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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검색어 조작’ SBS는 ‘평화=평양’
등록 2018.01.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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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문재인 대통령 66세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평화올림픽’을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계기로 삼자고 호소한데 착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생일이나 앨범 출시일에 맞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혹은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 검색 순위 등에 이름을 올려주는 것은 아이돌․연예인 팬덤 사이에서 많이 이루어지던 응원 방법인데요.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식으로도 도입된 것은 처음입니다. 


그러자 이러한 이벤트에 반발한 누리꾼들은 이에 맞서 실시간 검색어로 ‘평양올림픽’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측은 ‘평화올림픽 실검 이벤트’를 문 대통령 지지자 측의 여론조작이라고 비판했고, 여당은 ‘평양올림픽’이라는 표현의 부적절성을 비판했습니다. 이 와중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검색어 조작’을 부각하거나, ‘평화 올림픽’과 ‘평양 올림픽’을 같은 가치의 주장으로 치부하는 보도가 등장했습니다. 모두 자유한국당이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입니다. 
 


‘검색어 조작’ 강조한 TV조선…그런데 조작 기준은?
가장 문제가 되는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노골적으로 ‘검색어 조작’ 지적을 늘어놓았습니다.


TV조선 <‘평화올림픽 vs 평양올림픽’ 검색어 전쟁>(1/24 조정린 기자 https://goo.gl/LJh2tF)에서 신동호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평화올림픽’을 검색어 순위 1위로 만들자고 하자, 비판 세력이 ‘평양올림픽’ 검색으로 순위 경쟁을 벌인 겁니다”라고 상황을 전한 뒤 “이런 식의 검색어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데 대한 논란도 뜨거웠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조정린 기자도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간의 ‘검색어 대결’ 양상을 전하며 “검색 순위 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 포털 측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보입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진 <검색어 조작 세력의 정체는?>(1/24 김미선 기자 https://goo.gl/X1oy87) 보도는 제목에 ‘검색어 조작 세력’을 운운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과 ‘일베’ ‘야갤’ 같은 게시판 유저들의 검색어 순위 경쟁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이들을 ‘검색어 조작 세력’이라 정의내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미선 기자는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침도 나옵니다”라는 등의 ‘명령을 하달 받았다는 뉘앙스’의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 표현은 <즉시 ‘제안 글’ 공유…구체적 지침 등장>이라는 자막으로 재차 강조되었습니다. 다분히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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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올림픽 검색어 띄우기 이벤트를 검색어조작으로 설명하며 ‘지침’이 있었다 강조한 TV조선(1/24)

 

그러나 이번 ‘평화 올림픽’ 이벤트를, 검색어 조작, 혹은 검색 순위 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의 사례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실검 올리기’라는 행위 자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것이 아닌, 일상적인 응원법입니다. 또한 이번 이벤트는 공개된 공간에서 제안되었으며, 유저 개개인의 자발적 호응으로 실행되었을 뿐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한 흔적이나 금전적 대가가 오고 간 정황이 발견되지도 않았습니다. 즉 이러한 행위는 국민 모두를 충격에 빠트린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조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단히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여론 왜곡 행위가 발생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포털과 SNS는 수 없이 ‘여론조작’을 당한 것인데, 왜 이 사실에 대해 그 이전에는 지적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무엇보다 엄밀한 기준 없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지지와 동조를 요청하는 행위 전반’을 무조건 ‘여론 조작’으로 치부할 경우, 사실상 시민들의 온라인상에서의 연대활동에 대한 억압이 될 수도 있습니다.

 

 

SBS, 한국당 ‘평화 vs 평양’ ‘현송월 의전’ 프레임 부각 
SBS <‘평화 vs 평양’…검색어 경쟁이 남긴 숙제>(1/24 김용태 기자 https://goo.gl/NGWDii)는 자유한국당이 밀고 있는 또 다른 프레임, ‘평화 대 평양’을 부각한 보도입니다. 


실제 보도는 “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진 거고, 또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는 무엇인지” 정리해보겠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의 “평화의 올림픽이 되었으면 합니다” 발언과 홍준표 대표의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 모습, 청와대의 “평양 올림픽 딱지를 붙이는 건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발언모습과 보수 단체의 “망국적 평양 올림픽일 수밖에 없다”라는 발언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자’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주장과, 정치 공세를 위해 야당이 급조해낸 ‘북한이 참가하니 평양 올림픽이다’라는 상식 이하의 주장이 마치 비교 가능한 동등한 가치의 논리라도 되는양 나란히 붙여 놓은 것인데요. 이런 지점에 대한 지적은 하나도 없이 김용태 기자는 “평화 대 평양, 이 대립 구도가 컴퓨터 키보드 위로 옮겨졌”다는 멘트를 덧붙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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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올림픽과 평양 올림픽을 같은 가치의 주장으로 취급한 SBS(1/24)

 

뿐만 아니라 김용태 기자는 “이런 실시간 검색어 경쟁은 현 정부에 대한 열성적 지지가 건재함을 보여줬습니다. 동시에 반대편 목소리도 표출됐습니다. 단일팀 급조나 현송월 의전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기도 한데요. 이 해석 역시 대단히 부적절해 보입니다. 단일팀의 경우 공정성 문제와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 등으로 실제 논란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현송월 단장 의전 문제의 경우 다분히 특정 정치 세력과 보수 언론이 억지로 트집을 잡아 키워낸 이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기자는 이 뒤에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의 “평화 체제를 만드는 데 동의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하지만) 방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방법과 방향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라는 인터뷰 멘트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도 도입부부터 기자 해석, 인터뷰 내용까지 모두 자유한국당 측이 원해 마지않는 프레임을 부각하던 이 보도는 말미에 와서는 “올림픽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었던 광장이 스포츠의 힘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평양 올림픽이라고 싸잡아 비난할 이유도, 평화만 앞세워 강조할 이유도 크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검색어 상위권에는 그 어떤 올림픽보다 16일 남은 ‘평창’ 올림픽이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요.

 

올림픽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상식 이하의 주장을 내놓은 정치 세력에 대한 적절한 지적은 정작 단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시끄러워졌으니 연루된 이들은 다 똑같이 잘못이 있다는 식의 ‘수준 미달’ 논평을 내놓은 꼴입니다.  


덧붙여 같은 날 JTBC는 <비하인드 뉴스/끝나지 않은 ‘전쟁’>(1/24 https://goo.gl/CBh4tR)에서 박성태 기자는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가지고 오히려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고 아주 짧게 정치권의 문제점을 언급했습니다.

 

MBN은 <평화 vs 평양…난데없는 검색어 대결>(1/24 https://goo.gl/JmeB6e)에서 보수 야당과 청와대의 싸움이 결국 지지자들의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정도의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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