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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보 논란’에 대한 민언련의 입장11월 9일 민언련은 <중앙일보 오보, 받아쓰고 모른척하면 끝?>(https://goo.gl/MxiPqN)에서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된 보도는 중앙일보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11/7 https://goo.gl/SKRQV3)입니다. 보도는 댓글사건 수사 중 투신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를 찾은 “한 현직 지청장”이 검찰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습니다. 민언련은 중앙일보의 보도가 다른 언론에 얼마나 인용되었는지 살핀 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드는 빌미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었음을 짚었습니다.
또한 CBS 노컷뉴스에서 현직 지청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보도를 내놓은 뒤, 중앙일보가 온라인 송고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처럼 아무런 고지 없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슬쩍 고치는 언론사들의 관행을 지적했습니다. 민언련은 이 내용을 보고서로 발표한 것은 물론 김언경 사무처장이 출연한 CBS 노컷뉴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도 전했습니다. 또한 이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씨도 중앙일보의 오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디어오늘은 <중앙일보는 왜 고 변창훈 검사 빈소 기사를 수정했나>(11/14 https://goo.gl/JRnArZ)에서 중앙일보의 보도가 오보가 아니었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민언련은 항상 최대한 신중하고 정확하게 언론 모니터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잘못된 지적이나 표현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정정했습니다. 따라서 민언련은 기존 보고서를 정정해야 하는지 검토했고, 그 결과 아래와 같이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민언련이 중앙일보 기사를 오보라 판단한 근거
먼저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겸 민언련이 중앙일보 기사를 오보라 판단한 근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노컷뉴스 <Why 뉴스/국정원 관련 수사는 왜 죽음으로 이어지나?>(11/9 https://goo.gl/qyKVDu)에서 권영철 CBS 선임기자는 “취재해보니 이 현직 지청장은 박기동 안동지청장인데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지청장이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너희들이 죽였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이 확인했다” “박기동 지청장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현장에 있었던 문무일 총장도 ‘박 지청장이 술에 취한 건 맞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대검 간부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답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어떤 공식적 반론도 코멘트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중앙일보는 노컷뉴스 보도가 나온 이후 보도의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노컷뉴스 보도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9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사이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4시 중앙일보는 보도 제목을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에서 <변 검사 지인 “너희들이 죽였다”>로 바꿨습니다. 기사 내용은 “그때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에서 “그 즈음에 빈소 한켠에서 ‘너희들이 죽였다’는 소리가 들렸다”로 바꿨습니다. 이러한 수정은 명백히 지청장이 발화 주체라는 사실을 지우기 위한 것입니다. 이에 민언련은 중앙일보가 노컷뉴스 보도 이후 자신들의 오보를 인정하여 온라인 송고 기사를 수정한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민언련이 중앙일보가 오보를 내지 않았다고 정정할 수 없는 이유
미디어오늘이 중앙일보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며 기술한 보도 원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해당 기사는 오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팩트와 사실에 근거해서 쓴 것”이라며 “팩트나 사실이 틀려서 수정한 게 아니라 기사 의도와 달리 특정인에게 과한 피해를 끼칠까 우려돼서 수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중앙일보 7일 기사에는 현직 지청장이 특정돼 있지 않았다. 특정했을 경우 검찰 내부 분위기보다는 특정인을 겨냥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사가 퍼지면서 현직 지청장이 누구인지 특정됐고 당사자의 ‘억울하다’는 입장이 보도됐다. 이후 중앙일보는 기사를 수정했다. 이는 당사자와 중앙일보의 조율 과정을 거친 결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기사 수정 이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당사자 역시 법적대응을 거론하고 있지 않은 것도 조율과정의 결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의 기사에는 박 지청장이 검찰총장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라는 말을 했다는 어떤 결정적 증거도 없습니다. 매우 애매한 중앙일보 측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해주면서, 그런 중앙일보 측 주장이 백 퍼센트 ‘팩트’라고 확신하고 이것을 믿으라고 전하는 식입니다. 민언련은 이 기사만으로 정정 보도를 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미디어오늘 보도가 나간 14일부터 21일 현재까지 중앙일보, 노컷뉴스, 미디어오늘의 추가보도가 있는지 지켜봤습니다.
