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혼잣말부터 소설취향까지…TV조선․MBN의 박근혜 ‘덕질’오는 16일 밤 12시로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박근혜 씨에 대한 추가 구속 여부가 이번 주 안으로 공표될 예정이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TV조선과 MBN은 박근혜 씨의 ‘혼잣말’이나 최근 읽고 있는 소설의 제목 등을 상세히 전하며 박 씨의 속내를 짐작하는 보도를 틈틈이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를 보고 있자면 박 씨가 마치 ‘고난을 견뎌내는 희생양’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TV조선은 ‘혼잣말’ 강조하며 ‘결백’ 이미지 부여
TV조선은 <블랙리스트 증언에 혼잣말로 “아냐”>(10/11 https://goo.gl/1VGqno)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재판 증언이 나올 때마다 ‘아냐’라고 혼잣말을 했”다거나 “최근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모철민 전 청와대 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하는 순간, 혼잣말로 ‘이건 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자료화면에는 박 씨 사진 옆에 “이건 좀 아니다”라는 말풍선을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이어 TV조선은 박 씨가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일련의 주장에는 “재판 과정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던 박 씨가 오죽 억울했으면 이런 반응을 보였겠느냐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또 TV조선은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토지’에 이어 ‘대망’을 읽는 등 주로 대하소설을 탐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교정당국의 설명을 전한 뒤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통해 인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라는 해설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읽을 책을 고를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범죄 혐의자 박씨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개인적 비극과 모욕, 생사 고비를 견디고 마침내 ‘천하를 통일’하는 여정을 다룬 소설을 탐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부각하여 전달하는 언론의 의도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내’라는 키워드는 ‘억울하게 모함을 당해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니까요.
△ 박근혜 씨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증언에 대해 ‘혼잣말로 부정’했다는 사실을 강조해 전달한 TV조선(10/11)
MBN은 ‘뜻이 있을 것’ 조원진 인터뷰까지
소설 ‘대망’에 대한 언급은 MBN <“적당한 때 되면 할 말 있다”>(10/11 https://goo.gl/45GAxL)에도 등장합니다. 보도는 “구치소에 수용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본 전국시대를 그린 역사소설 ‘대망’을 열독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이에 대해 MBN은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대망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새기는 것 같다”고 본다며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의 “대망의 내용이 일본의 절정기 역사기 때문에, 그 내용을 좀 눈여겨보시는 부분은…, 뜻이 있으시겠죠”라는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또 MBN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패한 뒤에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박 씨가 2007년 대선 경선 패배를 딛고 이후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시련’을 극복하고 결국 뜻을 이룰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독서 목록 공개’로 보입니다.
보도는 “최근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끝난 후 적당한 시기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뜻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출소 이후 본인의 행보와 관련한 언급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라는 설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가구속영장 발부 결정이 임박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주변의 석방촉구 집회도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는데요. 이 단락만 보면 박씨가 곧 구치소에서 나올 사람, 나와야 할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박근혜 측의 언론플레이에 장단을 맞추는 이런 ‘충심’ 혹은 ‘덕심’ 가득한 보도를 시청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 걸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