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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터 ‘커피믹스’까지…연합뉴스TV와 YTN는 ‘현송월TV’
등록 2018.01.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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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고위급 회담과 15일 실무회담을 거쳐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확정되면서 구체적인 일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을 포함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했고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 시설 및 장비를 점검했습니다. 경의선 육로가 개방된 것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2년 만입니다. 우리 정부도 23일, 사전 점검단을 북으로 파견해 금강산 지역 공연장, 마식령 스키장 시설 현황 등을 살폈습니다. 이는 앞선 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선수단 공동 훈련 및 남북 합동 공연을 위한 절차입니다. 


2002년 남북 합동공연 이후 16년 만에 이뤄지는 남북 문화‧스포츠 교류의 첫 발걸음인 만큼 역사적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언론의 시선은 완전히 다른 방향에 쏠렸습니다. 바로 현송월 단장의 신변잡기입니다. 현 단장이 방남한 21일부터 우리 언론, 특히 방송사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며 옷차림, 표정, 손짓, 식사 메뉴, 심지어는 확인되지 않은 개인사 관련 낭설들까지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가십 보도가 범람하자 곧바로 비판 여론이 일었으나 22일 현 단장이 돌아갈 때까지 ‘가십 생중계’는 이어졌습니다. 

 

하루종일 중계한 보도전문채널, ‘가십 보도’도 ‘최악’
21일 오전 9시경, 현송월 단장을 포함한 북한 점검단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자 이때부터 취재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특히 화면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송사들에게 북한 점검단 방남은 놓칠 수 없는 소재였습니다. 방남 일정이 이뤄진 21일부터 22일까지, 모든 방송사가 현 단장을 쫓아다니며 가십 보도로 일관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방송사는 보도전문채널 YTN, 연합뉴스TV입니다. 채널 특성상 하루 종일 뉴스를하는 YTN과 연합뉴스TV는 타 방송사보다 월등히 긴 시간 동안 북 점검단 및 현송월 단장을 조명했습니다. 보도‧시사프로그램 비중이 큰 종편은 정규 편성을 그대로 방송하여 하루 4개 정도의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 북 점검단 방남을 생중계했습니다. 지상파 3사의 경우 정규 편성을 방송해 하루에 2~3개의 뉴스에서 잠시 중계 화면을 보여준 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연합뉴스TV는 21일과 2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뉴스특보/북 예술단 점검단 방남>을 편성하여 사실상 ‘24시간 중계 체제’를 가동했습니다. YTN은 특보를 편성하지는 않았으나 <뉴스와이드>, <뉴스N이슈>, <뉴스Q>, <YTN24>, <뉴스나이트> 등 정규 편성된 모든 뉴스 프로그램에서 북한 점검단 방남을 생중계하고 대담을 나눴습니다. 결과적으로 연합뉴스TV와 YTN은 아침부터 자정까지 북 점검단을 방송한 겁니다. 


문제는 온종일 북 점검단을 보여준 보도전문채널에서 진행된 대담이 그 어떤 가십 보도보다도 질이 낮았다는 점입니다. 연합뉴스TV와 YTN에 나온 패널들은 ‘현송월 패션’은 물론이고, ‘현송월 외모 품평회’, ‘현송월 임신’ 등 각종 선정적 낭설들을 늘어놨습니다. 이런 대담이 북 점검단 생중계 화면과 함께 이뤄졌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저 여자의 임신’?…연합뉴스TV의 ‘기행’
연합뉴스TV는 방남 일정을 생중계하며 김승재 앵커가 “검은 모피코트에 목도리, 다 의미가 있을 것”(21일 오전 9시 뉴스특보)라며 패션을 조명함은 물론, <현송월 강릉 호텔 VIP룸서 1박후 조식>, <조식 황태해장국으로 알려져>(22일 오전 10시 뉴스특보)과 같은 자막으로 신변잡기를 탐색했습니다. 이는 아주 기본적인 보도였습니다. 생중계와 함께 진행된 대담은 가히 ‘기행’에 가까웠습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 이틀 내내 반복됐습니다. 특히 현송월 단장 개인에 대한 갖가지 낭설은 신변잡기 보도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었습니다. 


