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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따라가는 YTN, 정상화 시급하다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서재 성명’에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분노’를 표한 대통령의 입장문에 언론의 보도가 줄을 이었습니다. 조중동은 19일 “노무현 소환, 그리고 죽음, 앙금의 싹 9년 전부터 자랐다”(조선일보), “96년 총선 종로 대결 첫 악연, 노무현 죽음으로 최악 관계”(중앙일보)라며 일제히 ‘문재인 대 이명박’,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세웠습니다. 조선‧동아의 종편 방송사인 TV조선과 채널A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보도전문채널임에도 불구하고 편파성 및 왜곡 논란이 많았던 YTN도 이에 가담하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YTN은 18일, 관련 보도를 전하면서 자체 제작한 인트로 영상을 보여줬는데요. 이 영상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을 함축적으로 담았습니다.
측근에서 터진 ‘비리 의혹’, ‘정치보복’으로 덮으려는 MB
YTN 영상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MB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국정원‧군의 댓글 여론조작, UAE 군사 개입 이면계약, 4대강 사업 비리 및 폐단, 다스 관련 의혹 등 수많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근들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 유용 진술까지 이어지면서 사면초가에 이르렀습니다. 17일, 이른바 ‘서재 성명’으로 모든 의혹을 부인했으나 오히려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보수궤멸을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고 “저와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되고 김희중 전 대통령 부속실장이 “(국정원)특활비를 고스란히 부속실이나 김윤옥 여사 수행비서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하면서 이 전 대통령 측이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김백준‧김희중 두 인물이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한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특활비 의혹은 물론, 다스‧BBK 관련 의혹 등 다른 혐의까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 바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이 ‘망신주기 수사 그만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비리도 수사하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습니다. 여당은 이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이전 정권의 비리와 치부가 드러날 때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야권의 여론전으로 인해, 이전 정권의 범죄 및 사법적 단죄의 문제가 자칫 ‘문재인‧노무현 대 이명박‧자유한국당’의 정쟁으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MB의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프레임을 영상으로 그린 YTN
YTN이 자체 제작한 인트로 영상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입니다. YTN <뉴스통>(1/18)은 <“노 죽음 거론‧정치보복 주장에 분노”>라는 제목의 헤드라인 뉴스를 전하기 전에 자체 제작 영상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1분 남짓한 이 영상은 ‘현재 MB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MB 측 시각과 일치합니다. 영상이 시작되면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장면이 나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분향하기 위해 나서자 당시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어디서 분향을 해”라며 격렬히 항의하다 끌려 나가는 상황을 보여주죠. 이어서 “사과하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잠시 지나갔고, 유가족 노건호 씨에게 목례를 한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를 보여주면서 <상주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여기까지가 영상 중 절반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절반에서 YTN은 국정원‧군의 여론조작, 4대강 및 자원외교 혈세 낭비, 특활비 및 다스 소유주 논란 등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나열했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말하는 17일 기자회견 모습을 덧붙였습니다. 이후 YTN은 <거꾸로 돌아간 역사의 수레바퀴>, <MB 조여오는 검찰수사>라는 자막으로 영상을 마무리했습니다.
△ ‘MB 비리 수사’를 ‘노무현 서거’와 연결 지은 YTN(1/18)
이 영상은 MB 비리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담고 있습니다. YTN의 영상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MB에 고개 숙이지 않은 유가족 → △정권 교체 후 드러나는 이명박 정부 비리 → △‘정치보복’이라는 MB에게 조여오는 수사망”이라는 흐름으로 요약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 관련 보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끼워넣은 것 자체가 ‘MB정권의 비리’라는 본질과 동떨어져 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줄기차게 거론하는 쪽이 바로 이 전 대통령 및 자유한국당입니다. 그런 논리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역사의 수레바퀴’까지 운운했으니 그간 ‘정치보복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이 전 대통령 및 자유한국당의 입장과 연결됩니다.
‘정치보복’ 영상 직후엔 ‘MB 측근 주장 보도’? 본질은 어디갔나
이렇게 이 전 대통령 측 프레임에 깊숙이 잠식된 영상을 보여준 후 YTN이 내놓은 보도의 경향도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의 영상 직후 YTN은 2건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먼저 <“정치보복 운운 분노…정부에 대한 모욕”>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장면을 보여주며 보도 제목과 같이 문 대통령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이재오 “청, 검찰에 가이드라인 제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없었다면 현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을 이렇게 처절하게 보복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한 청와대 측 입장과 이 전 대통령의 옹호하는 입장을 하나씩 기계적으로 이어붙인 후 관련 보도를 끝낸 겁니다.
이날 YTN <뉴스통>(1/18)의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관련 보도가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YTN <뉴스통>은 평일 오후 6시에 방송되는 뉴스로서 해당 영상과 리포트는 2부 격에 해당하는 방송분에서 나온 것이고 1부에서도 같은 소식을 전했습니다. 1부에서 이 전 대통령 성명과 문 대통령 입장을 화면으로 보여준 YTN은 이 이슈만 따로 패널과 함께 분석했습니다. 패널로 나온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이 전 대통령 성명이 자유한국당의 그간 주장과 다를 바 없어 아쉽다”, “청와대의 반응, 해이해진 검찰의 기강 바로잡는 영향은 있을 것” 등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의 견해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YTN <뉴스통>은 방송 전체를 통틀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어떤 비리 내용을 진술했는지, 현재 드러난 혐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확한 혐의점은 무엇인지 전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즉 사태의 본질을 쏙 빼놓은 채 이 전 대통령과 현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써 나열하고, 거기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의 의견과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프레임이 녹아든 영상까지 추가한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YTN <뉴스통>(1/18)은 기계적 중립보다 못한 편파적 행태를 보인 셈입니다.
