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핵발전소 안전 문제, 시민 불안감 대변한 손석희 앵커
등록 2017.11.17 17:05
조회 748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핵발전소 안전 문제가 다시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원전업계는 현재 건설된 핵발전소는 규모 6.5에서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되어 있다며,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지진이 언제고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핵발전소 안전에 대한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각 방송사는 지진 이후 핵발전소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지진 당일, 지상파 3사 ‘안전 이상무’ 강조
지상파 3사는 지진 당일인 15일에는 한수원 측 발표를 인용하여 ‘문제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보도만을 내놓았습니다. 핵발전소 관련 우려를 소개하거나, 대형지진의 가능성과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연관시키는 보도 역시 없었습니다.


KBS <원전 가동 이상 없다…“예의 주시 중”>(11/15 https://goo.gl/YL2PQL)은 “지진 발생 직후 월성원전에선 감지경보가 발생했지만, 수동정지 기준인 0.1g에는 미치지 않았”고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는 0.2g로 원전 부지의 지진 강도로는 6.5 수준이며, 신고리 3,4호기부턴 7.0으로 보강”되었으며 “월성 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진앙지에서 88에서 277킬로미터까지 떨어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MBC <“원전 24기 정상 작동”…한때 통신장애>(11/15 https://goo.gl/avZnBJ)도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 “해당 원전들은 대부분 지진 규모 6.5에서 7.0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가 돼 있”다며 한수원 측이 “비상근무를 통해 방사능 유출 여부와 설비 안전성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라 알렸습니다. 


SBS <원전도 흔들…“정상 가동 문제 없다”>(11/15 https://goo.gl/VAyBfc)도 “월성 원전을 포함해 진앙에서 89km 떨어진 고리 원전, 새울 원전, 108km 떨어져 있는 한울 원전 등 전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현재 16기인데, 한수원은 이들 모두 정상 운전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국내 원전들은 신고리 3, 4호기의 경우 규모 7.0까지, 나머지 원전들은 규모 6.5까지 견디도록 설계돼있”음을 전했습니다. SBS의 경우 월성 1호기에서 비상 감지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MBC는 16일에도 ‘공방’ 보도로만 처리
지상파3사가 추가 강진 가능성과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함께 엮어낸 보도를 내놓은 것은 16일입니다. 대체로 원자력계와 환경단체의 주장을 ‘공방’ ‘논란’ 등으로 나열하여 보여주는 보도였습니다. KBS <“내진 보강 시급” vs “원전 안전 입증”>(11/16 https://goo.gl/2YmmAJ), MBC <원전 안전성은?…탈원전 논란 재점화>(11/16 https://goo.gl/bWdF4a), SBS <불안안 한반도 지진 도미노?>(11/16 https://goo.gl/mTeqz7) 등입니다. 


다만 차이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MBC는 이런 한 건의 공방보도 내놓은 것이 전부였던 반면, KBS는 <막대한 에너지 방출…지각 ‘불안정’>(11/16 https://goo.gl/TNZJYZ)을 통해 지진 위험지대와 핵발전소 위치를 함께 살펴보며 “아주 가까이 있는 것도 있고 살짝 걸쳐있는 건가요. 원자력발전소들도 지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SBS는 <더 이상 안전지대 아니다…“규모 6 가능”>(11/16 https://goo.gl/7N2kS5)에서 “잇따른 지진으로 ‘단층대 위 원전을 놔둬야 하느냐’는 논란이 커지면서, 노후 원전이라도 서둘러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음을 했습니다. 나아가 “원전을 짓기 시작하던 1970년대 단층에 대한 조사가 부족”해 “지진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 주변에 핵발전소가 몰려 있게 되었다는 점 역시 짚었습니다.  

 

 

JTBC 손석희 앵커 “약간 좀 불안해지는데요”
종편은 어땠을까요? 우선 JTBC는 끊임없이 괜찮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포항 지진’ 우려했던 이진한 교수>(11/15 https://goo.gl/TyHcKd)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그러면 지금 24기 원전 가운데 한 기만 7까지 견딜 수 있고 나머지는 6.5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5.8에서 6.5는, 물론 지금 말씀하신 것에 따르면 굉장한 차이가있는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수치로 보면 자꾸 불안해져서…어떻게 보십니까?”라는 질문을 했고요. 이에 대해 이진한 고려대 지질학과 교수는 “보통 성능지진하면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게 7.0 이상을 보통 견딜 수 있게 합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앵커가 시민들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전문가가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정리해준 셈입니다. 


