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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노사간 합의가 조선일보 눈에는 ‘정치판’
등록 2018.01.15 19:17
조회 379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일단락됐습니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양대 노동조합이 자회사를 통해 제빵기사를 고용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직접고용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자회사의 지분 51%는 본사가, 49%는 가맹점주들이 갖는 형식으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자회사에서 배제한다는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을 반영했습니다. 지난해 9월 노동부의 시정지시 이후 4개월 만에 논란이 일단락된 셈인데요.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가맹점주협의회 외에도 시민사회와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협상을 중재하는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와 정당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중재에 나선 모습이지만,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정치판’이라며 힐난했습니다.

 

파리바게뜨 합의 1면에 다룬 조선과 경향

파리바게뜨 노사 간 합의를 1면에 다룬 곳은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 보도와 사설을 포함해 총 3건을 다뤘습니다. 한겨레가 사설 포함해 2건을 보도했고, 나머지 신문은 모두 1건씩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보도량

1건

1건

3건

(사설 포함)

1건

2건

(사설 포함)

1건

보도 위치

1면, 3면

10면

1면, 12면, 31면

B1면

12면, 23면

11면

△ 파리바게뜨 노사 합의 관련 신문별 보도량 비교 및 보도 위치 비교 (1/12) ⓒ민주언론시민연합

 

영업이익 거론하며 합의 결과 폄하하는 조선일보

문제 보도는 조선일보에서 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세계에 없을 파리바게뜨 8자 합의, 노사가 정치판>(1/12 https://bit.ly/2DlBi6x)에서 노사 합의내용을 설명하면서 “파리바게뜨는 하루아침에 본사보다 직원이 더 많은 자회사를 만들게 됐다”라며 “가맹점주들이 연 1000만원씩 더 부담해야 하지만 어려울 것이다. 결국 본사가 더 떠안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이 들고나오고 좌파 언론들이 가세하고 고용노동부의 과태료 위협과 검찰 수사 가능성이 만든 결과”라며 “가맹점주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을 줄이고 자신이나 가족이 대신하려 할 수 있다. 이미 파리바게뜨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다. 근로자들에게 당장은 좋은 듯 보이지만 결국 고용이 줄어들게 된다”라며 합의의 취지를 왜곡했습니다.


불법파견의 문제는 단순히 인건비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본사가 고용의 책임은 부담하지 않은 채 업무지시만을 내리고 있었기에 불거진 문제인데요. 그렇기에 정부에서도 기존의 협력업체를 통한 고용체제를 바꾸기 위해 직접고용을 지시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게 될 것’이라 표현하기 전에 그 이익이 불법적인 구조로 얻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조선 파리바게트.jpg

△ 파리바게뜨 합의에 ‘노사가 정치판’이라며 비난한 조선일보(1/12)

 

노사 합의가 정치판? 사회적 합의 이해 없는 조선일보

게다가 조선일보는 노사 간 사회적 합의에 대해 몰지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희한한 것은 중간 규모 기업 하나의 노사 합의에 당사자들 외에 민노총과 한노총,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정의당,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까지 모두 ‘8자’가 참여해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다. 중재 역할을 했다지만 이런 일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세계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노사 문제가 얼마나 정치화돼 있는지 보여준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우선 노조 이외에도 정치 세력이나 시민사회가 사회적 합의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아일랜드는 노사간 합의에 정부 이외에도 정당이나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부가 개입한 노사정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어 “멀쩡한 기업에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집단으로 달려들어 팔을 비틀면 당해낼 수가 없다”라며 “지금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좌파 정치 세력과 정부, 검찰의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는 것이다. 이런 풍토에서 노동 개혁은 불가능하고, 노동 개혁이 안 되면 청년 실업은 해결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당과 시민단체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노동자들이 사회적 대화의 주요 참가자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리바게뜨 문제처럼 정부의 시정명령이 있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공감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조직이 시민단체와 정당인데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체인 시민단체와 정당이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조선일보는 ‘팔을 비틀면 당해낼 수가 없다’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합의에 의한 절충안, 우려하는 방향은 다 달라

이번 합의 결과는 완전한 직접고용의 형태는 아닙니다. 사측의 완강한 반대 속에서 사측이 고용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형태를 고려하다 보니 나온 절충안인데요. 그렇기에 각 신문도 합의 이후 우려의 목소리도 남아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신문별로 우려의 방향성은 조금 달랐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합의가 아직 “미봉책에 불법 파견 소지 여전”하다며 비판했는데요. 자회사로 바꾼다 해도 여전히 개별 가맹점과 용역 계약을 맺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민간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결국 8자가 협약식>(1/12 김기홍․채성진 기자 https://bit.ly/2CUHyBa)에서 “애초부터 불법 파견 문제를 원천 해결하려면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하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용부가 노동계를 의식해 본사에 직고용 책임을 지우려다 보니 불법 여지가 있는 미봉책이 나온 것”이라며 익명의 노동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시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본사 직접 고용 방식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불필요한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다”라는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논란 자체를 문제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협력업체를 달래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 <파리바게뜨 제빵사 ‘자회사 고용’>(1/12 강승현․유성열 기자 https://bit.ly/2qWF7wr)에서는 “상생법인 운영방식에 대한 노사 간 큰 틀이 합의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라며 “당장 새로운 합의에 따라 합작법인에서 빠진 협력업체 달래기가 시급한 과제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동아일보가 ‘협력업체를 달래야 한다’라고 주장한데 비해 경향신문은 ‘협력업체가 완벽히 배제될 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경향신문 <파리바게뜨 제빵사 자회사가 고용한다>(1/12 송윤경 기자 https://bit.ly/2qSRwla)에선 이번 합의가 잘 이루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하지만 자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협력업체들을 배제한다는 약속이 과연 지켜질지가 문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이어 “또한 결과적으로 파리바게뜨는 단 한 명도 본사에 고용하지 않으면서 수백억원의 과태료를 한 푼도 물지 않게 됐다. 자칫 자회사 설립으로 직접고용을 피해가는 우회로를 정부가 공인해주는 선례가 될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불법파견 안 된다’ 확인한 파리바게뜨 합의>(1/12 https://bit.ly/2EykxEE)에서 이번 합의로 불법파견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초에 이렇게 오래 끌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본사는 고용부 시정지시 이후에도 협력업체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협력업체 관리직들은 제빵기사들을 상대로 합작법인 취업을 종용했다”라며 본사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겨레는 “다만 가맹비 상승 우려, 현장에서 제빵기사에 대한 협조․지시 요청 어려움 등 가맹점주 입장에서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라며 가맹점주와 본사가 대등한 협상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마무리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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