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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휘말린 역사교과서 색깔론, 선두주자로 나선 곳은 조선일보
등록 2018.02.14 10:48
조회 620

정부는 지난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하고,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제정 중입니다. 이 가운데 집필 기준에 ‘자유민주주의’ ‘6․25 남침’ 등이 빠졌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보수 세력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혼동할 수 있다’ ‘북한의 불법성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라며 비난했습니다. 사실 6․25 전쟁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책임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교과부가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인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임의로 변경했던 것입니다. 보수 세력의 적반하장 식 주장은 그야말로 억지 이념 공세입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를 두고 “연구진의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여기에 집필기준에 ‘자유민주주의’ 대신 ‘민주주의’가 쓰이고, ‘6·25 남침’ 등의 표현이 빠진 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총리가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입장이 아닌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보수 세력의 색깔론 공세에 정부가 한 발 뺀 형국인데요. 완성되지도 않았기에 집필 기준을 만들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초안일 뿐이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색깔론 공세 퍼부은 조선일보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을 두고 가장 많은 보도를 한 곳은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2월 3일부터 8일까지 7건을 보도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가 2건, 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가 각 1건씩을 보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선일보가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 사안과 관련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0건

2건

7건(사설 1건)

1건(사설 1건)

1건

1건

△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 관련 신문별 보도량 비교 (2/3~2/8) ⓒ민주언론시민연합

 

1면부터 사설까지 ‘총공세’ 나선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 보도를 1면에 두 번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교과서 집필기준 초안서 ‘자유’가 빠졌다>(2/3 주희연 기자 https://bit.ly/2nQqeqP) <교과서 집필시안서 ‘북세습’ ‘6․25 남침’ 빼>(2/6 양지호․주희연 기자 https://bit.ly/2BMQhbN)보도를 모두 1면에 배치했습니다. 사설도 나왔는데요. 조선일보는 <사설/‘6․25 남침’ ‘북 세습’ ‘북 인권’ 다 뺀 새 정부 교과서 시안>(2/6 https://bit.ly/2FPOd0q)에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을 설명하면서 “이 시안을 만든 연구팀은 역사학 교수와 교사 등 20명으로 알려졌다. 국정교과서를 앞장서 반대하던 이들도 포함됐다고 한다. 결국 이런 좌편향 교과서로 남의 집 자식들을 물들이려고 그토록 집요하고 폭력적으로 국정교과서 반대 운동을 해온 것이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 보도는 다음날에도 지속됐습니다. 이날은 10면 전체를 사용해 해당 논란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새 시안대로면… 역사 교과서, 좌파 사관으로 싹 바뀐다>(2/7 이선민 선임기자 https://bit.ly/2BMDp5B)에선 “현재 교육부가 마련 중인 교육과정 집필 기준 시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새 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과 발전 과정에 대한 설명 대신 남북 분단에 대한 비판과 극복 노력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좌파 학자들이 주장하는 ‘분단 극복 사관’과 ‘분단 체제론’이 교과서에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다. 종래의 역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 특정 사실을 넣고 빼거나, 서술 방향 등에서 빚어졌다면 이번엔 교과서의 기본 틀이 바뀌어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라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정부의 새 교육과정은 통일 정부 수립 노력의 ‘좌절’을 강조한 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서술하도록 해 학생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에 의문을 갖게 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의 국제법적 정통성을 뒷받침하는 ‘UN의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승인’도 집필 기준에서 빠졌다”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 모두 흔들리는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북한의 남침’을 명시하지 않고 ‘분단 고착화’의 원인으로 ‘반공주의’를 강조하면 분단 지속의 책임을 남한에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정 역사교과서에 참여했던 정경희 영산대 교수의 “새 교육과정과 집필 기준은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향하는 특정 사관에 사실을 꿰맞춘 것”이란 인터뷰를 인용하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 역사교과서 좌편향.jpg

△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이념공세 나선 조선일보 (2/7)

 

