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민언련 시민 제보체크
유언비어로 남북대화에 훼방 놓는 종편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와 남북 간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이를 위해 “남북 당국자가 시급히 만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는 바로 다음날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고 이를 북측이 5일 수락했습니다. 또한 3일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완전히 단절됐던 남북 핫라인(직통전화)이 전격 복원됐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4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가져, 남북 회담에 “100% 지지”를 표하는 동시에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도 동의했습니다.
이는 매우 극적인 반전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이후 최악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우리 정부는 역대 가장 강력했던 UN 대북 제재안 의결에 앞장서는 등, 대북 압박에 방점을 뒀습니다. 북한 역시 수위 높은 어조로 우리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던 중 새해 벽두부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인 건데요. 물론 아무런 배경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달 18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 일정 차 중국에 방문했을 때 문웅 4·25 체육단장과 만나 평창 올림픽 참가를 타진했습니다. 민주당 박정‧김진표 의원도 1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방중 일정 중 문웅 단장을 만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설득했습니다. 강력한 대북 압박 중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놨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반전을 그리 달갑지 않은 방송사가 있습니다. TV조선‧채널A는 ‘북한이 한미 관계 이간질과 돈을 노리고 벌이는 수작, 정부가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중심으로 극단적이고도 근거 없는 비방으로 대담을 채웠습니다.
‘크루즈에 몰래 돈 실어 북한에 퍼준다’? 정미경 씨의 위험한 상상
TV조선이 불합격점을 받아 위기에 빠졌던 지난해 2월 종편 재승인 심사 이후, TV조선과 채널A는 편파 방송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관련 이슈가 나오면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정부가 크루즈에 돈을 실어 북한에 건넬 수도 있다’는 상상초월의 망언이 전파를 탔습니다.
이날 채널A는 그야말로 ‘하루 종일’ 북한 김정은이 요구할 대가 목록에 초점을 맞춰 방송했는데요. 우리 정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 기자회견 직후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1/2)에서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언급한 ‘크루즈 지원’에 특히 집착했습니다. 방송 말미에 진행자인 황순욱 앵커는 패널로 나온 정미경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자기들이 타고 올 배인데 왜 크루즈를 (우리가)지원을 해야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미 질문 자체에 ‘크루즈 지원이 부적절하다’는 부정적 견해가 깔린 것인데요. 이에 대한 정미경 씨의 답변은 충격적입니다. 정 씨는 “그러니까 조금 이상하지 않으세요? 보통의 경우에는 북한이 자기들 배를 타고 와야 되잖아요”라며 잔뜩 의심을 표하더니 “자꾸 의심이 가는 게 뭐냐 하면, 지금 북한에서 물론 첫 번째 원하는 건 ‘군사훈련 중단해라’ 이것은 한미동맹 깨지는 거잖아요. 그것만 해줘도 지금 다 얻는 거죠, 그런데 그거 말고 더 욕심을 낸다면 뭘까요? 돈 아니겠어요. 그걸 만약에 크루즈 선박에 실려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이걸? 자꾸 의심이 가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중국 선박이 북한에 몰래 뭐 주다가 걸렸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 크루즈하고 연결된 걸까요?”라고 말했습니다.
