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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조선일보 말대로 정말 ‘평창 재계 홀대’를 지적했나
등록 2018.02.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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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해준 2심 판결이 나온지 5일만이자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뒤인 10일, 조선일보는 <1조 후원하고도…기업인들은 평창에 안보인다>(2/10 신은진․김지연 기자 https://goo.gl/XGKHax) 기사를 내놓습니다. 이 기사는 지면에는 9면 톱으로 배치되었고, 당연히 포털에도 송고되었지요.


기사는 기업이 평창 올림픽에 상당한 자금을 후원했는데, ‘반 기업적인’ 문재인 정부가 돈이 필요할 때만 기업을 찾고, 정작 행사가 시작되자 재계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담고 있습니다.

 

국가 행사인 올림픽에서 국가가 나서서 ‘후원사’의 존재를 부각하지 않아 유감이라는 지적을 ‘언론사’가 하고 있다는 점이 일반 상식에서는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재벌 대기업, 국가와 기업의 정경유착 행태 등에 유독 너그러웠던 조선일보의 기존 기사 논조를 감안하면 이것 자체로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이 기사의 진짜 문제는 조선일보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엉뚱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왜곡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려 뉴욕타임스도 이렇게 말했다’
기사는 도입부 4단락에 걸쳐 외신 보도를 ‘인용’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인용된 매체는 뉴욕타임스입니다.

 

조선일보는 뉴욕타임스가 현지시각 7일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행사라 개최국 대표 기업이 대대적으로 후원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게 보통”인데 “한국 기업은 평창올림픽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국의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다른 주요 스포츠 행사와 달리 덜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으며 “평창 경기 후원에 대한 자신들의 공헌이 오해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게 위험한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에 대해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까지 빌려 광고했으나 이번 올림픽에는 너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업체명까지 언급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보도 인용구 사이사이에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데 정작 한국 기업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국내 재계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 주도의 스포츠를 후원했다가는 나중에 뇌물죄로 기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는 등의 추임새를 넣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뉴욕타임스의 논조를 ‘오해’하지 않도록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TV조선은 같은 보도 인용해 MB 입장 대변에 초점
같은 날 계열사인 TV조선 역시 <‘평창’ 유치 주역 “개막식 땐 소외”>(2/10 최현묵 기자 https://goo.gl/jsB7x4)를 통해 뉴욕타임스를 언급하는데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기업이 낸 돈은 1조원이 넘습니다. 외신에선 한국 기업이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올림픽에서는 소외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기업이 평창 경기 후원에 대한 자신들의 공헌이 오해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다만 TV조선은 재계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염려하는데 보다 더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보도 첫 화면부터 이 전 대통령의 얼굴을 크게 노출하고 있는데다가, 앵커조차 “7년 전 평창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제 개막식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1조 원을 후원한 기업인들 역시 리셉션 등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로 이 전 대통령을 먼저 언급하고 있습니다.

 

K-021.jpg△ 이명박 전 대통령 홀대론 부각한 TV조선

 


‘박근혜 게이트 이후 변화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초점
그렇다면 실제 뉴욕타임스 기사 내용은 어떨까요? 조선일보는 제목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기사 첫 단락에 “주식회사 대한민국, 돈과 정치가 이상한 올림픽을 만든다”라고 적어두었고, 뉴욕타임즈가 현지시각 7일 이런 논조의 보도를 내놓았다고도 말하고 있는데요.

 

실제 7일 뉴욕타임스에는 <For Korea Inc., Money and Politics Make an Awkward Olympics>(2/7 https://goo.gl/KjDHrM)이라는 기사가 올라와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기사는 이 기사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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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뉴욕타임스 <For Korea Inc., Money and Politics Make an Awkward Olympics/주식회사 대한민국, 돈과 정치가 이상한 올림픽을 만든다> 기사 갈무리

 

그러나 이 뉴욕타임스 기사의 논조는 조선일보의 해석과는 전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해당 기사는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구박’ 문제가 아닌 ‘한국의 변화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올림픽이라는 특수 이벤트에 한국의 대기업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외’나 ‘홀대’라는 표현 역시 기사 내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뉴욕타임스는 ‘삼성의 뇌물 수수 사건과 박근혜 게이트와의 유착관계가 밝혀지면서, 기업의 올림픽에서의 적극적인 후원, 마케팅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는 점’ 등을 ‘삼성이 과거에 비해 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게 된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습니니다.(But in South Korea, the recent atmosphere of scandal has made it an especially awkward time for the country’s leading corporate names to be plastering Olympic venues with logos and showering athletes with freebies. The corruption allegations that ensnared Mr. Lee’s son and heir — and that last year felled Park Geun-hye, then South Korea’s president — involved bribery via sports sponsorships.) 


또한 뉴욕타임스 기사가 올림픽을 매개로 한 정부와 기업의 ‘유착’을 조선일보처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 캠페인을 주도한 재계 관계자들이 금융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들이라는 점(Three leaders of Pyeongchang’s winning campaign to host the Winter Games were industrialists who had, at one point or another, been convicted of financial crimes: Mr. Lee of Samsung, Cho Yang-ho of Korean Air and Park Yong-sung, formerly of the Doosan conglomerate.)과 탈세 혐의로 기소된 삼성 이건희 부회장이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사면되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The company’s chairman, Lee Kun-hee, is a longtim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and lobbied for years behind the scenes to bring the Winter Games to South Korea. The government saw Mr. Lee as so pivotal to its Olympic dreams that after he was convicted of tax evasion in 2008, the country’s president then pardoned him expressly so he could resume lobbying for Pyeongchang.)


그런데 정작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뉴욕타임스 기사의 일부 내용을 가져와 맥락을 지워버리고 자사 의견을 덧붙여 해당 보도가 문재인 정부의 재계 홀대를 지적하기라도 한 것처럼 날조한 것이지요. 뉴욕타임스의 ‘권위’를 빌어 자사 주장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만, 이는 명백한 ‘인용 사기’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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