다른 보도에서도 “문재인-이명박 9년 악연” 강조한 YTN
이런 왜곡 및 편파성의 문제는 비단 YTN <뉴스통> 하나의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습니다. YTN은 <뉴스&이슈>(1/19)에서도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부에서 2명의 패널과 주요 현안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데요. 이날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와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이 나와 이 전 대통령 성명과 문 대통령의 반박을 논했습니다. 역시 대담은 ‘문 대통령 분노 표현의 검찰 수사 영향 여부’, ‘문 대통령 분노 표현의 의도’, ‘검찰 수사의 정치 보복 여부’, ‘여야 반응 관련 분석’을 다뤄 초점을 ‘정치보복’에 맞췄습니다. 시종일관 <“문 대통령 지갑에 노 전 대통령 유서”>, <노 죽음 거론한 MB…‘역린’ 건드렸나?>, <“보복” VS “분노” 전‧현 정권 정면충돌>이라는 자막도 띄워 조중동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시각을 노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책임과 범죄 등 본질을 또 빗겨간 겁니다.
△ 'MB 비리 수사'를 ‘문재인-이명박 악연’으로 바라 본 YTN(1/19)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이번 사안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리포트도 나왔습니다. 대담에 도중 장민정 앵커가 나와 잠시 이슈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리포트의 제목부터 <9년의 악연>(https://bit.ly/2mP1YEX)입니다. 리포트 구성은 앞서 소개한 <뉴스통>(1/18)의 영상과 판박이입니다. 장 앵커는 리포트를 시작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두 전·현직 대통령 사이의 앙금은 9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깊어졌죠.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악연을 돌아봤습니다”라고 운을 뗐고 화면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YTN은 참담한 표정으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부엉이 바위’까지 화면에 담았으며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분향에 항의한 백원우 당시 의원의 모습도 다시 보여줬습니다.
<뉴스통>(1/18) 영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치 보복으로 살인에 이른 정치살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죄하십시오”라는 백원우 당시 의원의 발언도 포함됐다는 겁니다. 이후 장 앵커는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수첩 안에 갖고 다닌다는 문재인 대통령. 여러 차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이 아무래도 '역린'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라며 리포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뉴스통>(1/18) 영상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서거를 더 자세히 보여주고 ‘노 전 대통령 유서를 지금도 갖고 다니는 문 대통령’까지 강조하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한층 더 짙게 그린 겁니다.
‘조중동’ 같은 YTN…정상화 시급하다
이렇듯 YTN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 및 문 대통령의 반응이 나온 18일 이후 연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치보복’ 프레임을 띄우고 있습니다. 리포트의 제목, 자막, 대담의 주제 등 뉴스의 초점 자체가 오로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문재인-이명박의 악연’에 맞춰져 있으며 이는 곧 ‘정치보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보수언론 ‘조중동’의 논조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YTN은 조중동이 보여줄 수 없는 영상까지 동원했고 ‘MB의 노무현 조사와 그로 인한 서거’, ‘노 전 대통령이 운명한 부엉이 바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함께 했던 문재인 대통령’ 등 ‘MB 정권 비리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끈질기게 연결했습니다.
이런 행태는 JTBC와 눈에 띄게 대조됩니다. JTBC는 YTN <뉴스통>이 문제적 영상을 내놓은 18일, <뉴스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비리 의혹 관련 보도에만 10건을 할애했고 이 가운데 무려 7건이 이명박 정부의 비리 의혹을 파헤친 내용입니다. 이 전 대통령 성명에 분노를 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심중 분석이 2건, 이 전 대통령 측 전술 분석이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이명박 정부의 범죄 혐의에 집중한 겁니다. 그 내용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앞두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달러로 환전했고, 이를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김희중 전 부속실장 진술, 제주‧천안 다스 임원 소유 부동산, MB 차명 재산 의혹 등입니다. YTN <뉴스통>(1/18)에서는 아예 이런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으며, YTN <뉴스&이슈>(1/19)은 그나마 ‘김희중 등 측근의 진술’, ‘다스 임원들 차명 재산 의혹’을 잠시 다뤘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패널 최진봉 씨가 홀로 의혹 내용을 설명했을 뿐, 더 이상의 보도는 없었습니다.
YTN 구성원들은 최근 노사 합의 파기 논란, 이명박 정권 찬양 논란, 트위터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최남수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해직기자들이 9년 만에 복직했던 지난해 8월에는 YTN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5개월이 지난 지금, YTN은 여전한 편파‧왜곡 논란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최남수 사장 거취 문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최남수 사장은 지난 9년 간 이뤄진 보도 파괴에 책임이 있는 보직 간부들의 인사 보류를 거부한 바 있고 ‘YTN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는 노종면 기자에 인신공격을 퍼붓는 등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YTN이 경영진 문제를 매듭짓고 보도 정상화 작업에 착수하지 않는 이상, ‘정치적 프레임’에 매몰된 현재의 모습은 변할 수 없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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