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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원세훈, 국정원, 화염병, 마녀사냥,

테러범으로 몰며 신상털던 조중동, 무죄 판결 보도 안해
등록 2018.03.19 18:49
조회 2037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임옥현 씨가 1심과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은데 이어 15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 사실 임옥현 씨는 언론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임옥현 씨가 받은 무죄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언론의 잔인한 보도행태에 대한 유죄선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 임옥현 씨를 중범죄자로 부각한 언론은 마땅히 자신들의 ‘오버액션’을 반성하고, 최종심 확정 결과를 적극적으로 보도하며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임 씨의 대법원 확정 무죄 판결을 보도한 신문과 방송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단독’ 남발하며 사건 키우기에 몰두한 동아일보와 채널A
임옥현 씨 사건은 2013년 5월에 발생했습니다. 5월 5일 새벽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집에 화염병이 날아들었고, 원 전 국정원장의 가족들은 하루 지난 6일 오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해당 소식이 언론을 통해 다뤄지기 시작한 것은 5월 8일 오후입니다. 주요일간지는 5월 9일자 ‘사회면’에 2단으로 해당 소식을 다뤘고, 동아일보는 ‘간추린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만큼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화염병이 바로 꺼졌기 때문에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과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의 행위이지 방화 목적이라 볼 수 없던 점이 반영됐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다음날인 10일, 동아일보는 <사설/원세훈 집 화염병 투척은 테러>를 내놓으며 사건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 화염병을 던진 행위는 인명 살상을 노린 테러”라며 “범행의 배후를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동아일보의 자회사인 채널A도 이러한 지침을 충실히 따라갑니다. 채널A는 9일부터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CCTV 영상을 보도했습니다. 9일 <단독/원세훈 前국정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CCTV 포착>(2013/5/9 https://goo.gl/XVogoQ)은 “범행 전후 용의자들의 모습이 찍힌 CCTV를 저희 채널A가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보도합니다. 이어 10일 <단독/원세훈 前원장 테러 용의자들, 범행 다음 날 다시 왔다>(2013/5/10 https://goo.gl/44ZXhG)와 13일 <단독/원세훈 자택 화염병 사건, 또 다른 CCTV 나왔다>(2013/5/13 https://goo.gl/XXRq1k)에서도 CCTV 화면을 집중 보도합니다. 그런데 이후 재판정에 출석한 CCTV영상 소유주들이 “경찰 외에는 영상을 건네준 사람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상은 경찰이나 검찰이 채널A에 ‘흘렸거나’, ‘도난당했거나’ 또는 애초 ‘긴밀하게 소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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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13일자 채널A 종합뉴스  ⓒ민주언론시민연합

 

더 황당한 것은 16일 채널A <단독/“원세훈 집 화염병 투척 용의자는 30대 회사원”>(2013/5/16 https://goo.gl/Sv93Px)입니다. 이 보도에서는 “경찰이 찾아낸 용의자는 서울 사는 30대 남자 회사원”, “좌파 성향 단체에 소속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17일 새벽 임 씨는 집 앞 편의점에 물을 사기 위해 나섰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자칫 이런 보도로 인해 임 씨가 본인이 용의자로 특정된 것을 알고 도주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경찰과 채널A의 공조는 충실히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종북 좌파 낙인’과 ‘신상털이’에 나선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선일보과 TV조선의 행보도 이상했습니다. 임 씨의 체포된 이후, 조선일보는 체포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등은 5월 18일 아침 8시가 지나서야 해당 뉴스를 송고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원세훈 집에 화염병 던진 혐의, 30대 회사원 검거>(2013/5/18 https://goo.gl/PDg7wM)는 같은 날 새벽 3시경에 게재했고, 주요일간지 중 유일하게 18일자 신문 지면에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게다가 법원은 1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임 씨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타 언론은 임 씨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전하며 ‘엉뚱한 사람 붙잡았나?’(국민일보)라고 보도했는데요. TV조선은 임 씨의 신상을 자세히 공개하면서 ‘종북 좌파 낙인찍기’와 ‘신상털기’를 시작했습니다.
TV조선 <단독/“원세훈 자택 방화 용의자는 대기업 과장”>(2013/5/19 https://goo.gl/krBNrR)은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국내 한 대기업의 과장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지난 2010년 경력직으로 입사해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는 핵심인재”라고 신상을 상세히 서술했습니다. 그러더니 “임씨에게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며 “서울 민권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적극 참여”,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딱지를 붙였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구속영장 기각보다는 통진당 당원이라는 사실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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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20일자 중앙일보 15면 기사  

