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고대영 해임, TV조선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KBS이사회가 22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이를 재가했습니다. KBS 언론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지 141일만의 일입니다.
고대영은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장 재직 시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하며 KBS를 철저하게 망가뜨려왔습니다. 또한 2009년 보도국장 재직 당시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 원을 국정원 정보관으로부터 수수한 혐의와 2011년 보도본부장 시절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를 몰래 녹음해 그 내용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동시에 받고 있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진작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할 최악의 적폐 인사였던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대영 사장 해임 소식을 7개 방송사는 어떻게 전했을까요?
MBN 미보도‧채널A는 단신에도 ‘고대영 입장’ 넣어
우선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 이후 관련 보도를 아예 내놓지 않은 곳은 MBN입니다.
채널A는 해임안 가결 당일 단신 <고대영 KBS 사장 해임>(1/22 https://goo.gl/gtzcU6)을 통해 이 소식을 전했는데요. 23초 동안 전한 전체 내용은 “KBS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오늘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141일 동안 파업했던 KBS 노조 조합원들은 모레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고대영 사장은 ‘해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가 전부입니다.
해임 소식을 알리며 정작 그 사유는 말하지 않고,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 고 사장 측 입장만을 소개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건조하게 상황 전달한 KBS․JTBC
당사자인 KBS는 JTBC와 함께 건조하게 사실관계를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KBS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1/22 https://goo.gl/imLyJP)은 “여권 이사들이 지난 8일 상정한 해임 제청의 주요 사유는 보도 공정성 훼손과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이고 이에 대해 “고대영 사장은 임기가 규정되고 인사청문회까지 거친 공영 방송 사장을 왜곡되고 과장된 사유로 부당 해임한다면 대한민국 언론사에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반면 “언론노조 KBS 본부는 성명을 통해 이제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재건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를 끊어낼 것”이라 밝혔다고 나열했습니다.
JTBC <KBS이사회 ‘고대영 해임안’ 가결>(1/22 https://goo.gl/Eb6y9D) 역시 “KBS 여권측 이사진들은 보도 공정성 훼손과 내부 구성원 의견 수렴 부족 등을 이유로 해임제청안을 제출”했고 “고대영 사장은 이사회에 직접 출석해 ‘해임사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달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노조 환호’로 보도 시작한 MBC
과거 김장겸 체제의 MBC는 노조의 행보를 비판하고 정권의 방송장악 프레임을 띄우려 노력했었지요. 그러나 이번 고대영 해임안제청안 가결 소식을 전한 <고대영 사장 해임 의결 파업 종료>(1/22 https://goo.gl/M38nUh)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선 앵커 멘트 직후 첫 화면부터가 “해임제청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KBS 노조원들이 환호”하는 모습입니다. 또 “고 사장이 재임하며 KBS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고, 보도국장 시절 국정원 금품 수수와 민주당 도청 의혹 등이 제기되는 등 언론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사회의 해임 사유를 설명한 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의 “KBS가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거듭나는 그 출발점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라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SBS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제청…노조 모래 업무 복귀>(1/22 https://goo.gl/gP63t5) 역시 성 위원장의 “앞으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 태어나는데 모든 노력,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입니다”라는 다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보도는 “고 사장이 KBS 신뢰도와 영향력을 추락시켰고 직무 능력을 상실”했다는 여권 측 이사들의 해임제청안 제출 사유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임 사유 대신 ‘공영방송 장악’ 강조한 TV조선
TV조선은 22일과 23일에 걸쳐 3건에 달하는, 가장 많은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놀랍게도 이 3건의 보도 어디에서도 ‘왜 해임되었는지’ 사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당일 <KBS 이사회…고대영 해임 제청안 의결>(1/22 https://goo.gl/HqHGuW)은 앵커의 첫 멘트가 “현 정부 들어서 사퇴 압박을 받아 오던 KBS 고대영 사장이 임기를 10개월여 남기고 결국 해임됐습니다”입니다. ‘현 정부가 사퇴 압박을 했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자 역시 “KBS 이사회가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고 사장은 이사회에 출석해 해임의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이사회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는데요. 해임 사유를 전혀 말하지 않고, 고대영의 ‘호소’만 부각하고 있어 마치 그가 부당한 해임의 피해자인 것 같아 보입니다.
