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 퀴어축제 보도에서 또 소수자 인권 침해TV조선은 지난 12일 <포커스/커지는 동성애 논란>(9/12 https://goo.gl/ra1GyF) 등의 보도를 통해 동성애 문제를 ‘논란’으로 처리하고, 혐오 발언을 그대로 노출하며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23일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도 퀴어 문화축제가 열리자, 아니나 다를까 TV조선은 이번에도 지난 보도의 문제점을 답습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하나. 동성애 찬반 프레임 제시
문제 보도는 <부산 퀴어축제 찬반 ‘얼룩’>(9/23 https://goo.gl/5TCcNm)입니다. 7개 방송사에 한정할 경우, 이 보도는 사실 부산 퀴어 문화축제를 다룬 거의 유일한 방송 보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TV조선은 해당 보도를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하성용 전 대표가 구속과 배우 문성근 씨의 합성사진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간부의 구속보도보다 이 사안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성적소수자 인권 문제를 침묵 혹은 외면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다른 방송사들과는 달리, 이 사안을 주요하게 배치한 이유는 이 축제에 대한 비난을 가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테면 보도는 “부산에서 오늘 동성애를 찬성하는 퀴어축제가 열렸습니다”라는 앵커 발언으로 시작되는데요. 찬반의 논리로 규정지을 수 없는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을 ‘찬성 혹은 반대 할 수 있는 안건’인양 취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적절치 않은 멘트입니다. 그리고 실제 퀴어 문화축제는 동성애에 대한 ‘찬성’ 의지를 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속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없애고 모두가 어울리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둘. 퀴어축제 측 불법 요소만 부각
또한 TV조선은 보도 도입부에서는 앵커가 “해운대구는 도로를 불법점용한 퀴어축제 주최 측을 형사고발할 예정입니다”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보도 말미에는 하동원 기자가 “부산 퀴어축제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못한 채 행사를 강행했습니다” “해운대구는 퀴어 축제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해운대구는 주최 측을 형사고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입니다”라며 불법성을 거듭 반복하며 부각했습니다. 해운대구가 ‘고발 예정’ 의사를 밝힌 것만을 가지고 평화적으로 진행된 퀴어축제에 대해 ‘불법 낙인’을 찍은 셈입니다. 무엇보다 해당 보도는 경찰이 집회신고 없이 구남로 등에서 인간띠잇기라는 변형된 1인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퀴어 문화축제 반대 집회 주최 측’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는 사실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셋. 동성애 혐오 발언 여과 없이 전달
동성애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행태도 반복되었습니다. TV조선은 ‘동성애 반대 집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동성애 반대집회 참가자’의 “정서적인 문제도 있고 에이즈 감염, 질병 문제도 있고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이러한 명백한 혐오 발언을 굳이 보도 내에 포함하여 보여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 동성애 반대집회 참가자의 입을 빌어 혐오 표현을 여과없이 전달한 TV조선(9/23)
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21조(인권 보호) 항목과, 인권보도준칙 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 항목의 “성적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나 진실을 왜곡하는 내용, ‘성적 취향’ 등 잘못된 개념의 용어 사용에 주의한다”를 어긴 것입니다. 무엇보다 특정한 성적 지향에 대한 낙인찍기는 이러한 규정이 아니더라도 대단히 저열하고 위험한 것인데요. 이런 방송 보도를 지적해야하는 현실이 암담할 지경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2일~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