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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평창 올림픽 테러까지 걱정한 채널A
등록 2017.11.30 17:44
조회 465

29일 국가정보원이 조직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국내정보 수집과 정치 개입의 근거로 악용된 대공수사권을 없애는 내용 등을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현재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에 대해서 국정원은 정보 수집 기능만 유지하고, 수사는 검찰·경찰 등에 넘기겠다는 겁니다. 또한 국정원은 위헌 논란이 반복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등의 조항 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개혁안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자유한국당은 안보 포기 선언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TV조선․채널A,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한국당 비난 부각 
관련보도는 7개 방송사가 모두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대공수사권 폐지=안보 포기’ 프레임을 부각한 방송사는 TV조선과 채널A 정도였습니다.

 

관련 보도 앵커멘트에서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언급한 곳도 TV조선과 채널A 뿐입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국정원의 개혁안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대공수사권 폐지 문제 역시 언급은 하지만, 이를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아 부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방송사

보도제목

앵커멘트

KBS

<‘대외안보정보원’으로…수사권 이관․폐지>

국가정보원이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꿉니다. 국내 정치개입을 근절하고,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겠단 취지입니다. 수사권은 모두 이관하거나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MBC

<‘대외안보정보원’ 개정…특활비 삭감>

국가정보원이 모든 수사권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기관 명칭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국정원의 내년도 특수활동비는 대폭 삭감됐습니다.

SBS

<‘대외안보정보원’ 개명, 수사권 포기>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모든 수사권에서 손을 떼는 내용의 자체 개혁법안을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정치 개입 논란에서 벗어나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입니다.

JTBC

<수사권 폐지, 명칭 변경…국정원 고강도 개혁안>

국정원도 개혁안을 내놨는데 두 가지가 특별히 눈에 띕니다. 찬양·고무죄나 불고지죄 같은 국가보안법 내 이른바 독소조항들과 관련해서 더 이상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 그러니까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이번 기회에 이름도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이란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죠.

TV조선

<‘대공수사에서 손 뗀다’>

국가정보원이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넘기고 대공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정치 개입을 비롯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인데, 야당은 대공 수사가 크게 허술해져 안보를 포기하는 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채널A

<‘간첩’ 빼고…‘대외안보정보원’으로>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 간첩수사를 외부 기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국가정보원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인데, 보수 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MBN

<특수공작비 반토막…“상납 패널티”>

국회 정보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올해보다 19%, 680억 원가량 깎기로 했습니다. 특히, 청와대 상납 등 물의가 빚어진 특수공작비는 애초 할당했던 금액의 반 토막이 됐습니다.

△ 국정원 개혁법안 관련 보도 제목과 앵커 멘트(11/29)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아예 대공 업무 문제만 짚은 보도 내놔
그렇다면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우선 TV조선은 이날 국정원 개혁안 관련 전반적인 사안을 10번째 보도 <국정원, 18년 만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11/29 https://goo.gl/e65mPu)에서 전했습니다.

 

그러나 대공 업무 폐지 문제는 이보다 앞선 9번째 보도 <‘대공수사에서 손 뗀다’>(11/29 https://goo.gl/3bGheq)에서 별도로 다뤘습니다. 전체 개혁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대공업무 폐지 문제를 먼저 짚은 겁니다.

 

이날 TV조선의 톱보도부터 8번째 보도는 모두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북한 미사일로 일단 겁을 주고, 이 와중에 대공 업무를 폐지한다고 한탄하고, 이후 국정원 개혁안을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보도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보도는 앵커의 “국가정보원이 대공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넘기고 대공 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정치 개입을 비롯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는 취지인데, 야당은 대공 수사가 크게 허술해져 안보를 포기하는 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 역시 보도 내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아야 할 경찰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대공수사 약화 우려가 나옵니다” “제3국으로 우회하는 대남공작에 취약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됩니다”라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보도는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수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안보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발언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최근에 북한의 대남 간첩 공작은 해외를 우회해서 하는 제3국 우회 침투 공작이 다발하고 있는데”라는 발언을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도 내내 대공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의견만을 전한 것이지요. 


이날 TV조선은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 씨의 “지금도 변하지 않은 북한을 경계해야한다”는 발언을 21번째 보도 <“북한은 변하지 않았다”>(11/29 https://goo.gl/LUDf2X)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김현희 씨의 이런 발언을 국정원법 개정안 보도를 내놓은 당일 전한 방송사도 TV조선과 채널A 뿐입니다.

 

 

채널A, 관련보도 바로 뒤에 ‘북한 도발 우려’ 보도 배치
채널A도 비슷합니다. 채널A가 내놓은 국정원법 개정안 관련 보도 <‘간첩’ 빼고…‘대외안보정보원’으로>(11/29 https://goo.gl/8rJ5q7)는 이날 9번째로 소개되었는데요. 이 보도 앞에 배치된 8건의 보도는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소식(6건)이거나 북한 귀순 병사 관련 소식(2건)으로, 모두 북한 관련 이슈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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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한 뒤 곧바로 북한의 사이버 테러 가능성을 점친 채널A(11/29)


대공수사권 폐지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을 선별하여 소개했다는 점도 TV조선과 같았습니다.

 

먼저 앵커는 “국가정보원이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또 간첩수사를 외부 기관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국가정보원 법을 고쳐야 하는 일인데, 보수 야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내놓았고요.

 

기자는 “대공수사권 등 국정원이 보유한 모든 수사권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관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는 설명 뒤에 “보수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정

 

용기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수집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 안보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준 뒤 “간첩 상당수를 국정원이 검거하는데 섣부른 개편이 안보 공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라며 한국당 측 주장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대공수사권 폐지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단 한 줄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널A는 이 보도 바로 뒤에 <KAL기 테러 30년…이제 사이버 테러>(11/29 https://goo.gl/UZ9jQ4) 보도를 배치했는데요. 김현희 씨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큰 국제대회를 열 때마다 북한은 늘 대형 도발을 감행해 왔”다며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걱정”이라는, 보다 노골적인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이 보도에는 앞서 TV조선의 대공수사권 폐지 관련 보도에 등장한 바 있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림픽 중에 전기가 나가 버리면 모든 시스템이 마비되거든요.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쪽을 노려서 사이버테러를 감행하면”이라는 발언입니다.

 

결국 이날 채널A는 ‘북한 미사일 발사’→ ‘북한 귀순 병사 소식’→‘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결정’→‘북한 사이버테러 가능성 지적’ 순으로 뉴스를 구성한 것이죠.


보도는 “국정원, 국방 사이버사령부와 기무사가 댓글 공작으로 손발이 묶여 있어 제대로 감시와 대응이 이뤄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기까지 합니다. 사실상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결정과 댓글 수사가 모두 안보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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