연합뉴스TV의 21일 오전 9시 <뉴스특보>에 출연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시종일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늘어놨고 사용하는 용어 역시 방송에 부적합했습니다. 안 씨는 일단 현 단장을 지칭할 때 ‘저 여자’라는 비하 용어만 3차례나 썼고 다른 북한 여성을 행해서도 ‘그 여자’라고 지칭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 단장의 ‘임신’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면서 방송의 질을 떨어뜨렸습니다. 현 단장을 김정은 위원장이 밀어주는 인물이라 설명하던 안 씨는 “앞으로 한 4~5년 후면 저 여자가 북한의 여성동맹위원회의 위원장을 리설주와 다투는 인물이 될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이어 “2013년 3월 8일 국제 부녀절 행사에 저 여자가 첫 애를 임신하고 거기에 나와서 객석에 나와 있다 앉아 노래를 부른다는 말이죠”, “5년 전에 첫애를 낳았는데 그럼 그때 당시 30대에 낳았다는 겁니까? 생체적으로나 나이적으로 볼 때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나이는 더 낮춰 보는 게 옳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며 이해하기조차 힘든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현 단장의 나이가 남북 대화 및 한반도 정세에 어떤 의미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잡담을 제지해야 할 앵커는 오히려 부추겼습니다.


김승재 앵커는 “그렇군요.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는 가십성 기사가 많이 보도된 부분인데 어떻게 해석하십니까”라며 주제를 본질로 돌리기는커녕 ‘김정은 애인설’이라는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대담을 이끌었습니다. 이에 안 씨는 재차 “2013년 3월 8일 장성택이 조직한 은하수관현악단의 국제 공연단인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왔습니다. 거기 현송월이 임신해서 병원에 가야 되는데 사회자가 노래를 시켜서 ‘준마처녀’를 불렀단 말이죠. 이것은 결국 북한에서도 그런 염문설이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화답했습니다. 심지어 안 씨는 이런 주장을 하면서 “확인된 것은 거의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연합뉴스TV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을 늘어놓는 인물을 출연시키고 방치하며 전파 낭비, 언어폭력에 가까운 방송을 내보낸 겁니다. 

 

‘여자 보낸 북한 전략, 남한 미인상 바뀔 것’, 폭주한 연합뉴스TV
연합뉴스TV의 이런 기행은 22일에도 이어졌습니다. 22일 오전 10시 연합뉴스TV <뉴스특보>에서는 과도한 ‘현송월 가십보도’의 배경을 ‘북한의 선전 선동’으로 규정했고 ‘현송월 외모 품평회’에 가까운 대담을 나눴습니다. 패널로 나온 김정봉 전 국정원실장은 “북한이 노리던 선전선동의 1단계는 벌써 성공을 했다”, “만약에 남자가 왔다 그러면 저렇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습니까? 핸드백이니 옷을 어떻게 입었느니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지만 현송월이 왔기 때문에 벌써 남자가 온 것보다 2배 이상 선전 효과를 보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현재 상당히 성공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신변잡기 및 선정적 보도는 언론의 책임이 아니라 북한 선전 전략의 결과라는 겁니다. 


이어서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이번에 현송월이 와서 우리 남한의 여인들 미인상이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한류를 온 세계에 퍼뜨리는 상황에서 우리 한국의 여성분들은 슬림하고 날씬하고 거의 그냥 살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현송월은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고. 그래서 어른들이 보기에 저게 미인이구나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했고 김정봉 씨는 “현송월이 약간 살이 좀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살을 지금 굉장히 뺀 겁니다. 한동안에는 굉장히 뚱뚱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남한에 오느라고 살을 뺐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난 노력을 하고 살을 빼고 온 것”이라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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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송월로 인해 미인상 바뀔 것’이라는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연합뉴스TV <뉴스특보>(1/22)

 

