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이재용 2심판결에 대해 조중동 환영, 한겨레‧경향 비판, 한국일보는?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씨와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요. 정경유착이 있었다고 판단한 1심과 달리 2심에선 이를 부정해 형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기존 혐의들을 2심에서 무죄로 바뀌면서 ‘재벌 총수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조중동은 이제야 법리에 의한 판결이라며 반색했습니다.
1심에선 최소한의 보도만 했던 중앙일보, 2심에선 다른 지면과 비슷해
이재용 1심 판결 다음날인 작년 8월 26일 신문 보도량은 조선일보 18건, 한겨레가 17건, 한국일보가 12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가 각 10건씩 있었는데요. 중앙일보는 6건이었습니다. 당시 중앙일보의 적은 보도량은 황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보도량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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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8건 |
8건 |
11건 |
9건 |
8건 |
6건 |
사설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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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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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이재용 집행유예는 재벌 봐주기, 납득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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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이재용 집유… 특검 여론수사에 법리로 퇴짜놓은 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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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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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이재용 집유… 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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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이재용 ‘솜방망이 판결’, 유전무죄 부활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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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증거 없다”며 특검 주장 배척한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 |
△ 이재용 2심 재판 결과와 관련된 신문사별 보도 비교 (2/6) ⓒ민주언론시민연합
2월 6일 이재용 2심 재판 결과도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11건을 내놓은 조선일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중앙일보가 9건으로 두 번째로 많이 보도했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 동아일보는 각각 8건씩 보도했습니다. 가장 적게 보도한 곳은 6건을 보도한 한국일보였습니다.
6개 신문사 모두 2심 결과에 대해 사설을 보도했는데요.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재벌 봐주기” “유전무죄”를 언급하며 이번 판결의 부당함을 주장한 반면, 조중동은 ‘법리’에 따랐다며 판결을 옹호했습니다. 한국일보는 6개 신문 중 유일하게 <“증거 없다”며 특검 주장 배척한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라는 가치판단 없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이재용을 ‘피해자’라고 몰아세운 조선일보
조중동은 1심에 이어 2심 결과에서도 친 삼성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사설이 압권입니다. 조선일보 <사설/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2/6 https://bit.ly/2E5hJTy)는 지난 1심 판결에 대해 “판사가 증거가 아니라 다른 사람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속 청탁’을 발견했다는 것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될 판결이었다”라고 말하고, “이런 무리한 판결은 2심에서 대부분 바로잡혔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이어 “2심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실제 제시된 증거가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특검과 정부가 이 사건을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더 심한 형을 가하려고 사건 구도를 바꾼 것”이라며 “뇌물이 성립되려면 뇌물을 준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강요당한 사람이 갑자기 뇌물 공여 범죄자로 바뀌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 “희생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이 기업을 겁박하고 강요한 사건을 기업의 뇌물 상납으로 바꾸기 위해 정부는 고비마다 재판에 개입했다”다고 우겼고, “청와대는 재판 도중 캐비닛 문건을 찾아 특검을 통해 법원에 제출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증언대에 서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 근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안종범 수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삼성 승계작업 추진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특검 역시 이런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단순 강요죄가 아닌 뇌물공여죄로 기소한 것입니다. 정부도 캐비닛 문건이 발견됐기 때문에 법원에 제출했을 뿐이고,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개인 자격으로 당시 증언대에 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을 두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억지로 ‘정경 유착’ 모양을 만들려고 했다면 수사가 아니라 정치 공격이다”라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한편, “2심 역시 삼성의 일부 승마지원금을 ‘뇌물’이라고 판정했다. ‘거절하기 힘들었다 해도 공무원 부패에 조력해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의무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뇌물죄 유죄를 선고했다”라는 2심 재판부의 주장을 언급 한 뒤, “말은 맞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 정권에서도 기업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느닷없이 현 정부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이어 “한국 기업인은 대통령 요구를 거절해도 감옥가고 거절하지 않아도 감옥에 가야 하나”라며 기업인만 고생이라는 식의 억지를 부렸습니다. 조선일보가 이재용 부회장을 ‘선량한 피해자’로 만들기 위해 온갖 억지를 다 부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강요죄 프레임’
이재용 부회장이 ‘강요죄에 의한 피해자’라는 시각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이재용 집유… 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2/6 https://bit.ly/2BYBhDd)에선 “이번 항소심 판결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은 물론 철저한 법리와 증거에 따른 합리적 판단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재용 판결이 나온 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개혁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에 대해 비판한 것은 안 들리나 봅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이재용 집유… 특검 여론수사에 법리로 퇴짜놓은 법원>(2/6 https://bit.ly/2sbgH2P)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명시적 구체적 청탁은 물론이고 묵시적 포괄적 청탁도 인정하지 않았다. 청탁의 근거인 경영권 승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뇌물로 인정한 것마저도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요구가 먼저 있었고 그 요구를 삼성이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들어준 것으로 봤다. 이것이 엄격한 법리에 합치하는 판단일 것이다”라며 칭찬했습니다. 이어 특검에 대해서 비판했는데요. “특검은 유독 삼성이 낸 출연금만 뇌물로 기소했다”라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청탁 프레임은 삼성의 소유구조를 조금만 알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 “여론몰이를 하면서 한편으로 여론에 끌려 다녔다”는 식입니다.