색깔론 공세에 함께 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조선일보만큼은 아니지만 동아일보 역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논란에 ‘색깔론’ 공세를 펼쳤습니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서 ‘자유’ 삭제 논란>(2/3 임우선 기자 https://bit.ly/2C3BkxK)에서 기존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민주주의’로 바뀌었고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6․25 남침’이 빠졌다>(2/5 임우선․우경임 기자 https://bit.ly/2nPShXi)에선 문재인 정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지시를 내리면서 “역사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이용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그러나 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도 논쟁적인 부분들이 대거 수정되면서 역사 교과서가 정권이 바뀌면 부침을 거듭한다는 비판이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역사교과서가 5년마다 뜯어고칠 정권 전리품인가>(2/7 https://bit.ly/2s9Gdpm)에서“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집필 기준 시안을 보면 여전히 이념과 편향의 덫에 걸려 있다”라며 ‘6․25 남침’ ‘자유민주주의’ 등이 빠진 상황을 두고 “정권 입맛에 따라 교과서를 꿰맞추려 한다는 의혹이 퍼진 이유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에서는 TV조선과 채널A가 합류

각 방송사의 저녁 종합뉴스에서 이 사안을 다룬 곳 역시 TV조선과 채널A뿐이었습니다. TV조선은 <‘6·25는 남침’ 뺀 역사 교과서 집필 시안, ‘일파만파’>(2/6 윤해웅 기자 https://bit.ly/2nRIJex)에서 집필 기준에서 북한 관련 기준이 빠진 부분을 설명하면서 “시안이 확정되면 교과서 내용도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집필 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시중 참고서 중에는, ‘김일성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6․25 전쟁을 주도했다’며 북한의 남침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내용도 발견됩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봐도 TV조선이 소개한 부분은 김일성이란 인물을 소개하는 단락이었고, ‘전쟁을 주도’했다는 표현은 전쟁에 대한 책임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채널A <새 역사교과서 이념논란…‘6·25는 남침’ 빠졌다>(2/6 정지영 기자 https://bit.ly/2BeAl0R)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버리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어떻게 구별하겠다는 것인지…”라는 함진규 자유한국당 정책위원장의 발언을 전했고요. 기자는 “역사교과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 논쟁에 휘말렸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를 함께 사용했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만 썼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라고 표현했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채널A의 이런 정리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꾸준하게 사용되었고, ‘민주주의’를 쓰지 못하게 하고 모두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로 바꾸라고 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입니다. 

 

학계 의견 소개한 한국일보, ‘이념공세’ 확정한 한겨레

보수언론들은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가지고 ‘색깔론’ 논란을 들고 나오면서 현재 기준을 만들고 있는 학계의 입장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집필 기준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나온 일이다’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발표만 언급됐는데요. 한국일보는 ‘이념 논쟁’이라는 양비론 프레임엔 갇히면서도 학계의 의견은 소개해줬습니다. 한국일보는 <‘자유’ 빠진 ‘민주주의’… 역사교과서 또 이념 논쟁>(2/6 신지후 기자 https://bit.ly/2FVJeeL)에서 “2020학년도부터 중․고교 학생들이 쓸 역사 교과서가 또다시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섰다”라며 “새로운 집필기준에 이번에는 보수 진영이 발끈하고 나서는 모습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보수언론의 색깔론 공세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다만 한국일보는 보수언론과 달리 학계의 주장을 대변했는데요. 특히 집필에 참여한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은 일종의 검열 장치처럼 작용해왔는데 특히 국정화가 시작되며 너무 일일이 기술 내용을 제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이번 시안은 이러한 집필진들의 요구와 다양성ㆍ창의성에 방점을 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고려한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번 사안이 보수언론의 ‘이념공세’라는 점을 밝힌 곳은 한겨레뿐이었습니다. 한겨레는 <보수언론 ‘교과서 이념공세’에 헷갈리는 총리>(2/8 김미향 기자 https://bit.ly/2sfKqrk)에서 “일부 보수언론 및 야당이 역사 교과서 집필 방향을 놓고 또다시 이념 공세를 시도하고 있다”라고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한겨레는 특히 5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의 질문에 “(일부 표현이 누락은)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부분을 비판했는데요. 한겨레는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가 역사학계의 요구를 반영해 정한 ‘집필기준 최소주의 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섣불리 사견을 표명했다”라는 역사학계의 비판을 인용했습니다.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대표도 “지금껏 역사학계가 왜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는지도, 국정화의 폐해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총리가 잘못된 발언을 했다”고 짚었다는 것입니다. 


이어 한겨레는 보수언론의 키운 이 논란 자체가 ‘부분적 사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교과서 집필기준으로 활용한 시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 그치고, 집필기준을 세세하게 나눈 것 역시 같은 시기부터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세세한 집필기준이 “사실상 교과서 ‘검열’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비판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3일 ~ 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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