놀랍게도 이 모든 발언들은 “현송월 단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앵커 질문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 질문에 언론의 책임이 중심적으로 거론되기는커녕 ‘북한의 선전선동’과 ‘여성 외모’를 두고 대담이 이뤄졌습니다. 이 사안에서 ‘남한의 미인상’, ‘현송월의 체중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남북 대화의 방향성, 한반도 평화 등 본질을 호도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의 선전 선동’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서 가까스로 이뤄진 남북대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점검단의 방문을 하루 미룬 바 있는데 남한의 자극적인 보도들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패션도 전략’, ‘아니다 문화 차이다’…YTN도 고삐 풀렸다
YTN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2일 YTN <뉴스Q> 역시 북한 점검단의 이틀째 일정을 중계하며 대담을 나눴는데, 술자리 잡담에 가까운 발언이 오갔습니다. 박상연 앵커는 “현송월 단장의 복장이 상당히 눈에 띄었거든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일반적인 북한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라며 가십에 초점을 맞췄고 패널로 나온 송지영 전 북한 아나운서는 “지방 사람들은 저런 코트도 입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죠”, “여우 목도리는 북한에서도 여우를 직접 길러서 9호, 8호 농장에 납품하는데, 현송월 단장 정도면 김정은한테 선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습니다. 타 매체에서 여우 목도리를 비롯한 패션 보도가 많이 나왔으나 YTN은 ‘여우 목도리의 생산 경로’까지 짚은 겁니다. 이에 김대근 앵커는 “복장에서도 나타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라며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고 여기서는 연합뉴스TV에서 ‘저 여자 임신’을 남발했던 안찬일 씨가 활약했습니다. 안 씨는 “우리 여성 대표단이 만약에 평양 갔다면 어제 저거 입었으면 오늘 분명 바꿔 입었을 겁니다. (현 단장은)그대로 입고 나오죠. 이것은 북한에서부터 간부들이 솔선수범해야 되고 검소함을 나타내야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검소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갈아입지도 않고 그대로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출신의 송지영 씨는 “그게 아니라 문화의 차이다. 북한에서는 옷을 자주 갈아입으면 비정상, 가벼운 사람, 막말로 칠면조, 더 나아가서 바람둥이라고도 한다”고 반박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현송월 커피 취향’ 놓고 대토론 벌이는 YTN
이후 대담은 ‘패션’을 넘어 ‘현송월의 믹스커피’로 흘러갔습니다. 이 정도면 당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아무말 대잔치’입니다. 김대근 앵커는 “검소한 생활에 솔선수범하는 그런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 것과도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게 커피 관련된 얘기가 있더라고요. 믹스커피 말고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게 좀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들으셨어요?”라고 물었고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현송월 정도 되면 해외 경험도 많은 그런 유명한 가수고요. 공안 가수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메리카노 정도를 마시는 것은 크게 문제는 없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도 이런 대담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너무나도 많은 관심들이 (현송월 단장에게) 집중되는 것이 평창 올림픽에 대한 초점이 흩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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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송월의 커피’를 장시간 논하는 YTN(1/22)

 

그러나 김대근 앵커는 결코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현송월의 모습을 보면서 이게 일반 북한 주민들의 모습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아까 커피 질문을 드렸습니다만 사실 북한에서는 커피 한 잔이 며칠 치 임금에 해당된다는 이런 얘기도 있었거든요. 실제로 어떤가요?”라고 오히려 추가 질문을 던진 겁니다. 이에 송지영 씨가 “2000년 전까지만 해도 평양에서도 고려 호텔에는 커피 같은 게 있었지만 일반 사람들이 고려호텔에 가서 커피 먹을 일이 별로 없거든요. 2000년 이후에 북한에도 커피 믹스기가 들어갔고 북한도 외국인들을 적극 끌어들이기 위해 지금은 커피 생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믹스커피와 똑같이 조선칠보산 커피, 이런 게 나와 있습니다. 믹스커피, 저도 며칠 전에 먹어봤거든요. 그냥 물에 타서 저어서 먹으면서 우리 대한민국에서 만들었는지 북한에서 만들었는지 똑같더라고요”라고 ‘북한 믹스커피의 역사’를 풀어냈습니다. 그러자 이런 대담에 피로감을 표했던 박원곤 씨 마저 “연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커피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마셔야 어느 정도 이것이 입맛에 맞는 것인데 그것을 지속적으로 그렇게 마실 수 있을지는 좀 의문”이라며 진지하게 이 ‘커피 대담’에 합류했습니다. 