1심에선 ‘정경유착 경종’울렸다던 한국일보, 2심에선 받아들여라?
한편 이번 판결에서 1심은 정경유착이라고 판결하고, 2심은 정경유착이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한국일보의 평가가 황당합니다.
한국일보 <사설/“증거 없다”며 특검 주장 배척한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2/6 https://bit.ly/2C1QCmI)는 이번 판결에 대해서 “일반적 법 감정과는 거리가 있다. ‘0차 독대’에 대한 안봉근 전 비서관의 진술을 구체적이라고 보면서도 독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점 등에도 의문이 따를 만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어 “이번 항소심이 ‘촛불혁명’과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던 국민 감시 아래 이뤄졌다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삼성 봐주기’를 의심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설은 “과거 일부 뇌물 사건의 경우 정황증거만으로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고, ‘국정농단’ 세력과 재벌의 유착 혐의를 다룬 재판이라는 점에서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도 컸다.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는 전형적 정경유착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그런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며 끝맺었습니다.
하도 애매해서 한참을 곱씹어야하지만 한국일보의 결론은 ‘2심 재판부는 삼성 봐주기를 할까 싶어 날카롭게 감시하는 국민 사이에서 심증만으로 여론재판을 하지 않으려 매우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날카로운 감시가 있었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 봐주기’를 하지 않았다는 한국일보 주장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까요?
국민의 공분이 컸기에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도 컸다”는 표현도 여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1심 결과 이후 내놓은 사설에서는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사설/재벌과 정치권력 유착에 경종 울린 이재용 유죄 선고>(2017/8/26 https://bit.ly/2BdYXqH)에서는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현대판 정경유착’이라고 질타한 것은 국민의 정서를 대변한 말”이라고 평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이 밀접히 유착한 것으로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이 크다”는 재판부 발언도 전해준 바 있습니다. 이런 이전의 한국일보 사설을 생각하면 2심 판결 사설의 논조는 당황스러운 수준입니다.
‘판사 공격’ 언급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명백한 증거들을 채택하지 않고 석방만을 위한 ‘재벌 총수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을 주재한 판사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비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미 이번 재판을 주재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이 잇따르고 있다”라며 “‘정 부장판사와 그 가족의 계좌까지 털어보자’는 협박은 법치주의에 대한 모독이며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중대한 위협이다. 정치권부터 정파적 시각으로 재판 결과를 재단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작년 구속영장 기각 판사에 대한 비판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작년 1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는 ‘삼성 장학생’이라는 매도와 문자 폭탄 피해를 입었다. 누구라도 이런 사회 분위기에 위축되기 마련이다”라며 “이미 사법부 지도부도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사람들로 교체됐다. 이 상황에서 재판부가 순전히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사법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보이는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을 ‘정권 코드’로 판단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법원에는 아직 법과 양식을 우선하는 꼿꼿한 판사들이 있었다. 2심 판사들도 온갖 공격을 당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를 받치는 기둥이 아직은 건재하다고 느낀다”라고 칭찬했습니다.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성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저항을 매도하는 것 역시 부적절합니다. 게다가 ‘삼성 장학생’이라는 오명이 보여주듯 경제 권력에 의해 사법부의 독립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판결 역시 그런 혐의가 충분히 보이는 판결이었는데요. 사법 정의가 흔들린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단순히 ‘인신공격’ ‘문자폭탄’으로 매도한 모습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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