 경찰이 묵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라는 등의 멘트를 했습니다. 물론 건설노조 집회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photo_2018-03-31_05-53-49.jpg

△불법 집회였음을 강조하며 건설노조 위원장 체포 종용한 채널A(3/29)

 

채널A는 지난해 건설노동자 마포대교 농성 당시에도 <건설노조 도로 점거…꽉 막힌 퇴근길>(11/28 https://goo.gl/BHVJAq) 보도에서 여의도 주변의 극심한 교통체증 소식을 전하며 “퇴근길 교통사정이 걱정”이라는 멘트를 쏟아낸 바 있습니다.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은 보도 말미 건설노조는 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데 맞춰 시위에 나섰는데요”가 전부였습니다.


사실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 대신 집회로 인해 야기되는 불편을 강조하고, 집회가 끝난 이후에는 노조 관계자들을 ‘불법시위 주도자’로 낙인찍어 비난하는 이런 행태는 관련 보도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관련 문제 보도 역시 이런 공식에 맞춰 쏟아져 나온 바 있지요. (관련 민언련 보고서 : <한상균 징역 확정, ‘폭력혐의’ 부각한 동아·조선, 침묵한 중앙>(https://goo.gl/UrqygG)

 

그러나 ‘왜 거리에 나왔느냐’고 묻지 않고 무작정 불법만을 외치는 이런 언론의 행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또 위험한 것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적으로 국민의 기본 권리를 다양하게 침해하고 있는 동아일보와 채널A같은 곳이 과연 언론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2018년 3월 29일~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80330-10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