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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핵폐기물 소포 퍼포먼스, ‘화들짝’ 보도가 최선일까?
등록 2018.02.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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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과 22일, 원불교환경연대와 영광탈핵공동행동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 기관과 관공서 90여곳에 핵폐기물 깡통 모형 택배를 만들어 보냈다고 합니다. 오는 3월 11일 후쿠시마원전 핵사고 7주기를 앞두고, 핵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시도한 퍼포먼스였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깡통에 노란 페인트를 칠해 모형을 만들고, 여기에 핵폐기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함께 동봉했다고 합니다. 택배 상자에는 발송자를 ‘영광 주민’ 등으로 명시하고, 원불교환경연대 관계자 연락처를 기재했다고도 합니다.  


영광군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로 갈등이 깊은 지역입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 중 폐기하기로 결정한 고독성, 고농도의 방사성 위험물질을 의미하는데요. 영광한빛핵발전소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저장소 용량은 2024년 포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정부와 한수원이 투명한 정보공개와 민관 합동조사, 민주적 절차 없이 이런 핵폐기물을 기존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이 감당해야 할 ‘숙제’로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핵발전소 및 핵폐기물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영광 시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번 퍼포먼스 이후 언론은 ‘택배를 받은 일부 관공서의 놀란 심정 및 해당 단체에 대한 경찰 수사’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MBC․TV조선 모두 ‘관공서 충격’에 초점 
우선 방송사중에서는 MBC와 TV조선이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사안을 다뤘습니다. 보도 구성은 큰 틀에서는 거의 유사합니다.
 

MBC나 TV조선은 모두 장관실, 총리실 등에서 해당 택배를 받고 깜짝 놀랐다는 점을 먼저 전하고, 알고 보니 시민단체의 퍼포먼스였다는 점과 그럼에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경찰이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는 사실을 덧붙여 소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방송사가 특히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여 부각한 것은 ‘소포로 인해 발생한 비상상황’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노골적인 것은 TV조선 <장관실에 핵폐기물 배달?…곳곳 소동>(2/22 https://goo.gl/7QXJqx)입니다.

 

앵커는 “어제 청와대,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정부 부처 장관과 각 시도지사들에게 핵 폐기물 깡통이 배달됐습니다. 제거 작업을 위해 특수부대가 출동하는 등 소동을 벌였는데, 알고 보니 핵 깡통은 초등학생들이 만든 가짜였습니다”라고 멘트했습니다.

 

기자도 “우편물을 실은 배가 제주항에 도착하자, 군경 특수부대와 소방 생화학대응팀 80여 명이 수색에 나섭니다. 소포 하나 때문입니다. 수신자는 제주도지사. 내용물은 방사능 물질 표시가 된 깡통이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제주도청 관계자의 “택배를 개봉해보니까 빈 핵폐기물 모양 깡통. 또 장난쳤구나 라는…” 멘트를 소개했습니다.

 

“경기, 부산, 강원 등 전국 시도지사들에게도 같은 소포가 배달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정부세종청사도 발칵 뒤집혔습니다. 소포를 수령한 일부 부처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라는 설명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퍼포먼스를 벌인 단체의 의도는 “한 원전 반대 단체가 핵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며, 이 같은 소포를 청와대, 정부기관 등 90곳에 보내는 퍼포먼스를 한 겁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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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단체의 핵폐기물 퍼포먼스로 인한 ‘소동’ 부각한 TV조선 보도(2/22)


MBC <장관실로 배달된 ‘핵폐기물’ 소포 뜯어보니…>(2/22 https://goo.gl/mfxYmi)도 “총리실과 정부 각 부처 장관실로 핵폐기물 의심 소포가 무더기로 배달돼서 비상이 걸렸습니다”라는 앵커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도 “정부 과천청사 과학기술부 장관실. 직원들이 택배로 배달된 종이 박스를 뜯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사능 물질 표시가 붙은 깡통이 나온 겁니다” “소포가 속속 도착하면서 해당 장관실에서는 잇따라 소동이 빚어졌고,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고요. 과학기술부 비서실 직원의 “별 생각 없이 열었다가 안에 내용물 보고 놀라신 것 같아요”라는 멘트도 소개했습니다. 


다만 MBC는 TV조선에 비해 이 퍼포먼스를 벌인 단체의 의도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긴 합니다.

 

“한 환경단체가 원자력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보낸 가짜 폐기물” “원전을 반대하는 한 환경단체가 오는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7주기를 맞아 벌인 행사” “핵폐기물 모형 깡통은 전남 영광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와 시민단체 자녀들이 직접 만들었습니다”라며 조은숙 원불교 환경연대 교육국장의 “대책이 없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다 같이 고민을 해 주셨으면 하는 차원에서 그런 절박한 마음에서”라는 발언을 전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MBC도 ‘영광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아동센터 어린이와 시민단체 자녀들이 왜  이런 퍼포먼스에 동참했는가’를 살펴보는 게 아니라 경찰이 이 퍼포먼스와 관련해 수사에 돌입했다는 점을 전하며 보도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TV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관공서의 ‘충격’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보도 행태는 방송 보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합뉴스 <‘핵폐기물 모양 깡통’ 택배에 전국 화들짝…군경 출동 소동>(2/23 https://goo.gl/Tpnd5H), 뉴스1 <“핵폐기물 의심 소포 온다”…군·경·소방 총출동 해프닝>(2/23 https://goo.gl/QVbAxx) 등의 통신사와 적지 않은 지역지가 ‘놀란 관공서의 입장’에서 이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반면 왜 이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해야 했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은 매체는 드물었는데요. 그나마 원불교신문, 메디컬투데이 등이 해당 환경 단체들의 입장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보낸 사람의 연락처가 적혀 있고, 그 내용물이 누구나 ‘장난’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상황과 사람에 따라 ‘깜짝 놀랄 수’는 있습니다. 특히 과학기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처럼 핵발전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부서의 경우 ‘핵폐기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만큼 특히 민감하게 반응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테러행위나 이에 준하는 행위가 이뤄진 것이 결코 아님에도 언론이 해당 부처의 ‘긴장감’이나 ‘충격’에만 초점을 맞춰 사안을 전달할 경우,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의제는 사라지고 관련 단체의 ‘과격성’만 부각될 수 있습니다. 


이번 퍼포먼스로 정말 ‘소동’이 발생하기는 했으니, 이러한 언론 보도는 분명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보도는 핵폐기물 퍼포먼스에 내포된 이면의 진실은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에 그 이상의 통찰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일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24~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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