 

이어서 5월 20일에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사실보다 임 씨가 대기업 과장이고 통합진보당 당원임을 부각한 기사를 내놨습니다. 중앙일보 <원세훈 집에 화염병 투척 용의자 삼성 SDS 재직 중인 통진당원>(2013/5/20 삭제됨)은 회사명까지 공개했고, 동아일보도 <원세훈집 화염병 피의자 대기업 과장으로 밝혀져>(2013/5/20 https://goo.gl/nS9VKf)를 통해 “대기업 S사의 과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드러냈습니다. 제목은 임 씨의 신상털이에 집중한 반면, 정작 주요한 내용인 구속영장 기각은 작은 제목으로 처리하여 경찰의 무리한 표적수사일 가능성을 은폐했습니다.

 

이적단체 활동 이력 강조하며 종북몰이 나선 TV조선
TV조선은 5월 21일, 또다시 <단독/“화염병 투척 용의자, 이적단체 활동 드러나”>(2013/5/21 https://goo.gl/tjQpvw)에서 임 씨가 ‘이적 단체 활동’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 영장이 기각된 상태임에도 19일의 신상털이 보도에 대해 반성조차 하지 않은 채 거듭 이적단체 딱지를 붙이기에 급급했던 것이죠. 
특히 앵커멘트부터 ‘좌파단체’를 넘어 ‘이적단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이 남성(용의자)이 오래 전부터 대법원이 이적 단체로 판결한 곳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몰아갔습니다. 송지욱 기자는 임 씨가 “대학시절 한총련 활동”을 했고 “2007년 실천연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용의자 임씨의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화염병 투척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임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이적단체 대표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임 씨가 엄청난 위험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야말로 무던히 애를 쓴 보도였습니다. 게다가 TV조선의 이런 보도내용은 아침, 점심, 저녁, 밤 뉴스에서 반복해서 방송되었고요. 당시 시사토크프로그램인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도 해당 이슈를 다루며 사건을 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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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22일 TV조선 아침뉴스 화면 갈무리

 

 

‘화염병 테러 몰이’, 돌이켜보면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물타기’였던 듯
그렇다면 이 사건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득을 본 세력은 누구일까요? 화염병 투척 사건이 벌어졌던 때는,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원 전 원장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특히 앞서 4월 말,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국회의원)이 “국정원 수사를 경찰 수뇌부가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폭로해 국정원은 더욱 수세에 몰려있었습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기 성역 없는 수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염병 투척’ 사건이 벌어지자 조중동과 종편은 이 이슈를 십분 활용해서 부각하고, ‘좌파단체에 의한 테러’로 규정한 셈입니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테러 용의자”라는 내용을 반복해서 보도한 것은 “평범한 얼굴을 한 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간첩 혹은 용공분자”라는 도식과 너무나 맞닿아있는 설정입니다. 
특히 용의자로 지목된 임 씨가 활동했던 단체인 민권연대도 원 전 원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 촛불에 적극 나섰던 때입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임 씨를 용의자로 확정하며 민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무더기로 발부하기도 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는 CCTV를 역추적해서 임 씨를 용의자로 찾았다는 경찰의 설명과 달리, 경찰이 먼저 임 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임 씨 집 근처 CCTV 영상을 짜 맞춘 듯 파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또 경찰이 파악했다는 CCTV영상은 영등포역 이후부터는 사람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영상이거나 날짜와 시간이 달라 조작이 의심되기도 했다는 것이 임 씨 측 입장입니다. 

 

원세훈 문제 나오면 임 씨 이야기로 물 타는 TV조선
TV조선은 6월 8일 <‘지지부진’ 수사…국민은 ‘답답’>(2013/6/8 https://goo.gl/nxUpka)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자택 화염병 투척 사건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이라며 “대형 사건에 속 시원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경찰,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라며 한 차례 지나간 ‘화염병 투척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원 전 원장은 개인 비리 사건으로 검찰의 구속과 기소 여부가 논의되던 여부를 논의되던 시기였습니다. 
TV조선은 원세훈 전 원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7월 5일 다음날에도 <‘화염병 투척’ 용의자 영장 재청구>(2013/7/6 https://goo.gl/2NDGJk)에서 이 사건을 전했습니다. 기묘하게도 검찰은 원 전 원장 영장 청구 다음날 임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한 것인데요. TV조선은 전날 원 전 원장 구속영장 청구와 비슷하게 저녁종합뉴스에서 임 씨의 영장 청구를 보도한 것입니다. 


