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종현 사망, 방송 보도조차 문제 있다18일 쓰러진 채 발견되었던 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 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재 경찰은 종현의 사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종현 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이후 언론은 ‘자살’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과 쓰러진 장소를 상세하게 알리고, 사망 직전 그의 심리 상태 등을 추정하거나 주변인의 반응을 나열하는 등의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가 과열양상에 이르자 19일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종현의 사망 사건과 관련한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2013년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자살보도와 관련해 “최소한의 자살 보도에서도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실천 세부 내용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하고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하며 “자살 보도에서는 유가족 등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언론이 특히 쉽게 어기는 조항은 “자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나 “자살 보도에서 자살 장소를 포함”하여 전하는 것입니다.
또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 동기를 단순화”하거나 “자의적 해석”을 쏟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천 세부 내용은 그 외에도 언론이 “자살 보도의 사회적·거시적 영향을 인식”하고 “자살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알”리는 등 “자살을 예방하는 보도”를 내놓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살보도는 남겨진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모방 자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의2(자살묘사) ⓛ항에는 “방송은 자살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방송은 ‘클릭수 장사’에 몰두하는 상당수 ‘인터넷 언론’과는 달리, 자살보도 권고기준과 심의규정을 충실히 지켰을까요?
사망 장소와 사망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 상세히 소개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은 자살의 수단과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MBC, JTBC, TV조선, MBN은 사망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구와 사망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MBC <‘샤이니’ 종현 쓰러진 채 발견 끝내 숨져>(12/18 https://goo.gl/G2WHWy)에서 기자는 “서울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 호텔 24층 객실에서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당시 객실 안에서는 갈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타고 있었고 김종현씨는 심정시 상태에서 건국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JTBC <“힘들었다, 마지막 인사” 문자 보내고 숨진 채…>(12/18 https://goo.gl/zHd1HA)는 앵커 멘트부터 “경찰은 김종현 씨가 갈탄을 피우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입니다. 기자 역시 “김종현 씨가 서울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 “레지던스는 종현이 오늘 낮 12시쯤 이틀간 묵겠다면서 예약한 곳” “레지던스 객실 탁자 위 후라이팬에 번개탄과 갈탄 같은 것을 피워놓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TV조선 <샤이니 종현 쓰러진 채 발견…이송 중 숨져>(12/18 https://goo.gl/z4AgZb)도 “김 씨를 찾아다닌 끝에 강남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갈탄을 피워 놓은 채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라며 장소와 도구, 방법을 모두 언급했습니다.
MBN <샤이니 종현 숨져>(12/18 https://goo.gl/7o1DLP)도 기자가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 방 안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 “김 씨는 오늘 오후 12시쯤 이 레지던스를 2박으로 예약” “갈탄 같은 것을 프라이팬에 피워놨던 것으로 확인” 등의 멘트를 쏟아냈습니다.
KBS와 SBS, 채널A는 “서울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 건물” “서울 청담동의 한 오피스텔” “강남구 청담동 오피스텔”이라며 장소는 언급했지만, ‘갈탄’ ‘프라이팬’ 등의 도구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주요 보도에 배치한 것도 부적절
한편 MBC <‘샤이니’ 종현 쓰러진 채 발견 끝내 숨져>(12/18 https://goo.gl/G2WHWy)는 “종현 씨는 한달 전 쯤 자신의 SNS에 우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듯한 노래 가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라는 자살 동기 또는 자상 원인을 ‘추정’하는 듯한 기자멘트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자살 동기를 자의적으로 추정하여 섣부른 멘트를 내놓는 것 역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덧붙여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실천 세부 내용을 통해 자살 보도는 ‘주요 지면을 피해 소개되어야 한다’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방송 보도에 적용할 경우, 자살 보도를 톱보도 혹은 그에 준하는 위치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됩니다. 실제 M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는 해당 소식을 9번째(KBS․JTBC)부터 20번째(MBN) 꼭지로 전했는데요. 이와 달리 MBC는 4건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보도에 이어 이 소식을 5번째 순서로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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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보도 순서 |
9 |
5 |
13 |
9 |
12 |
13 |
20 |
△7개 방송사 김종현 씨 사망 보도 배치 순서(12/18)
숨진 채 발견? 잘못된 사실관계 전달
한편 김종현 씨는 경찰 발견 당시에는 심정지 상태였을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확하게 전하지 않고, 경찰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제목이나 설명을 내놓은 보도들이 있었습니다.
△김종현 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보도하거나 이러한 내용으로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지은 방송사들(12/18)
우선 KBS는 보도 제목과 앵커 멘트, 기자 멘트의 내용이 각기 달랐습니다. <샤이니 종현 사망…메시지로 “힘들었다”>(12/18 https://goo.gl/zqzxTC)의 앵커멘트는 “인기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의 멤버 종현 씨가 오늘 저녁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였습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이제까지 힘들었다”>입니다.
제목과 엥커멘트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전했으나, 기자멘트는 “오늘 저녁 6시 10분쯤, 인기 한류스타 그룹 샤이니의 멤버인 종현 씨가 이곳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종현 씨는 발견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로 정확하게 보도했습니다.
MBN <샤이니 종현 숨져>(12/18 https://goo.gl/7o1DLP) 역시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으로 뽑고, 앵커멘트에서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고 전했는데요. 기자는 “김종현 씨가 오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저녁 6시 10분쯤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 방 안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된 건데요”,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김 씨는 곧바로 건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숨졌습니다”입니다.
JTBC <“힘들었다, 마지막 인사” 문자 보내고 숨진 채…>(12/18 https://goo.gl/zHd1HA)는 제목과 내용에서는 모두 쓰러진 채 발견되었으나 이후 사망했다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온라인 송고 제목은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힘들었다, 마지막 인사” 문자>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이었습니다.
가장 확실하게 잘못된 정보를 전한 곳은 채널A였습니다. 채널A는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12/18 https://goo.gl/5LLYTH)은 앵커멘트도 “샤이니의 멤버 종현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이고, 기자 멘트도 “인기 아이돌 그룹이죠. 샤이니의 멤버, 종현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함께 출동해보니 종현 씨는 이미 숨져 있는 상태였습니다”입니다.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샤이니 종현, 숨진 채 발견…친누나가 신고>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