 

종편에서는 MBN이 ‘좌파’ 운운
연합뉴스TV와 YTN이 분량에서나 질적으로나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에 정규 편성대로 방송한 종편이 비교적 차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에서 종편이 내놓은 분석들 중에도 상식에서 벗어난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1/22)에서는 방남 일정 이틀째를 맞이한 북한 점검단 동향을 다루던 중 ‘단일팀은 좌파 정부라서 벌어진 실책’이라는 놀라운 논평이 나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조간 신문의 보도들을 토대로 그날의 이슈를 논하는 아침 프로그램인 만큼, 여러 보도들을 먼저 보여주는데요. 역시나 북한 점검단의 방남 일정이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여기서 MBN이 소개하는 보도들만 봐도 MBN이 남북 협력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잘 드러납니다. 


김형오 앵커는 조선일보 <북 “역대 최악될 대회 구원해줬는데 남은 대북제재 잡소리”>(1/22 https://bit.ly/2F8nsEe), <“미리 연락 주셨으면 5만석 새 공연장지었을텐데” 우리측 말에 현송월 “하하하 그러게 말입네다”>(1/22 https://bit.ly/2Dz3HcO)를 소개했습니다. 하나는 북한의 공식 입장 중 공격적인 내용만 추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정부 인사의 발언 중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마라”, “미리 연락 주셨으면 여기에 5만 석 규모로 만들 수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 주시는 바람에 새로 만들 시간이 없었다” 등 일부만 추려 ‘저자세 대북관’을 부각한 보도입니다. 이어서 MBN은 매일경제 <튀는 털목도리 가격 얼마? 최신유행 앵클부츠 ‘눈길’>(1/22 https://bit.ly/2Dx7JhP)를 조명하며 가십에 집중했습니다. 


이렇게 보도가 진행되던 중 대담의 주제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까지 흘러갔고 여기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패널로 나온 허명환 자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은 “자유주의 철학을 우파라 하고 평등주의 철학파를 좌파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침부터 우파, 좌파 하니까 거북스럽게 들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좌파 정치색을 가진 분들이 국정을 운영하니까 그 2030 젊은 세대들의 애환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하지 않느냐하는 이런 안타까움을 느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남북 갈등에 무게를 두고 우리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주장한 논조에 힘을 실은 MBN이, 급기야 단일팀과 관련해 ‘좌파 정부’라는 색깔론에 다다른 것입니다. ‘철학 학파’까지 거론한 허 씨의 주장은 학술적으로도 전혀 객관성이 없으며 ‘좌파 정부라서 젊은 세대를 배려한 것’이라는 주장 역시 상식 이하의 관점입니다. 자유주의‧평등주의를 좌우로 쉽게 재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자의적 기준은 ‘현 정부는 좌파’라는 주장의 근거도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의 ‘돌아온 황태순’…태도 돌변? 
TV조선 역시 <신통방통>, <보도본부핫라인>, <뉴스현장>, <이것이 정치다> 등 정규 편성된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북한 점검단 방남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연합뉴스TV와 YTN처럼 상식 밖의 대담까지는 오가지 않았으나 가십과 낭설로 점철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특히 TV조선에는 지난해 2월 종편 재승인 심사 ‘불합격 점수’ 사태 이후 사라졌던 황태순 씨가 재등장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황태순 씨는 TV조선에서 종적을 감추기 전까지 늘 종편 최다 출연자 TOP 10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인물이었으며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15일 MBN <뉴스특보>(11/15)에 출연하여 “실제 촛불집회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보수가 더 많다. 근거는 제 눈이다”라고 주장해 빈축을 산 바 있습니다. 황태순 씨는 지난해 2월 재승인 심사에서 △생방송 시사 관련 프로그램 축소 △1년 이내 법정 제재 3회 이상을 받은 프로그램 폐지 △타 종편에서 제재 받은 진행자 및 출연자 배제를 약속하면서 김진·류근일·민영삼·조갑제 씨 등 다른 주요 출연자와 함께 TV조선 시사 프로그램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황태순 씨가 다시 출연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뉴스현장>(1/20)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TV조선은 점검단 방남을 갑자기 중단한 북한의 속내를 놓고 대담을 펼쳤는데요. 놀랍게도 황태순 씨는 대단히 합리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문제 발언은 진행자와 패널 안찬일 씨에게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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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에 재등장한 황태순 씨(1/20)

