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설전’․‘공방’ 보도로 고영주 막말․기행 감춘 KBS․MBC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2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온갖 막말과 기행을 선보였습니다. 고 이사장은 2015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나라가 적화되고 있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고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우리나라는 적화되는 길을 갔을 것”이라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또 고 이사장은 이날 국감을 보이콧 중인 자유한국당 의총장을 찾아 연설을 하는 기행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 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무슨 문제가 되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고 이사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도 이사장직에서만 물러나겠다며 “지난번 민주당에서 언론장악 문건이 발견됐다. 상당히 인위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거기에 순응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MBC가 공영방송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이라는 정의를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KBS는 ‘희생양 고영주’ 이미지 부각
고 이사장의 이런 ‘활약상’은 7개 방송사 27일 저녁종합뉴스에서 모두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전달 수준과 보도 논조는 방송사별로 크게 달랐습니다.
먼저 KBS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고 이사장에게 ‘심한 질문’ 혹은 ‘지나친 압박’을 하고 있고, 고 이사장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보도를 구성했는데요.
실제 <한국당 불참 국감 파행…복귀 촉구>(10/27 https://goo.gl/dYQeiS)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고영주 이사장에게 집중 공세를 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민주당 김성수 의원의 “고영주 이사장에게 질문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과대망상이란 얘기를 쭉 했고요”라는 발언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의 “자발적으로 사퇴하고, MBC 사장님도 물러나도록 권고하시는 게 타당하지 않은가요?”라는 질문을 먼저 보여주었고요. 여기에 이어 “고 이사장은 다음 달 2일 이사장직에서는 물러나겠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라며 고 이사장이 침착하게 “내 비리가 없다는 거를 명백히 밝히고 해명이 되기 전에는 (이사직은) 절대로 안 물러납니다”라고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후 맥락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날 국감에서 쏟아져 나온 고 이사장의 막말과 기행 역시 전하지 않은 것이지요. 때문에 이 보도만 보면 고 이사장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의원들에 의해 고초를 겪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MBC는 ‘한국당 행보 감싸기’부터
한국당 사생팬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던 MBC는 <‘반쪽’ 국감…여당․방문진 ‘충돌’>(10/27 https://goo.gl/rTCT4s)에서 여전한 보도행태를 자랑했습니다. 보도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 대신 국회 앞 계단에 모여,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비판한다며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방문진 보궐 이사 선임을 강행한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촉구결의안과 임 방문진 이사 2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제출”했다며 한국당의 행보를 상세히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은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에 동조하지 않았지만, 국감 파행의 책임이 여당에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라며 국감 파행의 책임이 한국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방문진 국감 소식은 한국당 행보를 충분히 소개하고 변호한 이후에야 등장하는데요. “방문진 국감에서 여당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면서 거친 설전도 벌어졌습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MBC가 보여준 것은 신경민 민주당 의원과 고 이사장의 “상식을 좀 갖고 하세요. 그리고 지금 어디 위원장한테 같이 지금 맞짱을 뜨는 거야?” “아니, 증인으로서 내가 못한 게 뭐 있어요? 증인이 대답을 안 했나, 왜 시비를 겁니까? 회의나 진행하세요” “전혀, 전혀 상식이 없구만” “상식 있는 분의 말씀이 그런가요?”라는 ‘알맹이 없는 싸움’의 양상이었습니다.
고 이사장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말하지 않고 ‘싸움’이 있었다고만 전달한 것이지요.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대신 그저 ‘국감은 무용한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만 품게 하는 보도였던 셈입니다.
TV조선은 ‘맞짱 고영주’ 캐릭터 띄워
TV조선은 아예 고 이사장을 ‘맞짱’을 뜨는 ‘투사’로 묘사했습니다. TV조선의 관련 보도 <서로 “똑바로 하세요” 맞고함>(10/27 https://goo.gl/wJyqCr)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부터가 <고영주, 국감서 온종일 여당과 맞짱…“똑바로 하라” 맞고함>입니다.
보도 내용상으로도 TV조선은 끊임없이 ‘싸움’이 벌어졌다는 점을 부각하며, 사실상 고 이사장이 실제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인물인지, 애초 왜 이런 싸움이 나게 된 것인지 맥락을 철저히 은폐했는데요. 보도에서 앵커 멘트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여당 의원들과 종일 논쟁을 벌였습니다. 서로에게 똑바로 하라고 고함을 쳤고 사퇴 요구엔 ‘물러나지 않겠다’고 맞섰습니다”이고요.
