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선정 사유 보고서
2017년 11월 ‘나쁜 방송보도’, ‘싸움중계’ 앞세워 인권문제 논의의 장 파괴한 채널A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선정회의를 거쳐 민언련 11월 ‘이달의 좋은 보도’ 방송 부문에 선정작을 내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2017년 11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7년 11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 보도’ 심사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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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방송보도 |
없음 |
나쁜 방송보도 |
‘북한 귀순병사 인권침해 논란’ 관련 보도 매체 : 채널A, 기자 : 고정현․김기정․김설혜․성혜란․이현수․정하니 보도일자 : 11월 21일~24일 |
선정위원 |
김규명(민언련 신문모니터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방송모니터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종편모니터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
심사 대상 |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종합뉴스9>․<종합뉴스7>, 채널A <뉴스A>, MBN <뉴스8>에서 보도한 뉴스 |
선정 배경 북한 귀순 병사 병원 후송 이후, 우리 언론은 이국종 교수의 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기생충’ ‘분변’을 강조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병원과 군 당국,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의료인과 이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채널A는 ‘이국종 VS 김종대’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끌어올리며 싸움 중계에 몰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채널A는 이번 사태에서 언론의 책임을 지워버리고, 인권 문제를 제기한 김 의원을 향해 ‘논란을 초래한 주역’이라는 비아냥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러한 채널A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알권리라는 명제 아래 사소하게 취급해온 언론 인권 문제와 의료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 기회를 앗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채널A의 ‘북한 귀순병사 인권침해 논란’ 관련 보도를 2017년 11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
2017년 11월 13일 오후,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북한군 귀순 병사는 유엔사 소속 헬기를 타고 경기 수원의 아주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수술을 맡은 중증외상치료 전문의 이국종 교수는 2차 수술 이후인 11월 15일, 1차 브리핑을 통해 “상태는 호전됐으나, 몸속에 있는 기생충과 감염을 막기 위해 조치하고 있다”며 북한군 귀순 병사의 복강 내 분변, 기생충에 의한 오염 수준 등을 언급했다.
이후 이 브리핑 내용을 인용해 언론은 ‘기생충’ ‘분변’을 강조한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근거로 ‘북한의 열악한 실태’를 추정하기까지 했다. 이에 귀순 병사는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 나타난 ‘표본’이 아니며,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필요이상으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17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며 의료인에게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과 군 당국, 환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의료인과 이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지적했다. 제대로 된 언론 환경이 갖춰져 있었다면 ‘환자의 개인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공공의 이익, 즉 ‘알권리’와 ‘인권’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한 김 의원의 발언에 초점을 맞춰, 심도 깊은 논의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언론은 상황을 ‘‘김종대 의원이 이국종 교수를 저격했다’는 싸움 중계에 돌입했다.
채널A, 단독 보도로 ‘이국종 VS 김종대’ 프레임 제시
이러한 ‘이국종 VS 김종대’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끌어낸 것은 채널A <단독/인격 테러라니 견디기 힘들다>(11/21 https://goo.gl/mLMM9c) 보도다. 해당 보도에서 기자는 이 교수가 “병사의 영양 상태와 복부에 퍼진 분변으로 인한 감염 상황도 언급했는데 곧바로 비난이 이어졌”다며 김 의원의 지적 자체를 비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기자는 “졸지에 ‘인격 테러범’으로 몰린 이 교수는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며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채널A 취재진에 밝혔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환자의 개인정보 공개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를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린 의사에게 괜한 시비를 거는 소수정당 의원의 문제’로 정리해 버린 것이다.
△ ‘이국종 vs 김종대 프레임’으로 사안의 본질 흐린 채널A(11/21)
채널A는 이후에도 꾸준히 ‘김종대 의원의 SNS 글에 이국종 교수가 화가 났다’는 점을 부각하고 김 의원을 비난하는 논조의 보도를 쏟아냈다. 물론 브리핑 내용 중 선정적 내용을 부각해 일을 키운 언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바로 다음날 내놓은 <“환자팔이 한 적 없다” ‘3시간 토로’>(11/22 https://goo.gl/o9FTFJ), <뉴스분석/3시간 ‘격정 토로’>(11/22 https://goo.gl/cPhhTd)에서는 ‘김종대 의원이 한 ’인권침해‘ 지적에 대해 이 교수가 3시간이나 격정을 토로했다’는 정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여 전달했다.
언론 책임 지적에는 ‘사실관계 틀렸다’며 비아냥
김 의원이 이 교수에게 공식 사과 한 당일의 <공개 사과하면서도 ‘언론 탓’>(11/23 https://goo.gl/CB5JhG)에서는 김 의원이 사과를 하면서도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또 그 다음날 <오청성 일반병실로…“미음 먹어”>(11/24 https://goo.gl/pscKFY)에서도 채널A는 “인권 침해 논란의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어제 이국종 교수에게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귀순병사의 응급치료와 인권보호 속의 논란을 초래한 인물은 사실 김종대 의원 본인”이라는 황당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앞서 채널A는 이국종 교수의 1차 브리핑 직후 <JSA 병사까지 굶주리는 이유>(11/18 https://goo.gl/dFbgLy) 보도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뱃속은 기생충이 들끓었고 섭취한 음식물은 옥수수가 전부” “북한에서도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병사의 몸 상태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라는 등의 무분별한 설명과 추정을 쏟아낸 바 있다. 즉 이러한 논란을 초래한 주범 중 하나로, 반성의 주체가 되어야 할 채널A가 엉뚱하게도 ‘모두 김 의원 잘못’이라며 선동에 나선 것이다.
<‘의원 한 명의 비판’ 듣고 있었다>(11/24 https://goo.gl/BM9rHj)와 <뉴스분석/김종대, 모호한 사과>(11/24 https://goo.gl/xCEjuA) 역시 “김 의원은 논란의 책임을 저희 채널A로 돌렸”지만 실제로는 이 교수가 채널A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국회를 의식한 발언을 쏟아냈”기에 그대로 받아 보도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사실이 이렇다 할 지라도 ‘보도의 가치를 직접 판단할 자유가 있는’ 채널A가 이 교수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단독 보도함으로서 ‘인권침해’라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김 의원과 이 교수의 감정싸움’을 부추겼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이렇게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가는 와중에도 채널A는 <“소녀시대 좋아해”…손바닥은 ‘빨래판’>(11/22 https://goo.gl/CeY8MV) 등의 보도를 통해 다시 한 번 이국종 교수의 브리핑 내용에서 일부 선정적 내용을 뽑아 보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그 이후에도 꾸준히 <“오청성은 북 영관급 장교의 아들”>(11/29 https://goo.gl/gPPjAq), <오청성 “B형간염이 뭐죠?”>(11/30 https://goo.gl/vEbc2P), <“앉아서 TV시청…일반식 반찬도”>(11/29 https://goo.gl/q31BxD) 등의 보도를 통해 집요하게 가십성 신상털기 보도를 이어나갔다.
이러한 채널A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알권리라는 명제 아래 사소하게 취급해온 언론 인권 문제와 의료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 기회를 앗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채널A의 ‘북한 귀순병사 인권침해 논란’ 관련 보도를 2017년 11월, 이달의 나쁜 방송 보도로 선정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