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북한 응원단․예술단 보도, 왜 다리부터 찍을까?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이 7일 강원도 인제에 도착하자 7개 방송사는 평균 2건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KBS는 관련 내용을 2번째로, JTBC와 MBN은 3번째 순서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2건 |
2건 |
1건 |
2건 |
2건 |
1건 |
3건 |
△북한 예술단․응원단 관련 보도량(2/7)(ⓒ민주언론시민연합
적지 않은 보도가 나왔지만 ‘미녀’ 등 용모를 부각한 표현을 사용한 방송 보도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온라인 송고용 제목에도 ‘북한 응원단’ ‘북한 예술단’ 등의 표현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보도에 우려되는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래에서 위로’ 몸 훑어 내리는 카메라 움직임, 대체 왜?
우리 방송 카메라는 유독 여성을 촬영 대상으로 삼을 때 ‘몸을 훑는 듯한’ 촬영 기법을 사용하곤 합니다. 특히 이번 응원단 및 예술단 보도에서는 거의 모든 방송사들이 빠짐없이 다리를 먼저 보여준 뒤, 전신으로 옮겨가는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MBN <두 차례 리허설>(2/7 이상주 기자 https://goo.gl/eacksz)은 방송 카메라가 여성과 남성 피사체를 대하는 방식의 전형을 보여주는 보도입니다. 이 보도는 여성 응원단을 찍을 때는 굳이 하반신만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준 뒤, 다리에서 얼굴 방향으로 카메라가 ‘이동’합니다. 반면 남성 단원들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인물을 찍을 때와 같이 전신 혹은 상반신을 ‘고정’된 카메라로 보여줍니다.
△ MBN 북한 예술단 관련 보도 속 남녀 카메라 움직임 차이(2/7)
이런 패턴은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입니다.
KBS <북 응원단도 도착…“힘 합쳐 잘합시다”>(2/7 김빛이라 기자 https://goo.gl/3Aa9BZ), MBC <13년 만에 다시 온 북한 응원단>(2/7 이문현 기자 https://goo.gl/CE1L9r), SBS <북 응원단 도착…예술단은 한국 가요도 연습>(2/7 김아영 기자 https://goo.gl/2nebQF), JTBC <북 예술단, 시간 지날수록 ‘미소’>(2/7 이상엽 기자 https://goo.gl/5E5aEE) 모두 응원단 혹은 여성 예술단원의 모습을 보여줄 때 카메라를 ‘다리에서 얼굴로’ 훑고 있습니다.
다만 이 중 SBS의 경우 “응원용 악기들이 눈에 띕니다”라며 ‘다리 부근을 비출 명분’을 궁색하게나마 제시하고 있기는 합니다.
△ KBS․MBC․SBS․JTBC 보도 속 북한 여성 응원단․예술단원 다리 노출 화면(2/7)
채널A는 다리 아닌 캐리어에 초점 맞춰
반면 채널A <“응원전, 보시면 압네다”>(2/7 김도형 기자 https://goo.gl/tsKGr1)는 응원단원 모습을 보여주며 ‘위에서 아래, 다시 위로 훑고 있다’는 점까지는 앞선 다른 방송사와 유사하지만,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을 때 응원단원의 다리가 아닌 캐리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채널A 북한 예술단 관련 보도 속 카메라 움직임(2/7)
TV조선은 인공기 먼저…만경봉92호 내부 모습 ‘도촬’도
TV조선 <‘빨간코트, 털모자’ 북 응원단…“보면 압네다”>(2/7 https://goo.gl/Xie6gm)는 응원단원들의 코트 가슴께에 인공기가 달렸다는 점을 먼저 부각해 보여주는데요. 그 뒤에 곧바로 다른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다리를 찍고 얼굴 방향으로 훑으며 올라가는’ 카메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 TV조선 북한 예술단 관련 보도 속 카메라 움직임(2/7)
덧붙여 TV조선의 경우 이어지는 단독 보도 <북 예술단, 내일 공연 준비 ‘분주’>(2/7 https://goo.gl/vfS8gq)에서는 북한 예술단이 타고 온 만경봉92호의 ‘내부’를 들여다보겠다며, 카메라를 이용해 배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찍어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런 노골적인 사생활 침해를 하면서도 기자는 “북한 예술단원들이 만경봉 92호 내부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TV조선이 확보했습니다. 배에서는 오늘 연습장에 나설 때와 같은 편안한 복장입니다. 북한 단원들은 창문을 열지 않은 채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태웠습니다. 줄담배를 태우는 단원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 여성단원은 인사말을 연습하는듯 반듯하게 서 있다 고개를 숙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단원들이 도열해서 뭔가 주의사항을 듣는 듯한 모습도 잡혔고, 세면을 하고 수건을 들고 가는 모습도 보입니다”라는 설명을 늘어놓고 있을 뿐입니다.
북한 응원단, 예술단 구성원들을 ‘인권을 존중해야 할 사람’이 아닌 ‘뭐라도 더 찍어 노출시켜야 할 흥밋거리’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여성을 ‘훑어 살펴보는’ 관음증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은 방송사의 성향이나 보도의 맥락과는 전혀 무관하게 반복되고 있는 셈인데요. 오해를 유발하는 촬영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들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방법은 많을 겁니다. 후속 보도에서는 보다 나은 영상이 나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