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사건 보도 속 CCTV 활용, 이대로 좋은가
등록 2017.11.28 09:58
조회 460

최근 방송사들은 사건사고 보도에서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대거 활용하여, 범죄가 발생하는 그 순간의 범행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주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폭력 등 비인간적 행위를 ‘직접’ 보여줄 경우 사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손쉽게 이끌어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자 혹은 혐의자의 ‘악행’을 선정적으로 전시하고, 비난의 대상을 설정하는 이러한 보도가 사회 전반의 이익과 언론 윤리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CCTV 활용한 범죄 묘사에만 집착
‘범죄 묘사’에만 집착하는 이러한 우려스러운 사건사고 보도 행태는, 최근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 보도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최근 인천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상습 학대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해당 교사가 경찰에 입건되자 SBS, JTBC, 채널A, MBN은 관련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했습니다. 그러나 관련 보도는 CCTV 영상을 앵커와 기자의 코멘트를 달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실제 SBS <밀치고, 밥 빼앗고…또 어린이집 학대>(11/26 https://goo.gl/mZuDCw)는 어린이집 교사가 두 살배기 어린이를 발로 밀치는 CCTV 화면을 20초 넘게 자료화면을 통해 노출했습니다. 영상의 길이 자체는 짧지만, SBS가 이 화면을 무려 3회차에 걸쳐 반복하여 보여준 영향입니다. 


채널A <차고 밀치고…>(11/8 https://goo.gl/ZTNft3)는 이 CCTV 영상을 30초가량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며, 여기에 “수건으로 바닥을 닦던 어린이집 교사가 어린이를 발로 찹니다. 발길질은 2번이나 더 이어지고, 결국 어린이는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잠든 어린이를 깨우며 이불을 강하게 낚아채는데요. 누워 있던 어린이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40대 보육교사가 2살 여자 어린이를 학대하는 모습”이라는 상세한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MBN <발로 차고 또 차고>(11/26 https://goo.gl/MYMtwN) 역시 “보육교사가 탁자를 앞으로 당기더니, 바닥을 닦으러 가면서 아이를 발로 찹니다. 차고 또 차고, 이번엔 밀어버립니다. 갑자기 당한 아이는 넘어져 웅크린 채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습니다”라는 식의 설명과 함께 학대 장면을 보여주었는데요. 총 1분47초짜리 보도에서 학대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는 시간만 1분이 넘습니다. 사실상 앵커 멘트와 보육교사 입장을 전하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상에서 범행 장면을 보여준 셈입니다. 


JTBC의 경우 이 사안을 <뉴스브리핑>(11/8 https://goo.gl/SQbtpH)에서 단신으로 전하며 학대 장면을 담은 CCTV 영상을 10여초간 보여주었습니다. 


MBC의 경우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유명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을 바늘로 찌르고, 정체 불명의 약을 먹이는 등의 학대를 일삼았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중국도 잇단 어린이집 학대에 ‘발칵’>(11/25 https://goo.gl/Wfscoe)을 통해 전했는데요. 이 보도 역시 학대 당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K-013.jpg

△보육교사가 어린이를 발로 밀치는 CCTV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반복하여 보여준 SBS(11/26)

 

 

사건사고 보도에 있어 언론의 책무 다시 고민해야
그러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6조(생명의 존중)은 “방송은 불가피하게 인신매매, 유괴, 성매매, 성폭력, 노인 및 어린이 학대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묘사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도 “방송은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묘사는 시청자에게 충격과 불안감,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차가해와 모방범죄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 항목은 언론이 범죄사건을 보도함에 있어서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는 대신’ “사건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을 진단하고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정책 변경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범행 순간의 CCTV 영상 보여주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건사고 보도 제작을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8~2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70928_617.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