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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지침 폐기가 ‘노동 폭주’라고 규탄한 조선일보
등록 2017.09.27 15:39
조회 390

고용노동부가 25일 과거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습니다.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이라는 두 가지 지침을 말합니다. 공정인사지침은 성과가 나지 않을 때 해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2016년 1월에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즉각 폐기됩니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노조와 근로자 과반의 동의가 없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2009년 4월 제정된 것을 개정했었는데요. 정부는 기존 2009년 제정된 것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노동계는 양대 지침이 ‘쉬운 해고’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 없이 추진된 것으로 강력하게 반대해왔습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양대 지침 폐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한 만큼,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다시 합류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조중동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노동유연성 강조하는 조선일보

 

경향신문

‘쉬운 해고’ 양대 지침 폐기

동아일보

고용부, 양대 노동지침 폐기… 저성과자라도 쉽게 해고 못해

조선일보

정부, 노동유연성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앴다

중앙일보

이번엔 고용압박 정부 ‘청구서’에 기업 숨 막힌다

한겨레

쉬운 해고 ‘양대 지침’ 폐기… 노동계 ‘사회적 대화’ 복귀할까

한국일보

‘쉬운 해고’ 지침 20개월 만에 폐기… 양날의 칼

△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폐기에 대한 매체별 보도 제목 (9/12)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계속 양대 지침 폐기로 인해서 고용이 위협을 받는다는 식의 억지를 부렸습니다. 조선일보 <정부, 노동유연성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없앴다>(9/26 홍준기 기자 https://bit.ly/2jWUqBC)는 정부의 양대 지침 폐기 선언에 대해 “이미 구직에 성공한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할 뿐, 결과적으로는 ‘노동 유연성’을 저해하면서 구직자․실업자 등에게 필요한 고용 창출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조선은 양대 지침에 자체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공정 인사 지침’의 골자는 ‘업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해 주변 동료에게도 부담이 되는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등과 함께 인사 평가 기준을 마련해 재교육 및 배치전환 등 해고 회피 노력을 거친 후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고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그간 법원 판례와 현행법 등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현 정부가 ‘친노동정책을 가속화’한다며 “이 같은 친노동정책이 결국은 고용 창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직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 실업자․구직자 등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용자들이 ‘저성과자’를 지정하는데서 뚜렷한 기준이 없고 자의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법원 판례와 현행법에 적용된다’고 했지만, 현재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판례에서도 이를 엄격히 적용해 예외적인 사례들만 허용해 주고 있었습니다. 

 

사설에서도 ‘노동 폭주’라며 노동 유연성 강조

조선일보의 이런 입장은 사설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사설/고용부 ‘노동 폭주’ 구경만 하는 경제 부처들>(9/26 https://bit.ly/2xBG7HE)은 정부의 노동 관련 정책들을 비판했습니다. “비정규직 제로,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 백지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추진 등”이 오히려 “저마다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시키고 노동 비용을 높이는 정책” “새 정부의 ‘일자리 우선’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금 한국 경제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개혁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노동 개혁”이라면서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만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노동 개혁을 막는 것은 기존 노동자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이다”라고 그야말로 울분을 토했고요. “이런 낡은 고용 시스템은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주류를 이룰 4차 산업혁명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장황하게 결론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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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 지침 폐기해서 ‘노동 폭주’라는 조선일보 (9/26)

 

