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정치 다양성 여는 ‘4인 선거구 신설’ 무산행위 비판 않는 언론지난 20일 서울시 의회는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앤 선거구 획정 수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해 11월 시의회, 선관위, 법조계 인사 11명으로 꾸려진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서울 지역의 ‘4인 선거구’를 35곳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최종안에서는 7곳으로 대폭 줄였는데, 이마저도 서울시 의회가 ‘수정안’을 기습 통
과시켜 결국 4인 선거구를 아예 없애버린 것입니다. 정의당과 녹색당 당원들이 밖에서 항의하고, 바른미래당 소속 시의원들이 의장석을 막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이 이를 끌어내고 수정안 통과를 강행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은 이런 상황과 갈등 원인, 의의에 대해 유권자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방의원 선출 과정 논란 자체를 외면하고 은폐한 언론사가 있습니다. 이런 언론 보도태도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닐까요?
4인 선거구제를 제안을 없애버린 것이 비판받는 이유는?
4인 선거구를 둘러싼 논란은 무엇일까요. 소선거구에서는 기초의원 2인을 뽑아서 2인 선거구라고 합니다. 소선거구를 합쳐 중선거구로 만들면 기초의원을 3명 내지 4명 뽑을 수 있습니다. 이를 3인 선거구, 4인 선거구라고 부릅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2인 선거구에서 22명의 기초의원이 투표 없이 당선됐습니다. 거대 양당에서 각각 후보를 등록하자, 어차피 당선 가능성이 없다며 다른 정당이 후보조차 내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2인 선거구제가 아래로부터의 생활정치 구현이라는 지방자치의 본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선거구제 확대라는 제안이 나온 것입니다. 3~4인까지 당선이 가능하니 다양한 의제가 논의되고, 인적 구성도 달라져 지방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도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한 것입니다.
물론 선거구가 넓어지면 선거운동 할 지역이 많아지고 지역 이해관계가 어긋나 오히려 대표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지역 선거구 획정위는 2인, 3인, 4인 선거구를 지역 상황에 맞춰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의회를 비롯한 지방 의회들이 선거구 획정위가 낸 안에서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를 쪼개버렸습니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단위입니다. 지방의회가 건강하게 구성된다면 민주주의도 확대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방 의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담합해 합리적 대안에 무시한 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해버린 것입니다.
사라진 4인 선거구…외면하는 조중동
3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주요 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4인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보도를 내놓은 곳은 경향신문(4건), 한겨레(11건), 한국일보(4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건을 다뤘는데 사진기사였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보도를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
보도건수 | 4 | 0 | 1 (사진기사) | 0 | 11 | 4 |
△ 4인 선거구제 관련 신문보도량(3/1~3/26)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의 사진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현수막 펴지 마세요” 난장판 된 서울시의회>(3/21)는 군소정당 당원들이 방청석에서 손피켓과 현수막을 펼쳐들자 이를 막는 의회 직원사이에 몸싸움이 벌여지고 있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목도 ‘난장판이 된 서울 시의회’입니다. 사진의 설명에서도 “서울지역 기초의원 선거에서 한 선거구당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4인 선거구’는 한곳도 없게 됐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가 전부입니다. 독자들에게 4인 선거구의 의의는 전혀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몸싸움에만 초점을 맞추며 왜곡된 프레임만 제공하고 끝난 것입니다.
△ 조선일보의 4선거구제 관련 유일한 보도(3/21 14면)
사안 자체를 다루기는 했지만 정치 혐오만 부추기는 사진 한 장과 설명만 내놓은 조선일보나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은 중앙․동아일보의 행태는 담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 보수신문에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가’,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일까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이들 신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을까요?