△ 북한 크루즈 지원설 관련 ‘돈을 실어 보낼 가능성’ 운운한 채널A(1/2)
정미경 씨 주장을 요약하자면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대가로 돈을 원할 것인데 우리 정부가 크루즈에 돈을 실어 보내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겁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상이자 허위사실입니다. 심지어 아직 크루즈 지원이 결정된 것도 아닙니다. 크루즈 지원을 처음 거론한 것으로 지목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가능성 중에 하나로 언급한 것일 뿐입니다. 최 지사는 2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올 수 있는 경로가 세 가지가 있는데요. 크루즈, 금강산 육로, 비행기가 있습니다.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얘기할 수 없고 북한과 실무접촉을 통해서 합의할 사안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도 5일 크루즈 지원설에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짜고짜 ‘크루즈에 돈 실어 줄 것’이라는 낭설을 유포하는 행태야말로 가까스로 해빙기에 접어든 한반도 정세에 갈등을 초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핵 개발 자금 창구’? 채널A는 ‘유언비어 창구’인가
정미경 씨의 막말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크루즈 발언’보다 충격은 조금 덜하지만 유언비어임에는 매한가지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채널A <뉴스TOP10>(1/2)은 아직 회담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요구 사항 목록’만 늘어놨는데요. 아예 이날 이 주제를 대표하는 제목으로 <김정은 손에 쥔 4장의 카드>를 뽑았습니다. 남북 회담이 실로 오랜만에 물꼬를 텄는데 우리의 카드나 한반도의 복잡한 정세를 제쳐놓고, 오로지 ‘김정은의 속내’만 ‘추측’한 겁니다. 정미경 씨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유언비어를 유포했습니다.
먼저 이 주제 대담이 시작되자마자 채널A는 우리 정부의 ‘사전접촉설’에 강하게 집착했습니다. 정 씨는 “1차적으로 임종석 비서실장이 레바논에서 (북한 당국자를)만난다고 가정을 하면, 거기에서 합의를 하고 그 다음에 최문순 지사가 만났잖아요. 그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송에 한미 군사훈련 연기에 대해서 미국 측에 얘기했다고 했잖아요. 그 다음에 바로 (김정은의)신년사가 나옵니다. 그렇죠? 마치 평창올림픽에 갈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이게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가 꼭 마치 맞는 것처럼 되어버리는 거예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 표명을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방문 관련 의혹과 연관지은 겁니다.
△ ‘임종석 비서실장 대북접촉설’ 조명하며 ‘아라비안나이트’에 빗댄 채널A(1/2)
요컨대 ‘임종석 실장이 먼저 중동에서 비밀리에 북한 관계자를 만나고, 2차적으로 최문순 지사가 중국에서 만나고, 그 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에 한미 군사훈련 연기를 말하는 등 끊임없이 사전접촉을 해서 결국 김정은이 수긍해준 것’이라는 것이죠. 여기에는 그 어떤 근거도 없습니다. 현재 임종석 실장의 중동 방문 논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이면계약 의혹으로 번져있는 상황이고 정부는 UAE와의 외교관계 및 국익을 고려해 그 어떤 내용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무작정 ‘북한 비밀 접촉설’을 사실처럼 내세우며 정부가 마치 북한에 대화를 구걸한 것처럼 묘사한 것이죠.
정 씨의 두 번째 유언비어는 더 심각합니다. 정 씨는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는 정말 돈이 필요하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개성공단”이라고 하더니 “개성공단 돈 줄 때 근로자에게 직접 주지 않고 공산당에 줬잖아요. 그럼 생각을 해 보세요. 그 달러 다 어디로 갔을까요? 당연히 김정은 정권에 들어가고 그것이 핵 개발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누구나 상식적으로 예측이 되는 거 잖아요. 그래서 이걸 김정은 정권은 당연히 문재인 정부한테 요구할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요컨대 ‘북한이 이번에 돈을 벌기 위해 개성공단 재개도 요구할텐데 그 이유는 핵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는 이미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일방 폐쇄할 때 낭설로 일단락된 주장입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현금의 핵 개발 유용’을 명분으로 내세웠죠. 당시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핵 개발 유용 관련 자료가 있다”고 했다가 불과 이틀 만에 “확증은 없다”라고 말을 바꿔 ‘거짓말 파문’을 일으켰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민족경제협력련합회가 ‘물표’의 형태로 지급하는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근 지급 체계마저 전혀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2년 전에 거짓말로 탄로난 박근혜 정부의 주장을 정미경 씨는 남북대화가 재개된 현 시점에 늘어놓은 겁니다.
