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하는 ‘2017 KLPGA 대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이정은 선수는 대상, 상금왕, 평균 타수상, 다승왕, 인기상, 베스트플레이어까지 모두 6개 부문의 트로피를 휩쓸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TV조선의 보도가 좀 이상합니다.

여자프로골프선수 시상식에서 퍼팅보다 드레스에 초점
문제의 보도는 <퍼팅만큼 빛나는 드레스>(11/27 https://goo.gl/ae4vyh)입니다. 제목부터가 다른 무엇도 아닌 드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골프여신들의 '우아한 변신'…이정은 6관왕>으로, 이정은 선수의 6관왕 사실보다 ‘우아한 변신’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보도 내에서도 반복됩니다. 앵커는 “한국여자프로골프 시상식은 이정은이 휩쓸었습니다. 최초로 6관왕을 달성했습니다”라고 말하며 기자에게 마이크를 넘기는데요. 정작 기자의 첫 멘트는 “고교생 골퍼 최혜진은 귀여운 요정을 연상케하는 분홍색 화사한 드레스를 선택했습니다. '별들의 축제' KLPGA 시상식. 한껏 치장한 골프여신들의 옷차림은 개성만큼이나 다양했습니다”입니다. 이어지는 기자 멘트도 “고전미를 선택한 '한복파'부터 우아함을 뽐낸 '드레스파'. 그리고 세련미의 '정장파'까지. 의상 콘셉트는 퍼팅만큼이나 신중하게 골랐습니다”입니다. 

TV조선은 이 뒤에는 ‘의상 컨셉’에 대한 질문에 “선녀” “귀여움”이라고 답하는 박보미 선수와 최혜진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그래도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지한솔 선수의 “배가 너무 고파요. 드레스 입으려고 관리를 했는데”라는 발언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시상식 소식을 전하는 총 1분35초짜리 보도에서, 앵커멘트 제외 도입부 45초 이상이 ‘드레스 컨셉’과 ‘몸매 관리’ 이야기로 채워진 셈입니다.

정작 이정은 선수가 6관왕을 달성했다는 정보는 보도가 시작된지 56초가 흘러서야 나오는데요. 그나마 상금과 평균타수, 승리횟수, 대상 포인트 등의 ‘성적’은 8초가량 노출된 한 컷의 자료화면으로만 처리하고 있습니다. 

△ 한국여자프로골프 시상식 소식을 전하며 보도 내내 여성 골프 선수들의 옷차림을 소개한 TV조선(11/27)

‘섹시’ ‘우아’ 키워드와 함께 소비되는 여성 프로 선수들
여성 프로 선수들의 소식을 전하며 유독 외모, 복식 등을 부각하는 이러한 행태는 사실 골프만의 문제도, TV조선 한 언론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실제 포털 뉴스에 ‘골프여신’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섹시’ ‘흰 드레스’ ‘우아한 변신’ 등의 의상 관련 키워드와 함께 엮여 있는 여성 골프 선수 관련 보도를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성 선수와 관련해서는 이런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골프 남신’ 등의 키워드를 치면 프로골퍼 역을 맡은 연예인의 소식 정도가 나올 뿐입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관련 시상 보도 역시 남성 골퍼들의 의상이나 몸매에 대한 소식을 보도 전면에 부각하여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TV조선 등이 내놓은 이러한 보도를 단순히 프로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의 보도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이러한 사회적 맥락 때문입니다. 

인권보도준칙은 제4장 성 평등 조항을 통해 언론이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표현”은 “물론 사람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성을 상품화하는 보도”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영상을 소개하는 유튜버가 아닌 보도를 제작하는 언론인이라면, 왜 이런 조항이 제정되었는지 등을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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