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과표 3000억원 이상 ‘슈퍼 대기업’ 77곳에 적용될 법인세 최고세율이 22%→25%로 상향 환원될 예정입니다.

다만 이는 정부 원안보다는 크게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 원안은 적용 대상이 ‘과표 2000억원 초과’였으며 해당 기업도 129곳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기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 영향입니다. 

세법개정안 국회 통과 이후, 법인세 인상 문제를 별도의 보도로 전하며 주목한 방송사는 JTBC와 TV조선, MBN입니다. 그러나 이 세 방송사는 사안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다루었습니다. 

JTBC ‘초대기업 중심으로 세금 걷는다’ 강조
먼저 JTBC <‘초대기업’에 25% 법인세율>(12/4 https://goo.gl/DFbygz)은 법인세율 적용 대상이 ‘초대기업’이며 통과된 개정안은 원안보다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했습니다.

앵커 멘트부터가 “증세를 하되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만 한정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혔던 이 증세 방침은 일단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에도 살아남았습니다. 다만 야당이 법인세 인상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세금을 더 물어야 하는 대기업의 숫자는 당초 정부안에 비해서 절반가량으로 줄었습니다”입니다. 

기자 역시 “법인세율이 올라가는 건 삼성전자를 비롯한 초대기업들”이며 “과세표준 200억 원만 넘으면 수천억 원을 넘는 초대기업과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았”다는 점을 먼저 언급한 뒤 여야가 “이번에 과세 구간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과세표준 3000억 원이 넘으면 법인세율이 25%로 오”르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감면해주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도 언급합니다. 

이런 설명 뒤에 기자는 “당초 정부안은 과세표준 2000억 원을 넘는 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오늘 국회에서 3000억 원으로 정해졌”다며 “이렇게 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는 기업 수가 129개에서 77개로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는 기업들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명 대신 “초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금을 더 걷게 되는 셈”임을 보도 말미 재차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 법인세 개정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사실을 전한 JTBC(12/4)

TV조선, ‘기업 부담’ 강조
반면 TV조선 <예산안 타결…‘부자 증세’ 현실화>(12/4 https://goo.gl/4v1aex)는 노골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에 대한 우려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앵커는 새해 예산안 처리 합의 사실을 전하며 “법인세와 소득세도 인상됩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했던 ‘부자 대기업 증세’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토요일 미국 상원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대폭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지요.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들은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데 우리만 역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옵니다”라는 멘트로 보도를 시작합니다.

기자의 설명도 JTBC와는 달랐습니다. TV조선 기자는 “법인세의 경우, 3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대해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올렸습니다. 인상된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77개가량이며. 추가 세수는 2조 3000억여 원으로 추산됩니다”라고만 말할 뿐, 원안에서 얼마나 후퇴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특히 기자는 보도 말미 “미국 상하원은 최근 법인세를 35%에서 20%로 인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일본과 프랑스 등도 20%대 초반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증세가 본격화하면서 재계와 야권에선 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라며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트럼프 정부와 아베 정부의 법인세 인하는 반드시 보고 배워야 할 ‘모범 답안’이라도 된다는 듯한 태도입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기업 소득은 늘어나는데 반해 과세는 상응해서 늘지 않는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효세율이 34.9%에 달하는 미국과 실효세율이 18%에 불과한 한국의 상황을 일차원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한국당과 재계의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안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일방적으로 소개한 겁니다. 슈퍼 대기업과 일반 기업의 경계를 얼버무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기업 피해를 걱정한 TV조선(12/4)

MBN은 더 노골적으로 재계 입장 대변
MBN은 더 노골적으로 재계의 이익을 대변했습니다. <세금 2조 더 낸다>(12/6 https://goo.gl/sXBVQi)의 앵커 멘트는 “국회 본회의 통과로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이 현재 22%에서 25%로 오르게 되자 ‘국내를 떠나라는 거냐’며 재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추가로 내야할 세금 총액만 2조 원이 되거든요”입니다. 

MBN 기자도 “여야 간 핵심 쟁점이던 '법인세 최고 명목세율'이 3% 인상으로 결론 났습니다.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리기로 한 겁니다”라고만 설명할 뿐, TV조선 기자와 마찬가지로 이 안이 원안보다 후퇴한 안이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습니다. 적용 대상 역시 TV조선과 마찬가지로 ‘기업’, ‘기업들’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리고 있는데요. 초대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JTBC와 비교되는 지점입니다.

대신 기자는 곧바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곳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77곳. 이들 기업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은 2조 3천억 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4천억 원, 현대차는 1,800억 원, 한전은 1500억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라며 기업들이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규모를 부각했고요.

여기에 이어 “법인세 인상 소식에 재계는 답답함을 토로합니다”라며 익명의 재계 관계자들의 “기업들 해외로 다 나가라고 하는건지 답답하고요. 국가경쟁력마저 저하될까 우려되는…” “국제적으로도 법인세 인하 추세인데 우리만 역주행이다. 환율 하락에 금리 인상까지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발언을 연달아 소개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실제로 최근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이 잇따라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 “법인세 인상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고용을 악화시키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한 국가만 법인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라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슈퍼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내용이었던 셈입니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재계 관계자 입장을 노골적으로 대변한 MBN(12/6)

채널A는 법안 통과 이전에 국회 압박
덧붙여 채널A는 법안 통과 이후에는 별도의 보도로 이 사안을 부각하지 않았으나, 법안 통과 이전에 이미 재계의 논리를 빌어 국회를 압박하는 보도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채널A <미국은 절반 가까이 줄였다>(12/3 https://goo.gl/rRbttK)는 “미국 상원이 법인세를 큰 폭으로 낮추는 법안을 처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법인세를 높이려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대조적”이라 강조했습니다. 보도는 트럼프 정부가 “외국 기업을 더 유치”하고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났던 미국 기업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데요.

반면 “우리 국회는 글로벌 기업을 겨냥해 법인세를 3%p 높이는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다면 해외기업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4~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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