정치 다양성 훼손한 양당의 나눠먹기 비판한 한겨레․경향․한국
△ 4인 선거구제 관련 신문 기사 제목(3/1~3/26)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한겨레신문은 3월 1일부터 26일까지 ‘4인 선거구’ 관련해서 일반기사 8건, 칼럼 2건, 사설 1건으로 총 11건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 제목을 보면 “거대양당의 담합”, “쪼개진 선거구”, “거대양당 나눠먹기”, “정치 다양성 걷어찬 양당의 폭주” 등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사설/기초의원 독점하려는 거대 양당의 ‘선거구 담합’>(3/22 https://goo.gl/ienCLQ)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방의회가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면서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석 나눠먹기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적대적 공생’을 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의 4인 선거구 7곳 신설안을 깡그리 무시하고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수정안을 의결한 건 충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거대 양당이 담합해서 4인 선거구를 대부분 없앤 건 정치적 폭거에 해당한다”면서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 설치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경향신문도 총 4건의 관련 보도에서 “양당 기득권 담합”, “거대정당의 기득권 담합 폭거”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뽑으며 비판했습니다. <2인 제한하면 거대 양당 1석씩 독식 비례대표 확대 안되면 중선거구제 4명 뽑아도 의원 전체 수는 안 늘어>(3/24 https://goo.gl/WGaTqo)에서는 4인 선거구가 무엇인지, 4인 선거구를 늘리면 의원이 늘어나는지 여부 등 유권자들이 궁금할 만한 사안을 정리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기초 4인 선거구 막는 양당 기득권을 규탄한다>(3/16 https://goo.gl/zQybmk)에서는 지난 2014년 대전의 기초의원 당선자 54명 중 민주당과 한국당 뿐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래가지고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역사정에 맞게 반영하는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없다”, “이런 의석 독점이 가능한 이유는 한지역구에 의원을 두사람씩 뽑는 제도 탓이 크다”며 2인 선거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또 “선거구 획정위 안대로 해도 4인 선거구는 6.6%밖에 안된다”며 “이마저 용납하지 못하겠다면 민주당과 한국당은 풀뿌리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한국일보도 <기득권에 막혀…기초의원 ‘3, 4인 선거구’ 뒷걸음>(3/19 https://goo.gl/rko1uH)에서 인포그래픽을 삽입해 전국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현황을 보도했습니다. 각 지역마다 2인, 3인, 4인 선거구 획정위 안과 의회 결정안을 비교하며, 전국에서 선거구 획정위 4인 선거구 안이 쪼개지고 있는 상황을 드러냈습니다. 또 <칼럼/ 민주․한국당의 ‘쪼개기 야합’>(3/21 https://goo.gl/CdzpmN)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1명만 뽑는 광역․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과 달리 기초(시․군․구)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로 치러진다”며 “기초의회나마 거대정당의 입김을 줄이고 소수정당과 정치신인을 배려하자는 취지”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1․2당 공천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된다’는 말을 언급하며 “지금 1․2당 주도로 ‘기득권 그대로’ 작태가 전국에서 공공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4인 선거구 관련 어떤 보도도 하지 않은 TV조선과 SBS
△ 4인 선거구제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3/1~3/26) ⓒ민주언론시민연합
3월 1일부터 26일까지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분석결과, 4인 선거구 논란을 전혀 다루지 않은 방송사가 있습니다. 우선 SBS와 TV조선은 저녁종합뉴스에서 4인 선거구 관련 보도를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MBN은 0.5건이라고 표시했는데 이는 30초 가량의 <이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KBS는 2건, JTBC는 1.5건(단신 1건), MBC는 1건을 보도했는데, “거대 양당의 야합”(KBS), “기득권 앞에선 한통속”(MBC), “거대 정당 맘대로”(JTBC)등을 어깨걸이 제목으로 뽑고 기사를 통해 4인 선거구 무산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4인 선거구제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제목 (3/1~3/26) ⓒ민주언론시민연합
‘몸싸움’으로 정치혐오 조장한 MBN, 본질 왜곡한 채널A
MBN은 뉴스 마지막 코너인 <이 한 장의 사진>(3/20 https://goo.gl/7QcfWS)에서 ‘몸싸움’만 부각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거의 조선일보와 똑같은 행태인 셈인데요. 김주하 앵커는 서울시 의회에서 4인 선거구 신설 무산 안건 통과를 막기 위해 의장석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사진을 보며 “왠지 익숙한 장면”이라고 말하고 “국회든 지방의회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 안 들을 수가 없다”는 멘트로 마무리했습니다. 보도에서는 4인 선거구 신설이 어떤 의미인지, 어느 세력이 잘 못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국회 따라서 지방 의회에서도 몸싸움이나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울 뿐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유권자들에게 정치혐오만 조장하는 보도입니다.
△ MBN <뉴스 8> [이한장의 사진](3/20)
채널A <4인 선거구제...야 3당 의기투합>(3/22 https://goo.gl/6Ajg1i)은 제목부터 거대 양당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야 3당의 의기투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4인 선거구 문제는 군소 정당의 이해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채널A는 거대 양당과 야3당의 대결구도로만 접근하며 본질을 왜곡한 것입니다. 기사에서도 4인 선거구 확대를 “소수정당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라는 표현으로만 서술하는데 그쳤습니다. “유권자의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의 원내 진출을 위해 도입된 제도”(KBS), “2인 선거구에서 거대 양당의 후보 2명만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되던 폐단을 없애자는 것”(MBC),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JTBC)라며 4인 선거구의 의의를 유권자들과 연결해 보도한 타 방송사들과는 다른 보도태도입니다.
△ 4인 선거구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MBC, 채널A, JTBC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12일 ~2018년 3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2018년 3월 12~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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