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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합의 문제 지적에 대해 ‘소동’ ‘난리’라는 조선과 중앙
등록 2018.01.11 15:47
조회 371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위안부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밝혀 사실상 합의를 무력화하는 데 그쳤습니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합의는 무효가 돼야 한다’며 일본의 사죄를 요구했습니다. 정부의 발표대로 이번 조치가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난 합의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은 확실히 했고, 합의를 무력화했습니다. 각 신문사가 이번 발표와 관련해 4~6건 보도한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여전히 사설에서 ‘백지화 소동’ ‘이러려고 난리 쳤나’라며 비난했습니다.

 

‘위안부 합의’로 해결 되지 않았는데 아직도 합의 옹호하는 조선과 중앙

각 신문사는 이번 발표에 대해 모두 사설을 보도했는데요. ‘합의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곳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였습니다. 

 

경향신문

위안부 합의 깨지 않았지만 일본 면책 아니다

동아일보

‘봉인’된 위안부 합의, 일 태도에 미래 달렸다

조선일보

전 정부 비난용으로 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

중앙일보

봉합으로 끝난 위안부 합의 파문, 이럴려고 난리 쳤나

한겨레

‘위안부’, 국제 기준에 맞는 해결을 일본에 촉구한다

한국일보

‘위안부 합의’ 엉거주춤 봉합, 일 호응에 기대한다

△ 정부의 위안부 합의 처리 관련 신문별 사설 제목 (1/10)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사설/전 정부 비난용으로 쓴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1/10 https://bit.ly/2DemZRc)에서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인정할 순 없지만 재협상을 요구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예상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상황을 “애초에 합의 파기나 재협상이 목적이 아니”고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지난 정권의 ‘위안부 합의’가 실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밝힌 것을 대해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였다고 일축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2015년 합의엔 평소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3대 원칙,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 명의의 사죄,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보상’이 모두 포함됐다”라며 “설사 일본이 재협상에 응한다고 해도 2015년 합의 이상의 것을 얻기도 어렵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당시 일본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 하지 않았고, 군의 직접적 책임을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았으며, 피해자 보상 금액 역시 법적 배상금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의미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라며 전 정부의 부적절한 행태를 애써 감싸주는데 급급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히려 “전 정부도 피해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전부 반영한 결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치 그런 방법이 있는데도 전 정부가 하지 않은 것처럼 발표하더니 이제는 ‘재협상하지 않는다’고 한다”라고 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제목에서부터 “위안부 합의 백지화 소동”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제 지적은 합의 당시부터 나왔고, 이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밝힌 과정을 모두 ‘소동’으로 파악한 건데요. 조선일보는 “이 정부는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면 외교·안보 사안도 가리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정부 간 외교 협상에선 공개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지만 '적폐 청산' 한다면서 이를 예사로 까뒤집고 있다”라면서 한 트집을 잡고 있습니다. ‘위안부 합의’에 이면 합의가 있다는 의혹은 당시에도 강하게 있었습니다. 이를 정부가 다시 조사해 문제점을 발표한 것을 ‘예사로 까뒤집고 있다’는 막말로 표현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재협상까지 강행하지 못한 점은 분명 아쉬운 점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현실적 아쉬움을 지적한다면, 국민 간 온도차는 있지만 수용 가능한 문제제기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비판의 날은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의 요구와 국가적 자존심도 팽개치며 국민을 기만했던 박 전 정권을 겨누지 않고, 오로지 전 정권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하고 이를 책임지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고육지책을 내놓은 문 정권만을 겨누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비판은 아무리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 보수언론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의 언론이라면 있을 수 없는 태도입니다. 

 

‘합의 깨지 않아 다행’이라는 중앙

중앙일보 역시 지난 합의에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문 정부를 비판하는데 맞춰져 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봉합으로 끝난 위안부 합의 파문, 이럴려고 난리 쳤나>(1/10 https://bit.ly/2DgXjUd)도 제목부터 ‘난리’라는 비아냥거림이 들어있습니다. 사설은 문 정부의 발표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일 관계가 회복 불능이 되니 합의를 절대 물리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현실적 선택을 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이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을 받을 리 없다고 비판하면서 “그동안 정부의 아마추어적 대응으로 얻은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합의를 깰 때 생기는 부작용을 수없이 경고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강 장관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만나 합의를 곧 깰 듯 처신했다. 일본의 감정은 나빠질 대로 나빠져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며 문 대통령과 강 장관을 비난했습니다. 


또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비난하는데 사설의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중앙일보는 “현 정부는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에 집착해 기존 외교안보 현안들을 적폐로 몰아놓고 막상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자 서둘러 봉합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파문이나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외교 갈등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이런 일방적 대응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이제라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정권 8개월 동안 외교 이면 합의를 공개하거나 뒤집으려 한 것이 벌써 두 번째다. 주변국과의 신뢰는 망가졌다. 과거 어떤 정부도 이러지 않았다. 국내에서 어떤 정쟁을 벌이더라도 외교․안보 문제에서만은 성숙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라며 근본적인 합의의 문제는 제쳐두고 정쟁의 일환인 양 처리한 것과 거의 비슷한 논리입니다. 