또 이 뒤에 기자는 “현재 KBS 이사회는 강규형 전 이사가 해임된 뒤 보궐 이사 선임으로 여야 구도가 6대 5인 상황입니다. 고 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임명됐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이 역시 박근혜 측 사람을 새 정부가 ‘갈아 치우고 있다’는 인상만을 남기는 설명입니다.
이어지는 내용 역시 “고 사장은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해임하려 한다’ 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해임 여부는 임면권이 있는 대통령이 정하지만 이사회 결의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4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내일 조합원 총회를 거쳐 업무에 복귀한다는 계획입니다”가 전부입니다.
다음날 <이인호 사퇴…“KBS는 언론노조 무대”>(1/23 https://goo.gl/q5P6KS) 역시 일방적으로 이인호 KBS 이사장의 입장을 받아쓴 보도입니다.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KBS 이사회가 통과시킨 KBS 고대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최종 재가했습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에 장악되면 건전한 공론 조성이 불가능하다’며 이사장직을 사퇴했습니다”라고 말했고요.
기자도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의 모친상 중 이사회가 소집됐다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MBC에 이어 이제 KBS도 권력놀이를 하는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됐다’며 ‘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에 장악되면 건전한 공론의 조성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인호 이사장은 공영방송인 KBS에서 친일 문제를 금기어로 만들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대행자 역할을 하며 KBS를 정권의 꼭두각시로 전락시킨 주범입니다. 최근엔 업무추진비 2821만 8430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용도 등에 집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소명하지 못한 바 있습니다. TV조선은 이러한 인사가 언론장악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음에도 지적은커녕 과거 행적은 모두 숨겨준 채, 이런 궤변을 ‘홍보’해준 셈입니다.
신동욱 앵커는 정연주 사장과 비교하며 ‘정권의 문제’로 전가
특히 신동욱 앵커는 <신동욱 앵커의 시선/공영방송 사장>(1/23 https://goo.gl/dBtYiR)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과 고대영 사장 및 이인호 이사장 사퇴 건을 직접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그 논리가 가관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여섯 달 뒤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정 사장이 부실 경영을 했다는 감사원 보고서가 근거”였는데 “10년이 지난 어제, KBS 이사회가 사장 해임 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번에도 사퇴를 거부하는 야권 측 이사를 밀어내기 위해 감사원이 나섰”으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공영방송의 사장이 물러나는 과정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고대영 해임을 정권의 힘겨루기 결과로 풀이한 TV조선 신동욱 앵커
기본적으로 감사원이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번 감사는 KBS 이사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에 대한 시민들의 감사 청원이 이어지며 시작된 것입니다.
또한 감사 결과 업무추진비로 KBS 이사들이 개인 물품을 사고, 업무연관성을 증명할 수 없는 비싼 식사를 하며, 개인 동호회 활동 경비를 지불하거나, 단란주점을 이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신 앵커 주장대로라면 ‘이전 정권에서 임명한 이사들’은 감사도 하면 안 되고, 감사 결과가 어찌 나오건 간에 해임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고대영 사장은 어떤가요? 고대영 재임 기간 KBS는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상파 재허가를 위한 심사 기준 문턱을 넘지 못했고, KBS의 신뢰도·영향력은 바닥으로 추락했으며 KBS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방송법·단체협약 등을 위반한 징계를 남발했으며, 보도국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200만원을 수수하고 비보도 협조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황당무계한 의혹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재임 기간 고대영이 세운 이런 ‘기록’을 보면 사실상 ‘사장에서 해임되었다’는 현실 외에 정연주 사장의 사례와 유사점을 찾아내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욱 앵커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려는 힘겨루기”를 운운하며 고대영 사장과 적폐 이사 그 당사자들의 문제점을 은근슬쩍 정권의 문제점으로 전가한 셈인데요. 이런 수준 미달의 눈속임이 신동욱 앵커가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말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인 것인지, 보는 이가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23~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