 

진행자인 엄성섭‧윤우리 앵커는 YTN‧연합뉴스TV 앵커들과 마찬가지로 끈질기게 가십을 탐닉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가 “우리가 과도하게 관심을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인이다 이런 얘기는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윤우리 앵커는 “아니, 그런데 현송월 씨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잘 꾸며진 모습이었습니다. 긴 생머리에 정장을 입고 있었고요. 이런 회담에 나서면서 분명히 스타일링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주변 사람의 조언을 받고 보조를 받았겠죠”라며 무시했습니다. 이후 TV조선 출연자들은 패션을 논했고 엄성섭 앵커가 원래 주제인 ‘북한의 방남 중단’으로 돌아오자 황태순 씨는 “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에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북한을 어떻게 하든지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서 비핵화 쪽으로. 한반도 비핵화 쪽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의 목소리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이런 것도 조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답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습니다.  

 

TV조선에서도 주인공은 안찬일 씨
안찬일 씨는 북한의 방남 중단 배경을 두고 “북한이 이번에 많이 온다고 그러다가 이걸 싹 철수하고 혹시 고위급 김여정이나 이런 사람들이 오려고 쇼 하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주장했고 엄성섭 앵커는 “아 그럴 가능성!”이라며 크게 맞장구쳤습니다. 이어서 안 씨는 “오늘 자정에 로잔에서 엔트리 멤버 숫자가 거의 확정되지 않습니까?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이 가 있고 우리 문화부장관이 가 있는데 엔트리 멤버를 좀 더 높이기 위한, 예를 들어 아이스하키에 지금 5, 6명이 거론이 되는데 ‘무슨 소리냐, 우리가 10명이 가야 합동팀이지 무슨 우리가 5~6명 짜고 이렇게 고생하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데서 현송월 중단을 하나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엄 앵커는 “그렇군요”라며 이 근거 없는 주장을 수용했습니다. 


TV조선의 이런 태도는 일단 뱉어 놓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막가파식 카더라’라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이 음모론에 가까운 장광설을 늘어놓았지만 19일 밤 10시 방남 중단을 통보했던 북한은 바로 다음날인 20일 오후 6시 40분 경, 일정을 재개한다고 알려왔죠. TV조선 <뉴스현장>의 방송 시간이 오후 2시이니 ‘철수설’까지 언급했던 TV조선의 ‘카더라 방송’ 후 불과 4시간 여 만에 방남이 다시 재개된 겁니다.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남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에 북한이 불편함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TV조선은 ‘단일팀 엔트리 비중을 높이기 위한 북한의 의도’까지 언급했는데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0일 열린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회의 결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서 북한 선수가 매 경기 3명 씩 출전하는 것으로 결정됐죠. 북한은 당초 5명 수준을 요구했으나 진통 끝에 3명으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10명으로 엔트리를 확대하려는 북한의 의도’라는 TV조선의 주장은 애초에 사실관계가 틀린 겁니다. 

 

갈 데 까지 간 방송사의 ‘현송월 중독’, 남북관계 해칠까 우려
이렇듯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과 TV조선 등 종편 방송사, 아울러 대다수 우리 매체의 방남 관련 보도는 대단히 부적절했습니다. 남북 점검단의 점검 내용과 합동 공연 및 선수단 훈련 일정, 추후 평창 올림픽의 성공 여부 및 남북 대화의 방향 등 본질적인 내용은 전혀 조명 받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현송월 단장의 신변잡기와 각종 음모론이 보도를 뒤덮었습니다. 특히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사들은 생중계 화면과 함께 저잣거리 환담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앞서 정리한 내용은 극히 일부일 뿐, “현 단장이 식사한 제2롯데월드, 북한에도 초고층 빌딩 있다고는 하지만 비교 불가할 것”(연합뉴스TV <뉴스특보>(1/22))처럼 북한 체제를 불필요하게 비하하거나 “현 단장의 표정 하나하나에도 북한의 전략이 숨어있다”(연합뉴스TV <뉴스특보>(1/22))와 같은 과도한 음모론은 그 사례가 셀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런 보도들은 모두 객관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덕목을 져버린 행태일 뿐 아니라, 가까스로 해빙기를 맞이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전 선동’에 해당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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