리포트에서도 기자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설전을 벌입니다” “신 의원은 점심 시간에 한국당 의총장에 다녀온 고 이사장을 질책합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신경민 의원과 고 이사장이 “똑바로 해요 똑바로 해. (고 이사장) 똑바로 하세요” “똑바로 하세요”라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감을 거부하는 정당 의총에 기관 증인이 연사로 출연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처신임에도, 이러한 지적은 일체 나오지 않아 이 보도만 보면 마치 민주당 측이 고 이사장에게 억지로 트집을 잡는 것처럼 보입니다.
△ 국감장에서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황당한 답변’들을 여당 의원들 공세에 대한 ‘반박’으로 포장해 전달한 TV조선(10/27)
이어지는 ‘설전’ 내용과 이에 대한 기자의 코멘트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고 이사장의 “문재인 대통령께서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되는 길을 갔겠지요”라는 황당한 발언에 대해 TV조선 박지호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 관련 발언도 논란을 빚습니다”라는 ‘담백한’ 설명을 덧붙였을뿐입니다. 또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MBC 사옥 무단 매각 의혹에 대해 “그것은 곧 사기행각이나 마찬가지에요”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고 이사장은 “아무리 국회에서의 발언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의혹을 제대로 반박한 것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비난하며 대답을 피해간 이 상황을 박지호 기자는 무려 “MBC 사옥 무단 매각 의혹도 반박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지호 기자는 “여당은 답변 태도를 문제삼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신경민 의원이 고 이사장에게 “아침부터 앉는 태도 자체가 불량해요. 답변도 그렇고 그 옆에 계신 분들 보고요 좀 비슷하게 앉으세요”라고 지적하는 모습과 이에 대해 고 이사장이 “위원장이면 그렇게 증인 인격 모독해도 되나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연이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의원들이 고 이사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고, 이런 공세에 고 이사장이 얼마나 ‘당차게 대응했는지’를 보도 내내 보여준 것이죠.
채널A․MBN도 ‘설전’ ‘고성’ 앞세워
MBC와 채널A도 한국당의 보이콧 상황과 국감장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채널A는 <의원 향해 “똑바로 하세요”>(10/27 https://goo.gl/7L37Rn)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X자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 채 피켓 시위에 나섰”다는 점을 소개했고요. 방문진 국감에 대해서는 “고영주 이사장과 여당 의원들간 삿대질과 고성으로 난장판” “‘똑바로 하라’는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낯뜨거운 장면”이라는 설명과 함께 민주당 의원들과 고 이사장의 ‘다툼’ 장면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는 일체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MBN도 <보이콧에 ‘반쪽 국감’>(10/27 https://goo.gl/7G4vnh)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이 아닌 국회 본청 앞에 마스크를 쓴 채 팻말을 들고 모였”다는 점을 전한 뒤 “국정감사 불참 원인이 된 과방위에선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민주당 의원들 간 설전이 계속됐다” “국감 증인인 고 이사장이 식사시간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것을 놓고도 고성이 오갔”다는 등의 설명을 덧붙였는데요. ‘설전’이라는 평가 이상의 해석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SBS․JTBC는 ‘고영주 막말․기행’에 초점
반면 SBS와 JTBC는 고 이사장 발언의 문제점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단순히 싸움의 양상만 나열하여 보여줄 경우 양쪽에 모두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으니, 누가 문제를 일으켜서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는지를 정확히 짚어 주여주는 식입니다. 이를테면 SBS의 <또 ‘적화’ 발언…한국당 의총 참석도>(10/27 https://goo.gl/kQgAkU)는 아예 앵커 멘트부터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장에서 고영주 이사장의 말과 태도가 논란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는 식의 발언을 또 한 번 했고, 점심시간에는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도 참석하기도 했습니다”입니다.
JTBC <고영주 “이사장직만 사퇴”…‘막말’ 발언도>(10/27 https://goo.gl/R6VMxn) 보도 역시 기자가 ‘설전’ 상황에 대해 “국감장에 나온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공영방송이 뭔지 모른다는 등의 상식밖 발언을 이어갔습니다”라는 해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27~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