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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평가’․‘임신 감별’․‘각도 분석’…TV조선의 황당한 김여정 보도
등록 2018.02.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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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하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하 특사)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1일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귀환했습니다.

 

이번 대표단 방남 기간 동안 대다수 방송사는 김여정 특사의 행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일정을 전하고 이와 관련한 남북 관계 전망 분석 보도 등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 패션과 사생활을 언급하는 가십성 보도나 북한의 의도를 무리하게 의심하는 트집성 보도를 꾸준히 내놓은 방송사도 있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첫째 날엔 ‘스타일 분석’에 ‘피부 평가’ 
김여정 특사 방남 첫날, TV조선은 언제나처럼 ‘패션 분석’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올 블랙’ 패션…얼굴엔 옅은 색조 화장>(2/9 윤우리 기자 https://goo.gl/xTW2qX)입니다. TV조선은 특사의 패션 및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별도의 보도를 할애한 유일한 방송사입니다. 


실제 이 보도는 1분 16초 내내 김여정 특사의 화장, 의상, 헤어스타일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부터 “김여정은 북한에서 모습 그대로 ‘올 블랙’ 패션으로 방한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알던 수수한 모습 그대로인 듯 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색조화장을 하는 등 공 들인 흔적이 엿보입니다”입니다. 


기자 멘트도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일 분석뿐입니다.

 

“목과 팔에 모피털을 부착한 검정 코트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언뜻 북한에서 보이던 수수한 모습이고, 머리도 평소처럼 머리핀으로 묶었습니다. 북한에서 뚝 떨어지는 코트를 즐겨 입었지만, 오늘은 하체쪽으로 펼쳐지는 옷선으로 단정하면서도 여성성을 강조했습니다. 구두 역시 평양에서보다 굽이 높아졌습니다. 피부는 하얀 편이었지만 주근깨와 점 등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눈에 옅은 색조화장을 하고, 볼터치, 입술 까지 칠했습니다. 국제무대 데뷔에 신경을 쓴듯 한 모습입니다. 왼쪽 어깨엔 작은 사이즈의 금색 체인이 달린 검정색 가방을 매 젊은 감각도 드러냈고, 아이보리 스타킹에 모피가 붙은 검정 앵클 부츠를 매치해 여성스러움도 강조했습니다. 액세서리는 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반짝인 것은 머리핀 정도였습니다”


‘평소보다 여성스럽다’ ‘수수한 것 같지만 공은 들인 것 같다’는 수준의 별 의미 없는 평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렇게 집요하게 특사의 차림새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패션․스타일 분석 보도는 사안의 논점을 흐리는 가십성 보도라는 점에서 일차적 문제가 있습니다. 동시에 언론이 남성을 보도할 때는 인물과 정치력, 언행 등에 자연스럽게 초점을 맞추면서, 여성을 보도할 때 유독 외모와 패션을 살핀다는 측면에서 성차별적 관점을 내포한 보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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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분석에서 멈추지 않고 피부 평가까지 내놓은 TV조선


특히 해당 보도는 패션 평가 와중에 ‘주근깨와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피부에 대한 평가를 끼워 넣고, 이를 <주근깨와 점 많은 피부 그대로 드러나>라는 자막으로까지 강조하고 있는데요. 특사를 상대로 외모 평가까지 한 셈입니다.   


그 외 방송사 중에서는 채널A와 MBN이 김여정 특사의 패션을 언급했는데요. TV조선과는 달리 관련 보도 내에 “김여정은 단정한 반묶음으로 머리를 정리하고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화려한 패션을 선보인 현송월 단장과 달리 작은 가방 하나를 들었을 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채널A), “검은색 롱코트에 꽃핀으로 단정하게 묶은 머리” “특별한 액세서리 없이 단정하고 수수한 모습”(MBN) 정도의 언급을 관련 보도 사이사이에 끼워놓은 수준입니다. 

