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산업재해 신청, 보도가 없다반도체․전자부품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중증질환을 얻은 직업병 피해자 5명이 31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이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인정 기준을 즉각 개정해 반복적인 직업병 피해에 대해 오랜 조사와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즉각 산재인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집단 산재 신청은 반올림이 2008년 4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산재 신청을 시작한 이래로 13번째입니다.
우선, 31일 이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비단 방송 저녁종합뉴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신문의 경우 한겨레만이 11월 1일자 13면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자 7명 산재 신청>(11/1 조일준 기자 https://goo.gl/p1XzLG)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그 외 신문은 모두 이 소식을 외면했습니다.
한겨레를 제외하고 11월 2일 오전 10시 기준, 관련 보도를 온라인에라도 송고한 매체는 연합뉴스 <반올림, 반도체공장 생산직 노동자 5명 산재 신청>(10/31 https://goo.gl/b8whQA), 미디어오늘 <삼성·SK 난치질환 피해노동자 5명 집단 산재 신청 제기>(10/31 https://goo.gl/ixQJ3m), 매일노동뉴스 <반올림,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5명 산재 신청>(11/1 https://goo.gl/jDTkjw), 오마이뉴스 <은영씨가 삼성 보상 거부하고 산재신청 한 이유>(11/1 https://goo.gl/snFRou) 4곳 뿐입니다.
관련 이슈에 대한 언론의 미보도 풍조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시점, 이러한 보고서를 내놓는 이유는 이후 예정된 일정에 대해서 언론이 같은 태도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11월 9일에는 반올림 결성 10주년을 맞아 ‘반올림 10년, 대토론회’가. 16일에는 강남역 인근 반올림 농성장에서의 ‘삼성규탄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숨지고,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의 투쟁으로 삼성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일부 피해자들의 산재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소중한 것이지만 동시에 기울인 ‘고생’에 비해 너무나 미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침묵하거나 혹은 삼성 등의 기업 입장 받아쓰기에만 매진해 온 언론은 이런 더딘 변화에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기사 장사꾼이 아닌 언론사, 영업사원이 아닌 기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31일~11월 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