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뛰는 중앙일보 페북지기 위에, 나는 조선일보 페북지기중앙일보 페이스북이 조국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의 모친이 '고액 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기사를 게재한 뒤, 그 게시글에 조 수석을 비난하는 댓글을 단 사건이 국민의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중앙일보는 문제가 불거지자 댓글은 물론 게시물 자체를 삭제했습니다. 그래도 논란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가 된 댓글은 <중앙일보> SNS 관리자 권한을 가진 직원이 개인 생각을 개인 계정에 올리려다가 잘못해 공식 계정으로 나간 것”이며 “<중앙일보>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페이스북 운영의 문제가 중앙일보에만 있을까요? 대선미디어감시연대의 언론사 페이스북의 모니터 결과, ‘사고’가 난 중앙일보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가 조선일보 페이스북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각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1. 극우혐오세력 사랑방 된 조선일보 페이스북
사랑방 문화라는 게 있습니다. 집주인과 마음이 맞는 객들이 오며가며 사람 사는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하는 우리의 전통 문화입니다. 자연스럽게 같은 사랑방에서 모이는 사람들끼리는 집주인의 비호 아래 같은 의견을 공유하게 됩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극우혐오세력 사랑방입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지기, ‘조페지기’가 이를 조장합니다.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1) ‘#문재인 치매루머’라는 태그 달고 기사쓰기
4월 13일 대선주자들의 TV토론에 대해 조선일보가 올린 게시물은 2개였습니다. 하나는 조선일보의 주 관심사인 ‘안보’에 관한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실수’를 부각시킨 기사였습니다. 그동안 이른바 ‘삼디 논란’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결국 이 기사에서 본심을 드러냈습니다. 기사의 해쉬태그를 ‘문재인 치매 루머’라고 단 것입니다. 말 실수에 ‘치매’라는 태그를 달며 조선일보는 보수 진영이 문재인의 말 실수를 어떤 이미지로 유통시키고 있는지 스스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이 기사를 게시하자, 구독자들은 조선일보의 취지에 호응해 문 대통령의 ‘치매설’을 재미있는 놀잇감으로 여기는 듯한 댓글을 달았습니다.
△ 조선일보 온라인판 기사(4/13) 해시태그가 문재인 치매 루머이다. 댓글은 관련 악플로 가득하다.
2) ‘일베’발 유머가 구사되는 분위기 조성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발언을 희화화하는 농담은 일베의 전유물입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지기는 그들이 아는 부적절한 농담이 벌어질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줍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부산 소녀상 옆에 ‘노무현 흉상’ 설치했다 곧바로 철거돼>(5/1)이라는 기사를 게재했고,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이 기사를 다룬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 조페지기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댓글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 페이스북 구독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문장을 완성합니다. 조선일보 페북 구독자들끼리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유머인 듯 보이는데, 무슨 농담일까요? 어떤 뜻이 있는걸까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문장은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의 일부인데, 한때 일간베스트와 디시인사이드에서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분위기 아래 ‘짤방’(짧게 자른 영상)으로 쓰이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발언이 담긴 연설문을 ‘주기도문’ 수준으로 외워 적는 일베 유저들이 심심찮게 발견될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조선일보 페북지기가 정말 이 드립을 의도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드립을 쳤는지는 모릅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문장 전체를 자신이 직접 올리진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아는 사람은 알아들은’ 듯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아래에 조페지기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운을 떼자 다른 사람들이 농담을 완성해줍니다. 조페지기가 의도한 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왜 하필 노 전 대통령의 기사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댓글을 달았을까요? 왜 고인을 희화화한 것으로 읽힐 소지가 있는 구독자들의 댓글을 방치했을까요?
조선일보 페북지기가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기사에 ‘부끄러운 일’이라는 댓글을 달아 일베 유머를 유도했다.
