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MBC, 또 보도에서 김장겸 주장 대리 낭독
등록 2017.11.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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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MBC사장 해임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었으나 김 사장의 불출석으로 정회했습니다. 이날 김 사장은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했으나 항의하는 노조원들을 향해 “회의에 참가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그냥 돌아갔으며, 이후 자신의 해임사유를 부인하는 ‘사장 해임 사유에 대한 소명서’를 방문진에 제출했습니다. 방문진은 오는 10일 이사회를 한번 더 열고 해당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9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한 것은 KBS와 MBC뿐입니다. 이 중 MBC의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10일로 연기>(11/8 https://goo.gl/2Z9vGQ) 보도는 35초짜리 단신인데요. 놀랍게도 이 짧은 시간동안 MBC는 무려 ‘노조탓’과 ‘MBC 사측 입장 낭독’을 모두 해냈습니다. 

 

 

김장겸 ‘노조 탓’ 그대로 읽어
해당 보도에서 앵커는 “방송문화진흥회는 MBC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오는 10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한 뒤 “당초 방문진 이사회는 오늘 김 사장의 소명을 듣고 해임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방문진을 찾은 김 사장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출석을 하지 못하자 날짜를 미뤘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김 사장의 불출석 원인으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거센 항의’를 꼽은 것이죠. 


또 앵커는 이렇게 김장겸 사장 측 입장을 읊은 뒤 “이에 대해 문화방송은 성명을 내고 ‘언론노조원들이 막말과 욕설을 하면서 김 사장의 출석 소명을 막았다’며 ‘언론노조의 폭력적 행위가 아무런 법적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출입을 저지당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돌아간 것일 뿐입니다. 실제 당일 현장에서는 언론사 취재진 수십 명과 6~7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각종 탈법 불법 행위에 대해 질문을 했을 뿐 김 사장의 회의장 출입을 물리적으로 막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오히려 회의장까지 가는 통로를 터서 만들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김 사장은 바로 ‘몇 발자국’을 남겨놓고 그냥 돌아가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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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겸 MBC 사장 이사회 불출석 소식을 전하며 노조 탓을 한 김 사장 측 입장을 낭독해준 MBC(11/8)

 

또한 방문진은 이후 노조 집회가 마무리된 시점에 김 사장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노조’가 문제일 뿐, 이사회 참석 의지는 있었으면 얼마든지 출석할 수 있었지만 김 사장은 이러한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결국 김 사장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사회 불출석 책임을 노조 조합원들에게 떠넘겼고, MBC는 이런 김 사장 측의 일방적 주장을 보도를 통해 대리 낭독한 셈입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는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MBC가 지키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규정이긴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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