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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한미훈련 연기 제안, 틸러슨 발언에 집착한 TV조선
등록 2017.12.22 15:15
조회 630

평창 겨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까지 북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내년 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미국 NBC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관련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주한미군사령부는 20일 “한미 동맹의 동맹국으로서 연합 훈련과 관련해 동맹의 결정을 따를 것을 확인하며 이런 결정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청와대 역시 “한미 연합 훈련 연기 문제의 소통 채널은 한미 군사당국”임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올림픽의 평화 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해 고조된 한반도 전쟁 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7개 방송사는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TV조선․채널A는 관련 보도 전후에 북한 자극할만한 단독 보도 배치
20일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은 방송사는 없습니다. 이 중 KBS와 JTBC, TV조선은 이 소식을 톱보도로 전했습니다. 반면 유일하게 관련 보도를 1건만 내놓은 SBS는 이를 10번째 순서로 보도하는데 그쳤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량

2

2

1

3

2

2

2

보도순서

1,2

5,6

10

1,2,3

1,2

3,4

1,2

△문 대통령 한미훈련 연기 제안 관련 보도 양상(12/20)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 보도 전후로 소개한 다른 보도의 주제도 살펴볼만 한데요. KBS와 TV조선, MBN은 이 보도 바로 뒤에 연달아 북한의 ‘악행’을 전하는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백악관이 지난 5월, 전 세계 병원과 은행 등의 네트워크를 마비시켰던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북한이라 공식 지목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인데요.

 

TV조선은 이 소식을 전한 뒤 연달아 자사 단독 보도 <북 핵미사일 대응 HPM탄 개발>(12/20 https://goo.gl/9BFojv)를 배치시켜서, “우리 군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인명 피해 없이 통신 장비나 전자기기를 일시에 마비시킬 수 있는 일명 E- 폭탄, HPM탄 개발”에 나섰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사실상 평화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정부 행보에 찬물을 끼얹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 발언을 3~4번째 보도로 전한 채널A도 이날 1~2번째 보도를 북한 관련 소식으로 엮었습니다. 먼저 채널A 단독 보도인 <중 ‘북핵시설 점령’ 훈련 영상 입수>(12/20 https://goo.gl/dtZrce)에서 중국내 외교소식통의 발언을 근거로 중국이 “북한 핵시설 점령이나 난민이탈 상황 등을 가정한 훈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도는 “미군은 김정은 정권에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를 상정해 특수 부대를 투입해 핵무기를 제거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라는 북한을 자극하는 듯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채널A는 문 대통령의 제안 관련 보도 뒤에는 또 다른 북한과 관련한 단독 보도 <“북한, 채굴에 유달리 큰 관심”>(12/20 https://goo.gl/pXMuCt)을 배치하고, 백악관이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의 배후를 북한이라 공식 지목했다는 소식을 연달아 전했습니다.


MBC, JTBC는 백악관의 북한 해킹 주범 지목 소식을 아예 전하지 않았고, SBS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보도와는 별개로 21번째 꼭지로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TV조선 ‘미국 난감해 한다․동맹에 나쁜 영향’ 강조 
TV조선은 유독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집중했습니다. TV조선의 첫 보도 <“평창올림픽 때 한미훈련 연기 제안”>(12/20 https://goo.gl/MmjhKA)에서 앵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들려준 뒤 “북한에 달려 있는 문제, 즉 북한이 도발을 멈추면 군사 훈련 연기할 수 있다 이런 뜻이겠지요? 여기에 대해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런 제안을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또 한미 군사훈련은 어떻게 되는 건지?”라는 멘트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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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의 제안이 ‘미국 측과 조율이 되지 않은 제안’임을 부각한 TV조선(12/20)

 

기자의 첫 멘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 이후로 한미 연합 훈련 연기 의사를 밝힌데 대해 틸러슨 국무장관은 “훈련 연기 요청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입니다. 이 뒤에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한국과 오랫동안 진행됐고, 계획된 군사 훈련 일정을 바꾸려는 어떤 계획도 알지 못합니다”라는 발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어 기자는 “미군 내부에서 한미 훈련 연기를 난감해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태평양 지역 다른 국가와도 훈련을 해야 하는 만큼, 연쇄적으로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정작 한미연합사의 공식 입장은 1분 50초가 되어야 소개되고, 그마저도 “하지만 한미연합사는 ”평창 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라는 7초짜리 멘트가 전부입니다.