중앙일보 <정부, 박근혜 때 외교 실책 밝히려다 국가 신뢰도에 흠집>(1/10 유지혜 기자 https://bit.ly/2Fn0H0m)에서는 ‘이면 합의’를 밝혔다고 비판했는데요. “30년 이상 비밀로 묶여 있어야 하는 국가 간 교섭 내용을 2년 만에 모두 공개하는 부적절한 선례를 남겼다. 일본의 반발을 산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정이었다. 특히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도 정작 이를 바로잡지는 못하는 모순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 기사에서는 “2014년 일본 아베 정부가 고노담화를 검증하면서 일본의 사죄를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처럼 폄하해 상처를 내놓고선 결국에는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한 것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문 정부의 이번 발표를 고노담화를 비판하다가 계승하겠다고 했던 아베와 닮았다고 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비유입니다. 두 사안을 비교해봅시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관방장관 담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수정하겠다며 검증작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3월 15일 고노담화를 수정 않고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이는 애초 역사를 왜곡하고 부인하려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다가 당시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한 미국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일종의 ‘립서비스’였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이후 아베 총리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고노담화를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 아베가 고노담화를 계승하는 정부라면 스스로 재협상에 응하며 위안부 관련 진정한 사과를 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두 사안을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할 수 있나요.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전시 국가가 여성 인권을 유린한 전쟁 범죄라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떻게든 비판하고 싶은 보수매체라 해도 ‘박근혜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책임을 외면하는 일본과 부적절한 협정을 맺었다는 것 자체’는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조건 문재인 정부만 비판하며 일본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기는커녕 적폐청산 기조를 흔드는데 급급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행태가 한심할 뿐입니다.

 

동아일보의 말 바꾸기

한편 동아일보는 <사설/‘봉인’된 위안부 합의, 일 태도에 미래 달렸다>(1/10 https://bit.ly/2CJDdkb)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면 합의 내용까지 다 공개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흠결을 부각시킴으로서 재협상에 대한 기대만 높여놓은 것도 적절치 못했다”고 짐짓 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일본은 한국에서 12․28 합의가 외면당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며 “일본이 합의서에서 약속한 것처럼 ‘책임을 통감’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밀실합의에 부정적이었던 한국 내 여론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여기까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12․28 합의의 문제는 본란이 수차례 지적해 왔다”라며 과거에도 동아일보가 박근혜 정부 당시 위안부 협정을 비판해 온 것처럼 기술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동아일보의 ‘말 바꾸기’라고 보입니다. 2015년 합의 다음날 동아일보의 <사설/‘법적 책임’ 없이 ‘일정부 책임’으로 위안부협상 끝냈다>(2015/12/29 https://bit.ly/2mpfrDP)를 보겠습니다. 사설은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법적 책임’, 배상 문제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한국이 ‘이 문제가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고 못 박은데 대해서도 정부가 일본의 압박에 휘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라고 지적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국가 간 협상에서 한쪽이 100%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피해자들이 미흡하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46명밖에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합의를 이끌어 내야 했다는 현실적 한계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가급적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한 건설적 협력을 하는 것이 약국 모두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며 ‘합의를 손상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진주만의 아베와 오바마…외교에는 현실과 국익만 있다>(2016/12/29 https://goo.gl/XFGdF0)에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현실을 생각하면 미일과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해야 할 판에 주요 대선주자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주장한다”며 “위안부 합의가 비록 최상은 아니더라도 단순한 과거사 청산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한일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며 합의 파기를 막아온 동아일보가 이제 와서 “합의의 문제점은 본란이 수차례 지적해 왔다”라고 말하는 건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본의 사과와 책임 묻고 있는 한겨레․경향․한국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위안부 합의를 옹호하며 문제점을 지적한 점을 비난한 반면, 나머지 신문에선 일본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정부의 결정이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지만, 한일관계라는 현실 속에서 고육지책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인데요. 다만 SBS <외교 현실 감안… 재협상 대신 일본에 ‘공’ 던졌다>(1/9 유성재 기자 https://bit.ly/2FrwFbQ)에서처럼 “한국과 일본 간에는 합의보다 더 무게가 있는 협정도 파기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1998년, 일본은 당시 30년이 넘은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무효라고 선언하고 우리에게 다시 체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라는 수준의 문제제기는 없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위안부 합의 깨지 않았지만 일본 면책 아니다>(1/10 https://bit.ly/2qOWcbH)에서 “물론 정부 발표에 성이 차지 않는 시민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처리방향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한다”라며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국간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규정한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라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복원을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해 가면서 ‘합의 유지’ 방침을 밝힌 취지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라고 일본의 책임을 촉구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위안부’, 국제 기준에 맞는 해결을 일본에 촉구한다>(1/10 https://bit.ly/2qOtRlI)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해도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 재협상은 양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기만 할 뿐이다. 그보다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정부가 일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반환 요구가 있음에도 일본 출연금 10억 엔의 처리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하기로 한 것 또한 양국 관계의 앞날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본이 국제 보편 기준에 맞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역사는 위안부 강제동원뿐 아니라, 일본이 그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도 분명히 기록할 것이다”라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위안부 합의’ 엉거주춤 봉합, 일 호응에 기대한다>(1/10 https://bit.ly/2D0dDek)에서 “이번 처리 방침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재협상 요구나 파기 선언까지는 하지 않고 협상 내용을 일부 수정해 엉거주춤 봉합한 모양새”라면서 “합의를 파기하라는 만만찮은 국내 여론과 합의 폐기 및 재협상을 다짐해 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당장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에 반발하는 일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해 내느냐이다”라며 “불만이더라도 일본 정부가 좀 더 길고 멀리 내다보며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에 호응해 주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일본의 책임을 요구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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