다만 ‘무조건 안전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내지는 않았는데요. 이 교수는 이 뒤에 “과거에 70년대, 80년대 기준으로 설계를 한 원전들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해서 다시 지금 연구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5년 후면 이게 지금 과거에 했던 설계 기준이 흡족하다 하면 그대로 가는 거고 만약에 이게 부족하다 하면 그때 가서 내진 보강을 다시 해야 할 겁니다”라는 답변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한수원 “지진 영향 없어…원전 정상작동”>(11/15 https://goo.gl/ghVBqV)에서도 손 앵커는 월성 1호기 비상 감지 소식을 전하는 기자를 향해 “약간 좀, 뭐랄까요. 불안해 지는데”라는 반응을 내놓으며 “원전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만. 왜냐면 지금 다른 전문가들이 많이 얘기하기를 지금 규모보다 강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앞으로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전체 원전의 내진 설계가 어느 정도입니까? 그러니까 규모로 따지면 듣기로는 7.0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맞습니까?”라고 질문을 재차 내놓았습니다. 지상파가 당일에 하지 않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강한 지진의 가능성과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함께 짚은셈입니다.

 

이에 대한 기자의 답변은 “국내 원전 24기는 모두 내진 설계를 갖추고 있는데 신고리 3호기만 규모 7.0을 견딜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6.5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원전 안전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을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보강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입니다. 언론이 나서서 현 상황에 대해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단언을 하는 대신 대중 일반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동시에 정확한 현 상황을 소개하는 방식의 인터뷰를 반복한 셈입니다.  

 K-050.jpg

△월성1호기 비상 감지 사실과 한수원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모두 전해들은 뒤 ‘불안해진다’고 반응한 손석희 앵커(11/15)

 


채널A도 더 큰 강진과 핵발전소 안전문제 엮어 언급
JTBC만큼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큰 지진과 핵발전소 가동 문제를 엮어 언급하고, 이에 대한 ‘걱정’을 표한 것은 채널A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전 24기 모두 이상 없다”>(11/15 https://goo.gl/G54Hs6)는 한수원 측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이 앞 보도 <여진…얼마나 더 발생?>(11/15 https://goo.gl/k7Et68)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공포감이 큰데요. 우리나라 원전,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이 “작동 계속 됐으니까 우리나라 원전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여주었고요. 이 상황을 바라보던 앵커 역시 “네. 큰 걱정 없다는 말씀을 주시긴 했습니다만, 지진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기도 한데요”라는 멘트를 덧붙였습니다. 

 

 

MBN, ‘핵발전소 밀집 지역’ 문제 반복 거론 
MBN은 이틀 내내 포항이 핵발전소 밀집지역임을 강조했습니다. 실제 <“원전 이상 없어”>(11/15 https://goo.gl/L3fTzA)에서 김주하 앵커는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인근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데요”라는 멘트부터 내놓았습니다. 기자 역시 리포트 말미 “원전 밀집 지역인 경북은 지난 9월 상주에 이어 5.0 이상 지진이 벌써 두 번째 발생하면서 원전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다음날 <‘33배’ 견딘다>(11/16 https://goo.gl/vDTUdE)는 제목에서나 기사 내용에서나 “(핵발전소가) 규모 5.4였던 이번 포항 지진보다 에너지가 대략 33배 넘는 큰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것”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의 직접적 원인인 해일에 대해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보도 말미에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몇 년 새 잇따르면서 해당 지역에 밀집된 원전에 대한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다시 밀집 원전 문제를 짚었습니다. 

 

 

TV조선은 시민 우려 전한 뒤 ‘이번에도 안전했다’ 강조
TV조선의 보도는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센서가 즉각 감지…“모든 원전 정상”>(11/15 https://goo.gl/yzAU3K)은 먼저 “규모 6.1의 지진에, 노후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합니다. 영화 속 얘기이긴 하지만, 섬뜩합니다.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지진해일 때문입니다. 땅이 울릴 때마다,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라는 멘트를 내놓은 뒤 시민의 “원전이 이 근처에 있는데 지진나면은 제일 크게 걱정해야하는게 원전이잖아요, 걱정이 조금”이라는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뒤에 이어지는 리포트 내용은 “다행히도, 이번 역시 원전은 무사했습니다. 월성 원전 외에도, 울진 한울 원전, 영덕 신월성 원전 등, 국내의 원전 24기가 모두 정상 가동중” “국내 원전은 발전소 바로 아래서 지진이 생겨도, 규모 6.5~7.0을 견뎌낼 수 있고, 공사가 재개된 신고리 5·6호기는 내진 성능을 7.4까지 끌어올렸습니다”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는 했지만, 결국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죠.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15~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71117_59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