이런 주장은 동아일보 사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설/일자리 책임진 고용장관이 노동개혁에 재 뿌리나>(9/26 https://bit.ly/2fNTmMe)는 “우리 기업은 지금 직원을 한번 뽑으면 징계나 정리해고 이외에는 사실상 해고할 수 없는 중증 노동경직 상태”라면서 “그 영향으로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대 지침은 꽉 막힌 고용구조에 숨통을 틔워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동 유연화 정책을 통해서 해고가 쉬워져야 고용 창출이 된다고 우기는 것인데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쉽게 해고하게 해주면 고용을 하겠다는 기업의 태도도 황당하거니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 해고를 쉽게 해주자고 우기는 조선․동아의 프레임도 억지입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통상 노동부, 노동장관이라고 칭하는 고용노동부, 고용노동장관을 고용부, 고용장관이라고 호칭하고 있습니다. 고용과 노동을 다루고 있지만, 애초 고용노동부는 노동자를 위한 노동부였음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노사 분쟁 증가’ 걱정하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노동현장에서는 해고와 임금(취업규칙) 관련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고용부, 양대 노동지침 폐기… 저성과자라도 쉽게 해고 못해>(9/26 유성열․김호경․곽도영 기자 https://bit.ly/2yCUZ72)는 “저성과자나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는 현재도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23조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 없다’고만 규정했을 뿐 일반 해고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전무하다” “취업규칙 변경 역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고 법원이 내린 판례를 근로기준법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전문가들은 관련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침까지 폐기하면 해고와 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2대 지침은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등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정부가 적폐로 몰아가며 과도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2대 지침을 폐기하더라도 해고와 취업규칙을 둘러싼 분쟁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동아일보의 보도내용을 반박하는 내용은 경향신문 <‘이유 없는 노동자 해고’ 정부가 정당화… 고용 불안만 키웠다>(9/26 송윤경 기자 https://bit.ly/2yCZ4bj)에서 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우선 근로기준법상 해고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만 허용되는데, 박근혜 정부가 여기에 ‘일반해고’를 덧대어 노동자를 잘라낼 길을 터준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물론 이 지침에 나오기 전에도 기업들은 ‘밉보인’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해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퇴직시켰지요. 하지만 공정인사지침은 “이런 음성적 행위를 정부 지침으로 정당화해준 것이었고, 변칙적인 해고에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준 셈이 됐다”는 것이죠. 경향신문은 “기업들은 이 지침을 실제로 해고에 활용”한 사례로,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한 후 직무역량 향상 교육(PIP)에 배치하고,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보내는 식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저성과자 해고자 1호’로 불렸던 배윤철 씨(55)”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배 씨가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사무직에서 생산관리부로 부서 이동시킨 뒤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했고, PIP에서도 당사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교육이 많다는 것이지요. 취업규칙지침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이를 성과연봉제 확대의 발판으로 사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으로 ‘기업이 숨이 막힌다’는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번엔 고용압박 정부 ‘청구서’에 기업 숨 막힌다>(9/26 손해용․이소아 기자 https://bit.ly/2yDNjl2)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기업들이 ‘트릴레마(trilemma․삼중고)’에 빠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가 요구하는 ‘고용 증대’,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임금 인상’,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등 세 가지 변수가 서로 얽혀 한쪽을 풀려면 다른 한쪽이 꼬여버린다”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달성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기업들의 경영 딜레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오로지 재계의 입장에서만 보도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후퇴하는 노동개혁… 정책도 담당 직원도 뒤엎은 고용부>(9/26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https://bit.ly/2jXcI5K)는 더욱 기업과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이 보도는 양대 지침 폐기에 대한 각계의 반응을 인용했는데요. 한국노총의 “환영한다”는 반응이 금속노조연맹을 비롯한 다른 노조도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제외하곤 대부분 재계의 입장이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모 기업 인사담당 임원 등 익명의 재계 관계자 입장이 다수 인용되었습니다. 중립적인 입장의 인용이어야 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노동계의 태도 변화가 전제돼야 대화의 목적이 구현될 것” “정부도 국가 경제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며 노동계의 양보를 요구한 내용이었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업 편들기’는 <사드 보복에 22조, 통상임금 38조… 기업들 짐만 쌓인다>(9/26 문희철․이소아 기자 https://bit.ly/2htVXhT)에서 더욱 도드라졌습니다. 기사는 “재계에선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로 산업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각종 부담을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주요 기업들이 ‘고용 안정’ ‘임금 인상’ ‘투자 증대’라는 삼중고(트릴레마)에 시달리는게 대표적이다”며 기업의 고충을 언급했습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이야기하면서 “하지만 올해 인건비를 밀어올리고 노동 유연성을 악화시키는 일만 잔뜩 벌어졌다. 내년 최저임금(7530원)을 올해보다 16.4% 올리면서 16조 2151억 원의 인건비가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최저임금·근로시간·통상임금 등 현재 정부 정책은 소득을 분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행위” “장단점이 공존하는 문제인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친노동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내용도 인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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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 지침 폐기하자 ‘기업 편들기’ 나선 중앙일보 (9/26)

 

노사정 대화 주장하는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조중동이 무작정 ‘기업’의 편을 든 반면, 나머지 매체들은 결과적으로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한겨레는 <쉬운 해고 ‘양대 지침’ 폐기… 노동계 ‘사회적 대화’ 복귀할까>(9/26 정은주 기자 https://bit.ly/2fNTafD)에서 “정부는 양대 지침을 폐기함으로써 교착 상태에 빠진 사회적 대화의 돌파구를 뚫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양대 지침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데 이어 이를 실행해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할 명분을 준 셈이다”고 평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노동자 옥죈 양대 지침 폐기, 노사정위 복원 계기돼야>(9/26 https://bit.ly/2wR1p58)에서 “양대 노동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즉각 복원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 권력의 노동법 파괴와 노조 무력화에 제동을 걸고,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라며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열려 노동권의 복귀를 주장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쉬운 해고’ 지침 20개월 만에 폐기>(9/26 전혼잎 기자 https://bit.ly/2k2aNNF)에서 재계의 “고용 압박은 더 거세지는데 해고는 전혀 할 수 없다면 어쩌란 말이냐” “정부가 로드맵을 짤 때 노동계에만 치우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이 어렵다”와 같은 발언을 담았고요.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의 “노동의 안정성도 중요하고 유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보완을 하는 것이 관건” “노동시장에서도 사람을 많이 뽑으려면 나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만큼 그 합의점을 모색해 봐야 한다”는 지극히 중립적인 발언을 담았습니다. <사설/양대 지침 공식 폐기, 노사정 대화로 이어가야>(9/26 https://bit.ly/2yG4Mt8)에서는 “재계 일각에 양대 지침 폐기로 고용 유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하나 실제 시행이 많지 않았던 데다 무리한 추진이 자칫 더 큰 분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폐기 결정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습니다. 한편 한국일보 사설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의 복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평한 뒤, “노동계는 노사정위 복귀 등 사회적 대화에는 당장 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을 아직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노동친화를 표방하는 데도 사회적 대화를 마냥 외면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다”고 평했습니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이지요.  


지난 정부의 노동 탄압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간 찾지 못했던 노동권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노사정이 사회적 타협을 이뤄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무작정 기업 편에만 든 조중동의 태도는 매우 편파적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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