오보는 언론사로서는 매우 치명적인 모욕입니다. 따라서 오보가 아님에도 오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경우, 대부분 언론사는 입장표명이나 대응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찌된 사정인지 지금까지 그 어떤 언론사도 이에 대한 공식적 반응이나 정정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언련은 근거제시가 매우 부족하며 일방적으로 중앙일보의 주장만을 믿으라는 식의 미디어오늘 기사만 믿고 보고서를 정정하고 사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민언련은 기존 민언련 보고서 속 ‘중앙일보 오보’라는 표현을 ‘중앙일보 오보 논란’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중앙일보에게 묻는 질문
민언련은 이번 지청장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과는 별개로 중앙일보의 애매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는 미디어오늘 기사를 통해 “특정인에게 과한 피해를 끼칠까 우려돼서 (기사를) 수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수십 건에 달하는 자사 보도에 대한 인용 보도가 이미 나온 상황에서, 별도의 기사를 통해 내용을 정정하거나 고지하지 않고 원 기사만을 조용히 수정해버리는 방식으로 정말 ‘특정인에 대한 과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중앙일보의 행보는 ‘이 사안에서 중앙일보의 책임을 지우고 싶을 때’나 보일법한 무책임한 것이었습니다.
중앙일보가 정식 대응 없이 미디어오늘을 통해서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 말대로라면 현직 지청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지청장을 보호하기 위해 슬쩍 기사를 수정해줬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주장이 진정성있게 들리려면 최소한 끝까지 침묵을 지켰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뒤늦게 ‘오명’을 벗겠다며 미디어오늘에 ‘현직 지청장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은 맞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기사 수정으로 인한 ‘현직 지청장 보호’ 의도는 사실상 무력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또한 박 지청장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기사를 수정해주는 것이 적절한지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박 지청장이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그가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면 기사는 마땅히, 공개적으로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박 지청장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앙일보가 이번 발언의 사회적 의미나 그 파장, 사실관계여부 보다 이 기사로 인해 박 지청장이 입을 피해만을 고려하여 기사를 수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 지청장의 해당 발언은 검찰의 국정원 수사 자체를 흔드는데 이용되었고, 검찰 내부의 반발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으로 언론에 회자되었습니다. 중앙일보가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오보가 아님에도 ‘사실관계를 얼버무리는 방식’으로 수정해줬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민언련은 ‘당사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라면 사실관계를 숨기는 기사 수정을 불사’하는 것이 언론의 관행이나 배려라는 말로 포장될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봅니다. 현직 지청장이 아니라 필부필녀였더라면 오보도 아닌데 중앙일보가 제목과 내용을 다 수정해주었을지도 되묻고 싶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대한 아쉬움
미디어오늘은 “노컷뉴스가 오보인 것이 맞고, 중앙일보가 오보로 알려지고 있는데 오보가 아님은 알려야”한다고 판단해서 관련 보도를 냈다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미디어 전문지의 특성상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중앙일보가 오보가 아니라는 점만 전달했을 뿐,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중앙일보의 행태에 대한 문제점은 전혀 짚어보지 않았으며 중앙일보가 왜 오보가 아닌지 근거마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게다가 미디어오늘은 “오보라고 비판한 곳 중 중앙일보에 ‘크로스 체크’를 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는 중앙일보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으며, 여기에 “실제 민언련과 ‘김어준의 뉴스공장’ 모두 취재 없이 노컷뉴스 보도만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청장이 부인했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했던 셈이다”라는 기자의 평가를 덧붙였습니다.
민언련의 언론 비평은 기사를 통해 명시된 내용을 근거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것이며, 보도 모니터는 이면 합의가 아닌 송고된 기사를 대상으로 이뤄집니다. 또한 이번 사안의 경우 노컷뉴스 보도에 대해 중앙일보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사 주장의 핵심을 번복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정황에서 민언련은 중앙일보의 입장을 크로스 체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언련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후속보도가 나와 정정할 사안이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