하루종일 ‘북한의 요구 목록’만 외친 채널A
정미경 씨 사례는 매우 극단적입니다. 채널A 다른 시사 프로그램도 남북 대화를 터부시했습니다. 시종일관 예상에 불과한 ‘북한의 요구 사항 및 음험한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신시켰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1/2)는 오후 2시경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서, 같은 시각 진행됐던 통일부의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 기자회견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며 대담을 나눴습니다. 진행자와 패널 모두 방송 내내 ‘돈, 개성공단 재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의 요구사항을 ‘예상’했습니다. 이번 남북 회담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 등 정작 필요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담을 시작하자마자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북한이 5.24조치 해제 등 평창 올림픽 참가에 대한 대가를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라 말했고 진행자 김종석 앵커는 “돈도 포함되겠죠?”라고 물었습니다. 이현종 씨는 “그렇다”며 “원래 올림픽 참가시 여비를 우리가 부담하지만 북한은 추가로 요구할 것이다. 지난번에 우리가 지원하기로 한 600만 달러도 달라고 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이 씨가 이외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600만 달러를 주게 될 것’이라고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데요. 이 600만 달러는 지난해 7월 유엔 인구기금(UNFAP)이 북한 인구총조사를 위해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서 ‘국제적 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지 북한을 향한 ‘송금’이 아닙니다. 또한 이 지원의 집행 시기를 저울질하던 우리 정부가 이번 남북대화를 계기로 집행을 서두를 가능성은 있으나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대가로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은 낭설에 가깝죠. 이후 나머지 패널인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 강명도 경기대 교수도 시종일관 ‘북한의 요구 프레임’ 안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늘어놨습니다. 강명도 씨의 경우 “올림픽 회담이면 괜찮지만 포괄적인 회담이 되면 오히려 파탄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은 한미훈련 축소, 모내기 식량 지원 등을 요구할 것인데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자칫하면 북한 전략에 빠져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5일 우리 정부는 “올림픽 참가 건이 최우선, 남북관계 의제는 그 후에”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TV조선은 오로지 ‘미국 심기 걱정’
채널A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북한의 요구사항과 갖가지 음모론에 집착했다면 TV조선은 결이 다릅니다. TV조선은 이번 남북 회담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까 매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TV조선 <뉴스퍼레이드>(1/5)입니다. 3명의 패널 가운데 고성국 평론가와 장원준 기자 2명이 부정적인 논평을 내놓는 가운데, 이들은 ‘미국이 불편해한다’는 공통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장원준 기자는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자세한 사항은 한국 정부에 문의해 봐라”라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정부에 문의해 봐라는 통상 한국과 미국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때 미국 정부가 쓰는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좀 밑에서는 아직 한미가 이번 대화 재개를 놓고 흔쾌히 동의하는 분위기는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성국 씨는 좀 더 수위가 높습니다. 고 씨는 먼저 “지금 미국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어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핵 위협을 다시 하면서 한국하고 대화하자고 했으니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를 따돌리고, 그런데 따돌려지는 것 같잖아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다른 패널인 김남국 변호사가 “논리적 귀결에 맞지 않다”고 부인하자 고 씨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우리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어요”라고 운을 뗀 고 씨는 “강원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평창올림픽 성공적으로 하면 통일됩니까? 평창올림픽 성공적으로 하면 정말 남북 간에 완전히 평화가 정착됩니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정말 견지해야 될 원칙까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원칙 포기와 관련해서 이를테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거는 올림픽 기간 중에 연기하는 것은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가 발휘하는 정도의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미국도 동의하는 것이고 또 우리나라 국민들도 연기 정도라면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안 하는 걸로 간다. 이거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유언비어 수준의 채널A 대담과 비교하자면 평이하다고 볼 수 있고, 4일 있었던 한미 정상 간 통화를 중심적으로 논하다보니 미국 관련 발언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핵심 주제인 상황에서 모든 대담을 오로지 ‘미국이 이 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로 채우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고 씨는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요구 가능성’을 묻자 갑자기 강원도민들을 거론하며 겁박에 가까운 발언을 했습니다. 우리가 당사자인 남북문제에 있어 미국도 하나의 파트너에 불과하다는 점을 TV조선 출연진이 인지해야 합니다.
