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MB 국정원 방송장악 문건’, 외면하는 MBC
등록 2017.09.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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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정부 비판적 문화·연예계 인사를 배제하기 위해 방송장악까지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관련 소식도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요.


우선 18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TF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공영방송 경영개입 정황이 담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과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2건의 문건을 일부 공개했습니다. △같은 날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 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습니다. 


19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이날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방송인 김미화 씨와 배우 김여진 씨는 전날 문성근 씨에 이어 피해사실을 증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습니다. 

 

 

‘공영방송 장악 문건’ 공개, MBC와 종편3사 외면
먼저 관련 사안에 대한 각 방송사들의 보도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공영방송 장악 문건’에 대해 MBC와 TV조선, 채널A, MBN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SBS와 JTBC는 18일 별도의 보도를 통해 관련 사안을 전했습니다. KBS는 18일 문성근 씨의 검찰 출석을 다룬 보도 말미 적폐청산 TF의 두 문건 공개 사실을 덧붙여 전했습니다. 또 MBC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전날에 이어 진행된 방송인 김미화 씨와 배우 김여진 씨에 대한 검찰 출석 사실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총 보도량은 KBS와 MBC, TV조선, 채널A가 2건의 보도를 내놓은데 반해, 같은 기간 JTBC는 총 8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9/18

국정원 개혁위 ‘공영방송 장악 문건’ 공개

(8)

X

(12)

(12)

X

X

X

MB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성근 소환조사

(8)

(13)

(11)

(13)

(19)

(20)

(12)

9/19

박원순 서울시장, MB 검찰 고소

(11)

(16)

(1)

(1․2․3)

(17)

(10)

(9)

MB블랙리스트 피해자 김미화 등 소환조사

(11)

X

(2)

(4․28)

(17)

(10)

(10)

총 보도량

2건

2건

4건

8건

2건

2건

3건

△ MB블랙리스트 관련 이슈 보도 유무. 괄호 안은 보도 순서(9/18~19) ⓒ민주언론시민연합

 


최소한도 보도하지 않은 MBC  
보도 내용의 부실함은 MBC에서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타 매체들과 같이 2건의 보도를 내놓았지만 MBC의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에 고소>(9/19 https://goo.gl/PNBX8N)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 사실만을 읊은 23초짜리 단신에 불과합니다. 또 <피해자 조사…“블랙리스트 경악스럽다”>(9/18 https://goo.gl/udkTWR)는 18일 문성근 씨의 피해자 조사를 위한 출석 소식을 전하며, 굳이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민선 씨에 대해 “김민선 씨는 이명박 정부 광우병 사태 당시 자신의 SNS에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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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블랙리스트 피해자 김민선 씨의 과거 광우병 발언을 굳이 부각하여 소개한 MBC(9/18)

 


최소한으로 보도한 KBS․TV조선․채널A․MBN
KBS의 경우 18일과 19일 각각 1건씩의 보도를 내놓고 관련 사안을 ‘대략적으로 언급’하고 지나가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대신 최소한의 사실관계만을 나열하며 면피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KBS 인적쇄신 추진방안’과 ‘MBC 정상화 전략과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서는 “방송사 주요 간부의 성향은 물론 좌편향 인사와 프로그램 퇴출방안 등이 담겼”다고만 설명하고 있는데요. 간부 교체 뿐 아니라 일선 기자와 PD에 대한 문책 인사가 이뤄졌다는 사실과 노조 무력화 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TV조선과 채널A, MBN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이들 종편3사는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제외한 나머지 이슈에 대해서는 KBS와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있었다’라는 식으로 전달만 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나았던 SBS도 보도 말미엔 ‘정치 공방’ 해설 덧붙여
SBS는 앞의 방송사들보다는 조금 더 성의를 보였습니다. 실제 SBS는 각각의 사안을 모두 별건의 보도로 처리했는데요. 특히 <PD 교체까지…‘공영방송 장악 문건’ 공개>(9/18 https://goo.gl/85XHw8)에서는 “국정원이 공개한 소위 공영방송 장악 문건의 주요 내용”을 전하며 두 문건이 ‘좌편향 간부 퇴출’ 및 일선 기자․PD 문책, 노조 무력화 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보도 <MB 겨누는 ‘적폐 청산’…박원순, 검찰 고소>(9/19 https://goo.gl/rUS7SH)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명박 전 대통령 고소 소식을 전하며 보도 말미 “여권의 적폐청산 칼끝이 보수 정권의 전직 대통령에게 향하면서 신구 여권 간의 정치 공방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라는 해설을 덧붙였는데요.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번 사안을 ‘정치 공방’이라 풀이하여 전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JTBC는 팩트체크에 피해 당사자 인터뷰까지
반면 JTBC는 팩트체크에 앵커브리핑, 피해 당사자 인터뷰까지 쏟아내며 이번 사안에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먼저 18일에는 <‘KBS 부적격자 퇴출’ 문건>(9/18 https://goo.gl/uf8ouA)을 통해 국정원 개혁위와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가 일부 공개한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 방안’ 보고서 내용을, 피해 직원들의 증언과 함께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서는 KBS보다는 간략하게 보도 말미 덧붙여 소개했는데요. 여기에도 노조가 “집회를 열어 국정원의 방송 장악 시도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날 <문성근 “돈 주고 시위지원, 국정원 문건 확인”>(9/18 https://goo.gl/WuMLtZ)에서는 문성근 씨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밝힌 “주로 2011년에 국정원이 벌인 일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자신이 확인한 국정원 문건에 ‘어버이연합 등이 집회나 시위를 몇회 여는 대가로 8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발언한 것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JTBC는 이 사건을 “박근혜 정부 시절의 ‘화이트 리스트’”와 비교하며 관련 조사의 진척 상황을 추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19일에는 아예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박원순 시장 “원세훈서 끝내면 꼬리 자르기”>(9/19 https://goo.gl/NTjjEf)는 제목 그대로 “원세훈 전 원장 책임선에서 끝내는 것은 이른바 꼬리 자르기”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박 시장의 주장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날 앵커브리핑에서는 “오늘 이 땅에서는 또 한 명의 코미디언이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추측하고 있었지만 이제 와 드러난 걸 보면 김미화 씨. 그건 모두 실화였습니다. 은밀하게… 때로는 조잡하게… 사방을 옥죄고 나아가 아예 비판 자체를 말살시키고자 했던 먹빛의 세상은 이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라고 언급하며, 이 사안을 재차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8일~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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