3) 소수자 비하
조선일보 페이스북에서 여성 비하는 일상입니다. 2017년 새로운 알바 풍속도를 소개한다는 멀쩡한 기사를 올리며 ‘수강생 줄어 돈 걱정하던 피아노학원 여사장, 은밀히 인천 가더니’라는 멘션을 달았습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한 ‘투잡’을 뛰는 한 여성의 사례를 이런 식으로 저급하게 왜곡한 겁니다. 해당 인터뷰이는 조선일보 기자의 인터뷰에 한 번 응해줬다가 얼굴도 모르는 페이스북 담당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조선일보 인터뷰에 응하시는 시민들은 인터뷰 내용으로 성희롱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조롱도 만만치 않습니다. “동성애자는 타인의 ‘어디를? 어떻게?’ 관찰할까”라는 해외토픽 기사를 내보내며 퀴어 혐오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우선은 게시물의 대표 사진을 원 기사에 등장하지도 않는 연예인 홍석천 씨의 방송 중 한 장면을 갈무리한 사진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여섯 번이나 힐끔힐끔’이라는 멘션을 붙였습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성하는 멘트를 홍석천 씨의 사진에 달아 놀리듯 내보낸 것입니다. 홍석천 씨가 가끔 방송에서 ‘남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게이’라는 콘셉트로 웃음을 유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신이 등장하는 방송에서 사용할 때만 허용될 수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홍석천 씨의 사진을 멋대로 가져와 여섯 번이나 힐끔거렸다는 멘트를 달아가며 웃음을 조장할 권리가 없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두 게시물이 3월 20일 하루에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안에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를 모두 해 낼 수 있는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인권 감수성 부족이 새삼 놀랍습니다.
△ ‘투잡’을 뛰는 한 여성의 사례가 담긴 기사를 조선일보 페북은 성희롱에 가까운 저급한 표현을 달아 게시했다.
4) 스스로 편파•날조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조선일보 온라인 페이지가 문 대통령에게 불리한 가짜뉴스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팩트체크의 ‘일부만 사실’은 ‘사실 아님’이나 매한가지(4/28)”, “홍준표의 ‘꿀잼 지구과학 특강’? ‘녹조 궤변’ 띄워주는 조선일보 페이스북(5/4)”에서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홍준표의 ‘꿀잼 지구과학 특강’”은 2일 토론에서 홍준표 후보가 늘어놓았던 4대강 녹조의 원인은 4대강이 아니라는 ‘녹조궤변’을 ‘지구과학 특강’이라고 띄워주는 영상입니다. 토론에서 문 대통령이 ‘물이 고여서’ 녹조가 생긴다고 옳게 이야기하자 홍 후보가 답답해하며 ‘아니라’고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이걸 조선일보에서 ‘지구과학 특강’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 영상에서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을 ‘배움이 필요한 학생’이라고 말합니다. 자체 제작한 1분 남짓한 영상에서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을 비꼬고 홍 후보를 띄우기 위해 녹조의 원인에 대한 팩트체크도 등한시했습니다. 조선일보의 편파성이 보이는 콘텐츠였습니다.
△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게시된 조선일보 자체 제작 동영상 “[Video C] 홍준표 강사의 지구과학 특강”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만든 ‘퀴즈’ 콘텐츠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경선이 한참이던 4월 3일 올라왔던 콘텐츠로 문 대통령에 대한 5가지 의혹으로 구성된 퀴즈였는데요. 먼저 당시 논란이 한창이던 ‘문재인 표창 논란’에 관한 문제를 냅니다. 문 대통령이 표창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이것이 가짜뉴스라는 캠프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말합니다. 캠프는 표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5.18 민주 항쟁 당시 투입을 이유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퀴즈는 문 대통령이 표창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주지시키기 위한 듯 구성되어있습니다. 흡사 문 대통령의 ‘부정한 행태’에 대해 널리 알리고 교육하고자 하는 교육 콘텐츠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 4월 3일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게시된 조선일보가 제작한 ‘문재인 관련 5가지 의혹’으로 구성된 퀴즈
이 퀴즈에서는 또한 문 대통령의 핸드폰 번호에 대해 언급합니다. 문 대통령이 당시에 공약을 공모 받겠다며 휴대폰 번호를 공개한 일이 있습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구태여 그 번호가 ‘진짜 문재인의 번호다?’라는 문제를 내고, 직접 쓰는 번호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런 이벤트에 진짜 문재인 후보가 사용하는 핸드폰 번호를 쓰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하지만 문 후보가 직접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문자 메시지 착신 전용이라는 점에서,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는 사실의 의미는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설을 달아줍니다. 문 대통령이 ‘진짜 번호’를 공개하지 않았으니 의미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5)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를 방치
대선 기간 동안 돌아다닌 이미지로 된 가짜뉴스는 조선일보 댓글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댓글에서는 극우혐오세력의 공공의 적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가짜뉴스’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이미지 가짜뉴스’들이 한번쯤은 조선일보 페이스북 댓글의 ‘베플’(베스트 댓글의 준말)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가짜뉴스를 직접 게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가짜뉴스 댓글을 방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가짜뉴스 댓글은 비슷한 형태로 다른 아이디에 의해 다른 게시물에도 달립니다. 극우세력들끼리 복사, 붙여넣기하며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유포하는 겁니다. ‘조페지기’는 이 모든 일을 그저 방관합니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유포하고 싶어하는 극우세력의 좋은 놀이터가 되어줬습니다.