또 드러난 종편의 ‘편파 진행’, 외교에 악영향 우려
이렇게 패널들의 부적절한 발언들이 이번에도 문제가 됐으나 역시 종편의 심각한 폐단은 진행자들의 편파적인 태도입니다. 채널A와 TV조선의 진행자들은 남북대화에 진저리를 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전제하는 진행으로 일관했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1/2)의 진행자 김종석 앵커는 대담을 시작하자마자 “북한이 요구하는 목록에 돈도 포함되느냐”고 물었고 패널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황수현 앵커 역시 “우리 정부는 미국 협의 거쳤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와 미국을 분리하려는 김정은의 속내가 담겨 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쪽도 있어요”는 질문을 던졌고 이현종 씨의 “저는 그렇게 봅니다. 현재의 대북제재가 상당 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활로는 결국 남한 을 통해서 뚫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럴 때 지금 우리가 북핵 문제. 2000년 우리가 남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 예요. 그 때도 김정일이 상당히 어떤 유화 제스처를 하면서 시간을 번거 아니겠습니까? 그 뒤에 뭐라고 했습니까? 결국은 정권 끝나자마자 결국은 핵개발 다 한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지금 반복하면 안 됩니다”라는 대답으로 이어졌습니다.
채널A <뉴스 TOP10>(1/2)의 황순욱 앵커는 정미경 씨가 갖은 유언비어를 내놓을 때마다 제지하기는커녕 적극적인 맞장구로 화답했습니다. 정미경 씨가 ‘임종석 비서실장이 중동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고 그 다음 최문순 지사가 중국에서 만나고,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얘기하자 김정은이 신년사를 내놨다’는 낭설을 내놓자 황 앵커는 “저희가 이야기 했던 (임종석 실장의) 아라비안나이트 1001가지 이야기죠”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어서 정 씨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핵개발에 유용된다’고 주장할 때도 “핵 개발하고 미사일 개발에 들어갔을 수 있죠”라고 답했고 대담 말미에 “김정은의 노림수는 한미 간 갈등과 남남갈등 및 여론갈등”이라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황 앵커는 그나마 정미경 씨의 ‘크루즈에 돈 실어 북한에 지원’ 주장에는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개인 의견으로 정리하겠습니다”라고 딱 한 번 제지했습니다. 이때도 표정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TV조선 <뉴스퍼레이드>(1/5)의 유정현 앵커는 채널A의 앵커들에 비해 한 쪽 편에 선 질문,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한 질문이 확실히 적었습니다. 그러나 유정현 앵커도 “이렇게 밀리다 보면 결국에는 (주한미군)철수 얘기까지 나오는 게 당연한 북한의 논리이고 정책 아니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한 차례 던져, ‘회담에서 결국 우리가 밀리고 주한미군 철수 얘기까지 나올 것’이라는 자유한국당식 논리를 유도했죠.
이런 편파진행이 매일 반복되는 일은 저널리즘의 기본적 책임에 있어 매우 참담한 현실입니다. 언론이 비평을 할 때는 객관적 사실과 합리적 판단을 준거로 삼아야 하고 특히 오로지 개인의 논평만으로 대담이 채워지는 종편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경우 그 준거를 잡아줄 진행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채널A와 TV조선의 진행자들은 기준은커녕, 오히려 특정 세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임종석 UAE 방문 논란’ 관련 방송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죠. 민감한 외교 사안에 있어 더욱 자제가 필요하지만 종편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더욱 치열한 감시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의 엄중한 처벌이 시급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2023/05/30] 방송통신위원장 면직 재가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신호탄이다
- [2023/04/11] 정치수사 ‘검찰’과 정파성 강한 ‘언론’의 닮은꼴을 우려하며
- [2023/04/04] ‘방송통신위원회’의 눈물,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 [2023/02/20] 핵전쟁 위기 닥친 한반도, 언론은 질문이 없다
- [2021/04/14] 992 민언련 ‘채널A 검언유착 사건’ 토론회, 조선일보 ‘친정권 인사들 자화자찬 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