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 보도 속 자사 프로그램 광고 ‘도 넘었다’
등록 2017.12.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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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사유화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그간 자사 저녁종합뉴스 등 기존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의 프로그램’을 홍보해왔습니다. 


최근 가장 노골적으로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8월 30일 1회부터 11월29일 15회까지 방송되었는데요. 이 기간 TV조선 ‘종합뉴스9’는 14회 <배달앱의 교묘한 갑질>(11/22) 편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회차에 대한 사전 혹은 사후 홍보 보도를 모두 내놓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정식으로 시작되기 직전에는, 저녁종합뉴스 ‘파워인터뷰’ 코너를 통해 탐사보도 세븐의 MC를 맡은 윤정섭 씨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이 <파워인터뷰/탐사보도 프로 ‘세븐’, 제목 뜻은?>(8/29 https://goo.gl/6Y1zpu)은 탐사보도 세븐이라는 자사 방송 제목의 의미와 첫 방송 내용 등을 ‘홍보’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탐사보도 세븐 방송

저녁종합뉴스 속 관련 홍보성 보도

1회 <탐욕의 동물병원>(8/30)

<탐사보도 프로 ‘세븐’, 제목 뜻은?>(8/29)

<탐욕의 동물병원>(8/29)

<1회용 재사용에 ‘위생 엉망’>(8/30)

<‘학대’ 사과문…잠정 중단>(9/1)

2회 <임지현 입북 미스터리>(9/6)

<남편 “임지현 내가 바래다줬다”>(9/5)

<여전히 살아있는 임지현 SNS>(9/6)

3회 <고 이주일 사라지다>(9/13)

<묘지도 유골도 사라져>(9/13)

4회 <안산 토막살인, 리어카는 알고있다>(9/20)

<토막 살인 리어카는 알고 있다?>(9/20)

5회 <월 70만원 은퇴 이민?>(9/27)

<“70만원에 황제?” 은퇴 이민의 실체>(9/27)

6회 <북중 국경 803km>(10/4)

7회 <북중 국경 803km>(10/6)

<북-중 접경 초긴장>(10/3)

<탐사보도 세븐/장마당 등불 켜고 장사>(10/4)

<압록강 비경 운봉호 첫 공개>(10/6)

8회 <서혜순 고백하다>(10/11)

<탐사보도 세븐/김광석 딸 죽음의 진실은?>(9/25)

<내일 출석…서해순 진실은?>(10/11)

9회 <충격! 유해 환경호르몬 검출>(10/18)

<탐사보도 세븐/‘생리대에서 환경호르몬’>(10/16)

<탐사보도 세븐/“검증위원들 식약처와 밀접”>(10/17)

<탐사보도 세븐/“생리대 환경호르몬 국산․미국산 많고, 유럽산 적어”>(10/18)

10회 <이영학 아내 사망 미스터리>(10/25)

<자살 동기 의문…타살 의혹까지>(10/25)

<성폭행 의혹 묻자 강력 부인>(10/25)

11회 <화장실 몰카범 추적하다>(11/1)

<“몰카범 잡아라”…지하철역 전수조사>(11/1)

<지하철역 ‘몰카’ 전수조사>(11/1)

12회 <이건희 회장 살아있다>(11/8)

<자가 호흡하며 휠체어에>(11/7)

<‘이건희는 살아있다’>(11/8)

13회 <중국원정 장기이식의 딜레마>(11/15)

<중 원정 ‘장기 이식’ 실태는?>(11/15)

14회 <배달앱의 교묘한 갑질>(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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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KAL858 묻혀진 30년>(11/29)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11/29)

△TV조선 탐사보도 세븐과 종합뉴스9 아이템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사 프로그램 홍보 위해 취재 내용 운만 띄워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방송사가 단순히 자사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홍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실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지적된 내용이 너무나도 주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요약해서 저녁종합뉴스에 내야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관련 보도를 홍보라 비판하기보다는 보도 내용과 아이템을 면밀히 검토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준으로 모니터를 해보아도 TV조선이 최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내보내는 이러한 보도의 수준은 함량 미달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점차 보도의 질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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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취재 내용의 일부를 보도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한 TV조선(12/1) 


실제 <모텔 전기포트에 속옷을 빤다?>(12/1 https://goo.gl/DtFzqG)는 “호텔과 모텔 전기포트에 양말과 속옷을 삶는다는 충격적인 괴담, 토요일 저녁 7시 50분 방송되는 CSI 소비자탐사대에서 실체를 공개합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전형적인 자사 프로그램 홍보성 보도인 겁니다.

 

문제는 이 보도가 “전기포트에다가, 양말과 속옷을 삶는다는 소문”을 확인하겠다며 이 “CSI 소비자탐사대 제작진이” 몇 개 업소를 들러 딴 “오만 잡놈들이 다와요. 이런 데는, 모텔은요”라는 식의 자극적인 인터뷰 내용만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때문에 이 보도만을 봐서는 ‘실제 이것이 일부 업체만의 문제로 괴담에 불과한 것인지’ ‘대다수 업체가 이런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보도의 완결성이나 해당 이슈가 보도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따지기보다, 홍보를 하고 싶은 그 프로그램을 보도록 하기 위해 ‘자극적인 이미지’를 부각하여 나열한 셈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미리보기 영상을 보도인양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틀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시경 헛소리’와 ‘짜장면집 비밀’을 한 보도에? 
<수면 내시경 받을 때 무슨 일이?>(12/2 https://goo.gl/29Tqxe)는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이 보도는 전혀 다른 이슈들을, ‘CSI 소비자탐사대’에서 방송된다는 이유로 함께 묶어 보여주고 있는데요.

 

먼저 보도 중반부까지는 “건강검진 받을 때 수면내시경을 택하는 분들 많죠. 그런데 검사를 받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셨습니까? 헛소리를 하는 것은 물론, 행패를 부려 의료진이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라며 수면내시경 검사자들의 ‘수면 중 헛소리’를 나열하여 보여주었고요.

 

보도 말미에는 뜬금없이 “45년 경력의 중식 요리사”가 “짜장면 맛을 내는 충격적인 비밀을 고백”했다며 중국집 요리사의 “탕수육을 튀기고 남은 그 기름을 걸러서 음식도 넣고 여러 가지 사용합니다. 재사용 하는거죠”라는 발언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이 보도는 “수면내시경과 짜장면 맛의 비밀, 호텔 전기포트 속옷 빨래의 진실은 잠시 뒤 저녁 7시50분 첫 방송되는 CSI 소비자탐사대에서 드러납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기까지 합니다. ‘광고성 보도’가 아니라 그냥 자사 프로그램 광고인 것이죠. 


이른바 ‘메인 뉴스’로 불리는 저녁종합뉴스는 각 방송사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일종의 상징성을 지닌 프로그램입니다. 그렇기에 저녁종합뉴스의 앵커가 누구인지, 기존 앵커가 누구로 교체되는지 등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합니다. TV조선은 그런 저녁종합뉴스에서 이런 수준 미달의 선정적 자사 프로그램 광고를 내보낸 셈인데요. TV조선의 정체성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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