6)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유머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들
조선일보 페이스북 페이지는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라면 마음껏 ‘극우 드립’을 치고 놀아도 괜찮다고요. 그래서 결국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결국 ‘극우 혐오 세력’들이 마음 놓고 서로에게 농담을 거는 ‘유머의 장’이 됩니다.
△ 선거 시기에 치매 운운하는 기사를 게시하는 조선일보 페이스북. 무슨 의도일까?
문 후보와 전혀 연관이 없는 ‘치매’에 관한 기사가 올라와도 곧장 ‘문재인 치매’ 코드를 가져와 자신들만의 친목을 도모합니다.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극우 세력이 안전한 사랑방에서 마음껏 자신들이 공유하는 ‘극우 코드’를 통해 교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은 ‘조작 가능성’을 내비친 탓에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여론을 조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극우 콘텐츠가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조선일보 사랑방’에 찾아와 조선일보가 깔아놓은 판에서 놀아주니까요. 이렇게 자신감을 얻은 이들이 어디로 갈지, 이들의 비틀린 유머가 어디까지 뻗어나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잠식할지는 조선일보의 ‘알 바’는 아닌가 봅니다. 조선일보는 그렇게 스스로 극우혐오세력의 사랑방이 되었습니다.
2. 언론사의 책임
언론사 페이스북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조선일보 페이스북 관리 책임자였던 김주민 조선일보 소셜미디어 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 <“딱딱한 신문 맛보기 편하게…감독 겸 선수로 뛰고 있어”>(4/5)에서 자신과 팀원들이 매 순간 하는 일이 “딱딱한 신문을 맛보기 편하도록 최대한 연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마케팅에는 성공했습니다. 몇십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올리는 뉴스마다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지금 조선일보가 매일 올리는 콘텐츠들이 과연 시민들 ‘맛보기 편하도록’ 만드는 콘텐츠이기만 할까요?
△ 조선일보 페이스북이 친근감(?)을 형성하는 방식. 저급한 말장난을 댓글에서 이어간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쉬워지겠다’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혐오를 유머로 소비하고자 하는 세력들에 편승한 것 뿐입니다.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애드립을 시도했다”는 조선일보 페이스북은 ‘잘 팔리는’ 것에 대한 고민이 ‘좋은 언론이 되는’ 것에 대한 고민보다 우선인 듯 싶습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의 모습에선 시민사회의 알 권리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하는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정의감과 책임감이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사들은 저마다 뉴스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서 ‘인기가 많아져야’겠다는 생각탓인지 너도 나도 재치 있는 ‘드립’을 날리는 데 골몰합니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은 옅어지고, 양질의 뉴스를 전하기보다 자극적인 뉴스를 전하는 데에 힘을 쓰기도 합니다. 친근해지겠다는 생각으로 단 인권감수성 없는 댓글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주 편집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로그인 권한을 남발한 탓에 중앙일보 페이스북처럼 불운한 ‘사고’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12일 중앙일보 페이스북 구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는 구독자들이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를 ‘언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단순 홍보 창구로 생각해왔던 언론사들은 중앙일보 페이스북 사태의 무게를 직시해야 합니다. 페이스북은 단지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활용되기에는 시민이 뉴스를 접하는 창구로서 역할이 지나치게 커져버렸습니다. 시민은 이미 언론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저널리즘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민을 위해서 페이스북 페이지의 ‘재미’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야만 합니다. 뉴스를 전달하며 쓰는 멘트 하나, 인용하는 사진 둘, 가장 처음에 달린 댓글 셋. 이 세 가지가 뉴스의 ‘첫 인상’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분명한 편집 원칙을 가지고 멘트와 사진을 고르고, 여론을 절대로 직접 몰아가지 않는 등의 원칙을 만들고 책임감 있는 뉴스를 생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민이 준 신뢰도를 빌미삼아 함량 미달의 거짓 뉴스를 전하는 꼴을 면할 수 없으니까요. 언론의 본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3월 20일부터 5월 9일까지 조선일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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