 

 

둘째 날엔 ‘임신 추정’
첫날 이렇게 특사의 스타일과 피부를 평가한 TV조선은 둘째 날엔 특사의 ‘몸매’를 살펴보며 ‘임신 가능성’을 제기하는데요. 이 역시 다른 방송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행태입니다. 문제의 보도는 <눈길 끈 필체…대남통 밀착 수행>(2/10 엄성섭 기자 https://goo.gl/bapAaJ)인데요. 온라인 송고용 제목이 무려 <김여정, 불룩한 배 포착…대남통 김성혜 밀착 수행>입니다. 


보도 내 앵커와 기자 멘트도 황당합니다. 앵커는 “화면을 보시면 아마 느끼실 텐데 김여정은 마른 몸과 달리 불룩한 배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했고, 기자도 “김여정은 마른 얼굴, 몸과 달리 유독 배가 불룩한 모습도 보였습니다”라는 멘트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 뒤에는 김정봉 국정원 전 대북실장의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했는데, 건강을 회복하고 임신을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라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어쩌면 TV조선은 이 발언을 앞세워, 일정을 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는 특사의 ‘건강’을 걱정했을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애초 개인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임신 여부를 상대방의 몸을 보고 멋대로 추정하고, 나아가 이를 보도로 떠들기까지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몰상식한 행태입니다. 외국에서 온 특사의 몸을 보고 ‘배를 보니 임신을 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뉴스를 만들어 보도할 경우 인간적 모욕에 외교적 결례까지 더해지는 것이고요. TV조선 스스로가 선정적이고 반인권적 뉴스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는 황색저널리즘 언론임을 이 보도로 재차 입증한 꼴입니다.

 

 

돌아간 직후엔 ‘왜 내려다보는 사진 썼냐’ 트집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 TV조선은 <김여정, 북 돌아가 의장대 사열>(2/12 이채현 기자 https://goo.gl/WMa3Vr)을 통해 북한 매체의 관련 보도 내용을 문제 삼는 듯한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북한 매체들도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김여정 일행의 이번 방문 소식을 전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 직후 앵커는 곧바로 “김여정이 돌아가자마자 노동신문을 통해 평창올림픽 개막식 사진을 공개했는데, 바로 이 사진입니다. 마치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내려다보는 듯한 각도에서 촬영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고요.

 

기자 역시 “노동신문 사진에서는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내려다 보는듯한 각도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김정숙 여사가 두 손으로 김여정의 손을 잡는 장면도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반복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악수 당시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자리는 문 대통령의 한 계단 뒷줄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김여정 특사가 문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악수하는 앵글의 사진’이 찍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또 북한이 설령 김 특사가 ‘높게’ 찍힌 사진을 일부러 골랐다고 해도, 그 나라의 특성상 특별히 놀랄 일이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이 굳이 북한에서 이런 사진을 사용했다고 반복하여 말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저자세를 취했고, 북한은 한국을 우습게 본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님께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참가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시고 친서와 구두 인사까지 보내주신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했다”는 노동신문 보도와 “자신의 감사 인사를 꼭 전해드릴 것을 부탁했습니다”라는 조선중앙TV 보도를 전했는데요.

 

이어서 굳이 청와대 관계자의 “특단의 조치 같은 표현은 없었다” “자세한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해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런 뉴스 구성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저자세를 취해 북한이 자국 언론을 통해 이를 자랑하고 있고, TV조선이 이를 따져 물었으나 정부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비춰집니다. 이번 방남 성과를 깎아내려보려는 TV조선의 행태가 참 다채롭다 싶습니다. 

 

 

채널A는 ‘공교롭게도 대통령 주변인물들 정상회담에 적극적’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이 남북 정상 회담 등의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 것은 채널A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정상회담” 군불 때기>(2/9 강지혜 기자  https://goo.gl/rLxNCD)에서 기자는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점치고 여권 내에 이런 목소리가 많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앵커는 “실제 제안했는지는 내일 오후 이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 주변 인물들은 올 들어 남북 정상회담 군불 때기에 적극적입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공교롭다’는 “생각지 않았거나 뜻하지 않았던 사실이나 사건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라는 뜻입니다.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인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목소리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인데요. 이 상황을 두고 “공교롭다”고 말한 채널A의 속내가 민망할 지경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8~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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