이후 임씨가 구속되자 조선일보는 <원세훈 집 화염병 던진 복면 쓴 용의자 국내 첫 ‘걸음걸이 분석 기법’으로 구속>(2013/7/10 https://goo.gl/omEbHK)에서 임 씨 구속은 “첫 번째 영장을 청구할 때 보다 진전된 증거가 확보됐음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걸음걸이 분석 기법’을 소개했습니다. CCTV영상에 찍힌 피의자와 임 씨가 경찰에 출두할 때 영상을 켈리 박사에게 보냈더니 “오른쪽 무릎이 약간 바깥쪽으로 휘어져 걷는다”는 등의 소견을 밝히며 “영상 속 인물이 동일인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서를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켈리 박사는 족부의학 분야 전문가”, “이미 영국에서는 20여명의 걸음걸이 분석 법의학 전문가가 활동하면서 피의자를 특정 하는 데 걸음걸이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보도는 “이번 걸음걸이 분석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경우 아시아 최초 사례”라고 추켜세우며 임 씨가 분명한 피의자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1심은 재판과정에서 해당 영상은 조작 가능성으로 증거 채택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켈리 박사는 임 씨가 걷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경찰이 제공한 CCTV영상으로만 확인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1심 무죄… 보도도 안한 동아일보와 고작 ‘100자’로 끝낸 중앙일보
결국 2014년 4월 27일 임 씨는 1심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다음날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임 씨의 무죄소식을 전하며 “검찰이 제출한 CCTV 영상 증거능력 없어”(한겨레), “검찰 편집영상, 증거 안된다”(경향), “CCTV 위변조 가능성” 등을 주요하게 뽑아 검찰이 제출한 CCTV영상이 편집됐고, 여러 번 복사된 문제를 함께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신문사 기사 제목
경향신문 <‘원세훈 집에 화염병회사원 무죄 법원 검찰 편집영상, 증거 안된다”>
동아일보 보도 없음
조선일보 <원세훈 집에 화염병 던진 30CCTV 증거 부족으로 무죄판결>
중앙일보 <“증거 부족국정원장 집 화염병 투척 무죄>
한겨레 <법원 검찰이 제출한 CCTV 영상 증거능력 없어원세훈 집에 화염병 투척 혐의자 무죄>
한국일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에 화염병 투척무죄선고>

△ 2014년 4월 28일 무죄판결 관련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증거 부족’만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원세훈 집에 화염병 던진 30대’라며 임 씨를 범인으로 확정한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삼성SDS 과장’이라며 임 씨 신상털이에 앞장섰던 중앙일보는 1심 무죄판결을 100자짜리 ‘간추린 단신’으로 다뤘습니다. ‘대기업 S사 과장’이라며 함께 열을 올렸던 동아일보는 무죄 소식을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 해 2014년 8월, 2심에서 또다시 무죄 판결이 났으나, 주요일간지 중 단 한 곳도 해당 소식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겨레는 1심 판결 후, <진보단체 회원이면 방화범으로 유력한가>(6/28 https://goo.gl/tdbqwr)에서 임 씨 인터뷰 기사를 냈지만 2심 결과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보도 않는 조중동과 종편의 후안무치
그리고 2018년 3월, 대법 무죄 판결도 마찬가지로 중앙일간지 신문 어디도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2013년 7월 임 씨의 구속까지 CCTV영상을 확보에 열을 올렸던 검찰도, 임 씨의 신상을 보도하며 주목했던 언론도 임 씨 구속 이후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실 검찰은 2심에서 추가 자료를 내놓지도 않았습니다. 언론은 이런 이유로 별로 뉴스거리가 없다고 해명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의 임 씨에 대한 단정적 보도와 신상털이가 있었고, 그랬던 당사자가 정작 대법원 무죄판결이 났을 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3년 5월 ~2018년 3월 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TV조선,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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