 

보도는 “청와대는 미국이 훈련 연기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미국에서 불만이 나올 경우 동맹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라는 기자 설명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보도는 대통령 발언이 미국과 조율이 되지 않았고, 미국도 난감해한다는 정보를 부각하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꼼수를 부렸지만, 정작 뾰족한 건수는 찾지 못한 기자의 난처함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틸러슨 "연합 훈련 연기, 못 들었다"…미군도 연쇄 일정 조정에 '난색'>입니다. 


이어지는 보도 <“북침 전쟁 연습”…북, 해마다 중단 요구>(12/20 https://goo.gl/xxtDyT)에서도 TV조선은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이 무엇인지 설명한 뒤 “1994년 핵협상을 위해 북 요구대로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미 훈련이 연기되면 일단 북한이 반길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 참가나 핵 미사일 도발 중단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였습니다. 
TV조선은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며, 미국은 싫어하고 북한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 불만을 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MBN도 별도 보도로 틸러슨 발언 부각
TV조선만큼이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반응에 집중한 방송사는 MBN입니다. MBN은 두 번째 보도 <“연기 계획 몰라”>(12/20 https://goo.gl/9K6JSE)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앵커 멘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훈련 연기 제안 발언에 정작 미국에서는 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기 계획은 알지도 못하고 놀라운 일도 없을 것이라는데, 뭔가 혼선이 있는 걸까요?”입니다. 


기자도 “캐나다를 방문 중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논의에 대해 모른다고 밝혔습니다”라며 “미국 외교정책을 주관하는 국무장관의 답변이라 미국 정부가 훈련 연기를 논의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전했습니다.

 

“최근 미 외교안보 고위관료 다수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만큼 연기 결정이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나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한·미 훈련 연기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과 대결에서 이기겠다"고 밝히며 여전히 도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내비칠 뿐입니다”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보도 말미에는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신년사 등을 통해 핵미사일 완성을 선언한 뒤 한동안 도발을 멈추는 전략적 휴식기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는 ‘제안 의미’에 집중
반면 다른 방송사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반응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제안의 배경이나 북한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 등을 짚었습니다. 


예를 들어 KBS <미에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12/20 https://goo.gl/jL4vHv)의 앵커 멘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올림픽 까지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훈련 연기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이고요. 미국 측 반응도 틸러슨 국무장관의 ‘모른다’는 것을 소개하지 않고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논의는 양국 군사당국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또 이어지는 <한미 연합사 “동맹 결정 따를 것”>(12/20 https://goo.gl/pykMQR)도 협상의 주체인 연합사의 입장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한 뒤 “자칫 한미간 엇박자로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훈련 주체인 한미 연합사가 공식 입장을 냈”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MBC는 2건의 보도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반응을 아예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문 대통령 제안 의미는?>(12/20 https://goo.gl/oQaqWi)에서 “그토록 찾기 힘들었던 북·미 대화의 입구가 바로 평창이 될 수 있다” “결정적인 상황변화를 유도한 전례가 있습니다. 1991년 말에 우리 정부가 북한에 중요한 제의를 했는데요.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면 한·미 군사훈련을 유보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됐습니다. 이처럼 한·미 군사훈련을 전쟁에 준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에게 군사훈련 연기는 매력적인 제안일 수 있다는 겁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SBS도 <올림픽 기간 ‘일시적 쌍중단’…미중과 교감?>(12/20 https://goo.gl/RCqEYo)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의 반응을 전하는 대신 “한미연합사도 오늘 입장문을 통해 훈련 연기 여부는 동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는 선에 그쳤습니다.


JTBC는 앞의 2건의 보도에서는 청와대의 제안과 한미연합사의 입장을 소개하는데 집중했으며, <트럼프 선택은?…“전향적 검토”>(12/20 https://goo.gl/EK8nhE)에서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다음 날 '강제 비핵화' 등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놨”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며 미국이 동맹 파트너인 우리나라의 요청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방침임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 강조한 TV조선과는 180도 다른 태도입니다. 


채널A는 <“한미훈련 늦추자”…“동맹 결정 따를 것”>(12/20 https://goo.gl/k1GE6r)에서는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어지는 <뉴스분석/한미훈련 중단 제안>(12/20 https://goo.gl/WboRgT)에서 ‘미국이 이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물으며 “미국 틸러슨 국무장관이 어떤 반응을 내놨는지”를 소개했는데요.

 

이에 대해 채널A는 “연례훈련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으며, 이 뒤에 한미연합사가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는 점을 전하며 “전격적인 수용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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