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 ‘공론화 자료 왜곡’ 보도, ‘팩트체크’ 가장한 ‘팩트왜곡’조선미디어 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원전업계의 입장을 대면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요. 특히 TV조선은 지난 10일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았지만…>(10/10 https://goo.gl/GNR21V), <파워인터뷰/‘한국형 원전 설계’ 이병령 박사>(10/10 https://goo.gl/Fr9pwi) 등의 트집잡기․왜곡 보도를 내놓은 바 있는데요.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음날 또 <포커스/공론화 자료 왜곡 논란…사실은?>(10/11 https://goo.gl/Wx5ToB) 보도를 내놓으며 ‘열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판박이’
TV조선 <포커스/공론화 자료 왜곡 논란…사실은?>(10/11 https://goo.gl/Wx5ToB) 보도는 사실 조선일보 <“후쿠시마 원전 1368명 사망?… 건설중단측 자료에 거짓정보 15개”>(10/11 김승범․김성민 기자 https://bit.ly/2y9DfCJ)의 ‘방송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보도 모두 ‘팩트체크’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업계 관계자들에 의해 왜곡된 팩트에, 언론 검증이라는 권위만을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악질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이 팩트체크한 주제는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이 건설 중단과 건설 재개, 양측에서 제공한 동영상 강의” 속 “공사 중단을 주장하는 측에서 제공한 자료들”입니다. 특히 이중에서도 TV조선이 주목한 ‘거짓정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사망자가 1368명에 달한다 △핵발전소 5km이내 거주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2.5배나 높다 △UAE 원전 수익금 가운데 3조원이 해외 설계업체 몫이다 △지역주민들이 원전 건설을 반대했다는 것 등입니다.
먼저 TV조선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사망자가 1368명에 달한다는 주장을 “피난 생활을 하다 자연사한 고령자까지 포함되는 등 왜곡된 수치”라 항의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들어 반박했습니다. 이 1368명이라는 수치는 일본 도쿄신문의 르포에 근거한 것인데요.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는 지진으로 피난 생활을 하다 사망하면 심사를 거쳐 ‘지진 재해 관련 사망’으로 분류하는데, 도쿄신문은 사고 유가족들이 제출한 재해 조의금 신청 서류가 ‘핵발전소 재해 대피 중 사망’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를 집계해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한 것입니다. 물론 객지생활자 중 건강이나 질병 악화로 사망한 이들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관련 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관련’이라는 단어를 어떤 범주까지 해석하는지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의 설명처럼 이 수치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관련 사망자가 아니다’라고 단언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 원자력업계 일방의 주장을 근거로 ‘팩트체크’를 시도한 TV조선(10/11)
두 번째 팩트체크인 핵발전소 5km이내 거주 여성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2.5배나 높다는 주장의 경우 TV조선은 “법원은 올 7월 갑상선암 발생이 원전과 무관하다고 판결”했다며 간략하게 반박했는데요. 대학직업환경의학회 임상위원회는 이미 지난 2014년 “갑상선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방사선 노출”이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도 여성들에게서 갑상선암이 유의하게 증가됐다는 보고가 있다”는 내용을 재판부에 회신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단언’은 할 수 없다고 해도, 최소한 핵발전소와 갑상선암 발병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는 행위 자체를 ‘헛소리’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 UAE 원전 수익금 가운데 3조원이 해외 설계업체 몫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실제 지급한 돈은 300억원”이라며 “100배나 뻥튀기됐군요”라는 비아냥을 덧붙여 놓았는데요. 이는 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UAE 원전 수출과 관련해 벡텔사와 국외기술자문계약(2010~2020)을 총 3398만달러(약 386억 원)로 맺었고, 현재까지 지급된 금액은 2961만 달러(약 300억 원)를 지불했을 뿐이라 설명한 것과 같은 주장입니다. 그러나 사업자 측의 ‘일방 주장’이 아닌 계약서 등의 근거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당시 금액을 언급한 것을 무작정 ‘가짜뉴스’로 치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들이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제시된 것은 고작 한 명의 지역주민 인터뷰어의 “찬반논란 끝에 자율유치를 했고 그 자율유치 속에서 지역주민들의 정신이 그 속에 포함돼있다고 보는데…”라는 발언이 전부인데요.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절차 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의 범위가 되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22~30km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내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허가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견 수렴 다 끝났다’ ‘반대 지역주민은 없다’는 식의 설명을 내놓는 것은 적절하다 할 수 없습니다.
즉 TV조선은 논란 혹은 논의의 여지가 있는 사안들임에도 원자력업계 일방의 주장을 받아써가며 팩트체크를 한 척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도보다는 건설 중단 반대 측 보도자료에 가까운 내용인 셈이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